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 의혹에 ‘칼 빼든’ 검찰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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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正의 칼’, 어디까지 찌르나...집행부·시의회 심장부 겨냥할지 촉각
광주시 행정부시장실, 시의장실, 공원녹지과 등 6곳 전격 압수수색
민선7기 첫사례, 수사 본격화…위법 확인되면 사업자체 무산 우려도

검찰이 우선협상대상자 변경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불거진 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과 관련해 광주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민선7기 들어 광주시청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17년의 우여곡절 끝에 열린 광주도시철도 2호선 기공식이라는 ‘잔칫날’이었다. 시청이 당혹감에 휩싸인 가운데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검찰의 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여러 해석과 함께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 지 지역관가와 시민들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자 ‘금호→호반’ 변경·심사평가표 유출 등 의혹 전반 수사

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지인 풍암중앙공원 일대 전경 ⓒ광주시
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지인 풍암중앙공원 일대 전경 ⓒ광주시

광주지검은 9월 5일 오전 10시께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했던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실과 공원녹지과, 감사위원회, 광주시의회 의장실 등 6곳에 수사관을 파견해 압수 수색했다. 일부 광주시와 시의회 고위 관계자의 휴대전화와 차량도 수색했다. 검찰은 상자 5개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으며 관련 공무원들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 증거 확보 차원에서 해당 실·과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4월 광주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해 광주시가 민간공원 특례사업 2단계 중앙공원 2지구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애초 금호산업에서 호반건설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뒤 특정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탈락업체 교체 사유와 절차, 입찰 심사평가 자료, 업체 선정후 특정감사 내용 등을 살필 수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비한 민간공원 특례 2단계 사업 5개 공원 6개 지구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일부 사업자들이 심사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반발하자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돌연 이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도시공사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우선협상자대상자 지위권을 자진 반납했고, 금호산업은 호반 측의 이의제기가 수용되면서 자격을 박탈당했다. 2단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발표한 지 불과 41일 만이다. 

이 사업은 2020년 6월 공원일몰제 시한에 맞춰 추진 중이다. 광주시는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호반건설에 대해 공식 사업시행자 지정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으나 이번 수사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광주시는 그동안 자체적인 감사를 통해 잘못 산정된 점수를 바로잡아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꾼만큼 행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위법 사항이 나올 경우 재공모와 새로운 사업자 선정 등을 해야 하므로 사업이 무산되거나 최종 사업자가 제3의 건설사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상한 ‘호반 역전극’…이의제기→KBC 만남→광주시 감사 지시→우선협상자 교체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이 사건은 호반건설이 당초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가 재선정된 것을 놓고 광주시가 제안서 공고 규정을 무시한 채 호반건설의 이의 제기를 수용하고 광주시감사위원회에 특정감사까지 지시한 과정 등이 결국 ‘호반건설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또 제안서 평가결과보고서가 사전 유출됐는지 여부와 중앙공원 1지구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광주시도시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는 과정에 광주시의 외압이 있었는지 등도 사건의 본질이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의 시간’이다. 휴대전화 등 중요 물증을 추가로 손에 거머쥔 검찰의 수사 방향이 주목된다. 검찰은 우선 압수물 분석을 통해 특정감사결과의 공정성은 물론 감사 과정에 광주시의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캘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를 호반건설로 변경하는 데 특정감사가 결정적 계기가 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감사를 지시한 정 부시장과 감사를 주도한 윤영렬 광주시 감사위원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분석 중이다.

광주시는 이번 사업의 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입찰 규정에도 불구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호반건설이 지난해 11월 13일 이의제기를 내자 이를 수용하고 이틀 뒤 감사위원회에 특정감사를 지시했다. 시는 감사를 벌인 뒤 광주시의 심사평가 행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자인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청 공무원들과 업체들 간 유착 가능성에도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가 심사평가 오류를 확인한 뒤 재공모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후순위인 호반 측에 사업권을 줬다는 의혹이 있다. 우선협상자를 변경하는 단초를 제공했던 심사평가표 사전 유출도 논란거리다. 당시 호반건설그룹 계열사 간부가 광주시 고위 공무원에게 평가 결과 보고서를 인용하며 ‘불공정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개할 수 없는 평가 결과 보고서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 집무실과 그의 보좌관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 사정권에 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검찰은 특히 정종제 부시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호반그룹 계열사인 광주방송(KBC) 보도국 고위간부 A씨를 만난 직후 특정감사를 지시한 대목을 주시하고 있다. 당시 세간에서는 A씨가 정 부시장을 찾아가 사전 유출된 제안서 평가 결과 보고서 문건을 들이대며 불공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윽박질렀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 부시장은 지난 3월 말 자신의 집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 대표 음식을 선정하는 위원회 참석차 광주시청에 들어온 A 간부가 찾아와서 ‘시중에 제안서 평가 점수표가 돌아다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어필한 것은 사실이나 감사 착수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정 부시장은 그러면서 “호반 측 이의 제기는 없었지만 감사위원회에서 ‘항간에 금호산업 선정 과정에 문제가 많다더라’라는 말이 나와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며 “사업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여론을 고려한 독자적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본인(A씨)도 가볍게 말했고, 나도 가벼운 얘기로 받아들였다”며 외압설을 일축했다.

 

사건의 키를 쥔 ‘검찰의 시간’...어떤 결말 나올까 

지역관가 주변에선 수사 착수 5개월 만에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을 두고 여러 해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압수수색 시기가 한발 늦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주기 위한 여론눈치보기식 뒷북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사건 관련자는 검찰 수사 착수 전후로 흔적을 지우기에 나서 이미 휴대폰을 교체하는 등 증거를 은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검찰이 혐의 ‘굳히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관련자들을 옭아매기 위해 좀 더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광주시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수사팀의 자체 판단이 아니라 광주지검 고위 관계자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점도 이목이 쏠린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그만큼 중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광주지검이 최근 수사주체를 고발사건을 전담하는 형사부에서 특별수사부로 교체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검찰은 애초 형사1부 지휘를 받아 수사과에서 사건을 담당하도록 했었다. 이는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 전반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규명해 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부가 수사 주체가 돼 혐의를 조사 중이다.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검찰의 수사방향이 광주시청 공무원 주변을 넘어 광주시와 시의회 심장부를 직접 겨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물증찾기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전격적으로 광주시 행정부시장과 감사위원장, 시의장 등의 집무실과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광주시가 주관하는 대형 민자건설사업 등을 대거 수주해 특혜 논란에 휩싸인 호반건설그룹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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