‘벼락부자’ 김소희‧AHC‧JM솔루션 아십니까
  •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boong33@skku.edu)
  • 승인 2019.09.18 09:00
  • 호수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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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포노사피엔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거부되는 일? 포노족 시대엔 일상

2007년 아이폰이 탄생했다. 그리고 인류에게 새로운 문명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Planet of the Phones’라는 특집 기사를 내고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리고 이제 문명의 표준은 아예 포노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인류로 이동하고 있다.

매년 11월11일 열리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는 급성장하는 중국 온라인 쇼핑 산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000억 위안(약 32조5000억원)을 돌파해 화제가 됐던 광군제 모습
매년 11월11일 열리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는 급성장하는 중국 온라인 쇼핑 산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000억 위안(약 32조5000억원)을 돌파해 화제가 됐던 광군제 모습

스마트폰 검색으로 인간의 뇌 활동 확장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석학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away) 교수는 《The Four: The hidden DNA of Amazon, Apple, Facebook and Google》(번역본 제목-플랫폼 제국의 미래)이라는 책을 통해 제국화돼 가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의 위력과 이들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한 바 있다. 역설적으로는 포노족(族)이 이들 4개의 기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신인류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인류의 욕망을 자극해 아이폰에 중독시키고 뗄 수 없는 신체의 일부로 만들었다. 스마트폰이 인체의 일부가 되자 구글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담당한 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우리는 어느새 궁금한 것은 바로 검색한다. 따라서 검색은 뇌 활동의 확장이 되고 인간의 지적 능력의 일부가 됐다.

페이스북은 인간관계의 변화에 개입하는 모든 SNS를 대표한다. 오직 만나서 중요한 인간관계를 맺어온 인류에게 이제 SNS를 통한 만남은 일상이 됐다. 카톡으로 대화하고 페이스북으로 안부를 전하며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로 많은 이들과 동시에 소통한다. 마지막으로 아마존은 소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해소시켜주는 내 손안의 쇼핑몰을 의미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지금 즉시 당신 폰 안에서 구하라고 아마존은 속삭인다. 이렇게 ‘The Four’(4대 플랫폼 기업)에 의해 변화한 인류가 바로 포노족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뜨겁게 주목받는 세대가 바로 ‘1990년대생’이다. 이들이야말로 뼛속까지 포노족이다. 태어났더니 세상은 인터넷과 컴퓨터로 연결돼 있었고 그래서 모든 사회적 경험이 인터넷 기반으로 형성됐다. 성인이 되자 스마트폰이 탄생해 인생의 모든 경험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인공장기를 기반으로 축적됐다. 이들이 사회로 진출하면서 경제력을 갖추게 되자 소비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온라인 마켓은 급성장을 이루고 결국 오프라인 소비매출을 능가하는 시대로 진입해 버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신용카드에 기반한 1일 온라인 소비가 2464억원으로 오프라인 종합소비 2203억원을 200억원 이상 따돌리면서 드디어 온라인 소비 주도의 시대를 개막했다.

온라인 신소비의 대표적인 트렌드가 ‘인플루언서 마켓’이다. 대표적인 인플루언서가 바로 임블리 사태로 유명해진 ‘임블리’다. 인스타그램에 8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스타 임지현씨가 그 영향력을 기반으로 임블리라는 쇼핑몰을 창업했고 잘나가던 회사가 곰팡이 호박즙 판매라는 악재를 만나 어려움에 빠졌다는 게 유명한 임블리 사태의 요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서 ‘곰팡이 호박즙’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2018년 임블리의 매출 규모는 잘 모른다. 무려 1700억원이다.

02017년 2조원 규모였던 인플루언서 마켓의 규모는 2020년이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바꾸는 이런 변화는 포노족 표준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곰팡이 호박즙’이라는 부정적인 데이터만 계속 기억하려고 할까.

이유는 포노족 문명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감 때문이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40~60대 기성세대들에게 포노족 문명은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불편한 문명이다. 그래서 세상이 이들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인정해 버리는 순간 나는 초라해진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서 나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해 ‘포노족 문명은 부작용이 심해’라는 선입견이 인식의 보호막을 쳐버린다. 실제로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이 생각은 견고해지고 또 주변에 이에 공감하는 동료도 많다. 그래서 사회 전체가 ‘신문명=부작용’이라는 데 동의한다.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금지하고 회사에서는 SNS나 구글링을 막아버린다. 부작용의 무의식은 법으로 확산되어 포노족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 바로 규제의 덫으로 걸어버린다. 기성세대를 보호하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명분까지 그럴듯해지니 거칠 것이 없다. 그래서 중국 대륙에서는 일상화된 포노족의 서비스인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왕훙(網紅·온라인상 유명 인사 ‘왕뤄훙런(網絡紅人)’의 줄임말), 원격 진료, 원격 약처방 등이 우리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돼 버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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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族 습성 알면 당신 인생도 대박 난다

포노족 문명에 대한 나의 상식을 한번 점검해 보자. 그곳이 바로 사회변화의 출발점이어서다. 대륙의 표준이 된 포노족 문명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절반은 부작용, 절반은 엄청난 혁신의 힘이 있다고 해야 정확하다.

인플루언서 김소희 대표는 스타일난다를 창업해 중국에서 거대한 팬덤을 만들어내고 창업 13년 만에 로레알에 6000억원을 받고 기업을 매각했다. AHC도 왕훙 마켓에서 마스크팩으로 거대 팬덤을 구축한 뒤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에 3조40000억원을 받고 회사를 넘겼다.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대한민국 부자 30위에 이름을 올린 JM솔루션의 김정웅 대표는 왕훙 마켓에 일찌감치 눈을 떠 경험을 축적하고 2016년 꿀광마스크팩 하나로 데뷔한 뒤 2018년 매출 53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하며 회사를 1조5000억원 가치로 키워냈다. 이들 모두가 지난 10년 동안 포노족 마켓만 고집하며 성공한 사례들이다. 이들이 주목한 중국 온라인 시장도 엄청난 성장을 보여준다. 

대표적 이벤트인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는 2018년 일매출 3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왕훙경제는 올해 이미 332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매출액 100조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최고의 왕훙 장다이(張大奕)는 지난해 개인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더니 올해는 나스닥에 이를 상장시켜 경제계를 경악하게 했다. 미디어산업의 혁명을 보여줬던 유튜브 생태계가 이제는 유통의 생태계로 확장돼 한 개인이, 하나의 상품이, 엄청난 광고와 거대한 자본투자 없이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데이터가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 무대에서도 성공의 열매를 거두고 있다.

자, 이제 이 변화를 인지하고 다시 한번 내 상식을 점검해 보자. 나는 포노족의 문명과 얼마나 눈높이를 같이하고 있는가. SNS와 구글링에 기반한 새로운 지식의 학습과 비즈니스 모델의 기획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가. 오늘 하루 나의 일상 속에서 나는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대륙의 문명과 내 상식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 거기에 혁명의 시대를 기회로 맞이하는 비법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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