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출마’ 홍준표·김태호에 한국당 ‘격전지 출마’ 종용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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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경남지역 국회의원 "명분도 실리도 없다" "당에 부담된다"

"중진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하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8월20일 '대한민국의 미래와 보수통합' 국회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내년 총선에서 지도자급 인사들이 험지(險地)에 출마해야 보수정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사(枯死) 직전의 보수정당을 살리려면 중진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김 의원의 이런 주장은 중진들의 정치생명을 거는 각오를 요구했지만, 국민들에게 보수진영의 변화된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설득력이 있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사진 왼쪽)와 김태호 전 한국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사진 왼쪽)와 김태호 전 한국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현실은 어떨까. 김 의원의 호소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낸 중진들이 속속 고향에서 출마 채비에 나서면서다. 당 안팎에선 중진들이 험지에 나서는 대신 비교적 당선이 수월한 지역에 출마해 현지에서 호평 받는 인사들을 제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8월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는 강북 험지인 동대문을에서 3선을 해서 국회의원 4선 모두를 험지에서만 보낸 사람"이라며 "또다시 내게 험지 출마를 운운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고향에서 편하게 의원 하는 사람들은 모두 강북 험지로 올라오라"고 했다. 그런 그가 12일 후인 8월13일 또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14일) 창녕함안보 해체 반대 국민궐기대회에 당 대표 사퇴 이후 1년 2개월 만에 참석한다"며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의 그 마음으로 정치 인생의 마무리 작업을 시작한다"고 적었다.

홍 대표는 8월14일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발걸음을 옮겨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보 파괴에 반대하는 범국민대회의 특별 격려사를 맡았다. 그는 현 정부를 향해 "쪼다들이 나라를 망쳤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가 창녕을 찾은 8월14일은 공교롭게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창녕 지역구 엄용수 한국당 의원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리는 날이다. 이날 엄 의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사실상 내년 총선 공천은 비관적이다. 때문에 홍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험지보단 고향 밀양·창녕·함안·의령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 지역을 직접 찾아 주민들 앞에 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호 전 한국당 최고위원도 내년 총선 거창·함양·산청·합천 출마 결심을 굳혔다. 김 전 최고위원은 8월10일 본지 통화에서 "원내에 진입해 보수 정당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겠다. (거창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남도지사 선거 패배 후 경남 김해에 줄곧 머물던 김 전 최고위원은 최근 고향인 경남 거창으로 주소지를 옮겼고, 개인 사무실을 물색하는 등 선거 채비를 서둘러 왔다.

하지만 대선 주자급인 김 전 최고위원이 창원성산구 등 경남 험지에 출마해 여권의 '낙동강 벨트' 공세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지층의 요구에 부정적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험지에 출마해 판을 흔들어놔야 한다는데 공감하지만, 안정적으로 원내에 진출해 무너져가는 당을 추스르는 게 더 시급하다. 출마 지역구 변경은 없다"고 단언했다.

내년 총선에서 험지 대신 고향 출마를 암시한 홍 전 대표와 김 전 최고위원을 향한 경남지역 당내 비판이 비공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ㄱ 국회의원은 "두 분이 고향에서 내년 총선에 나가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만류했다.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이 홍 전 대표 등을 설득해 고향 출마를 재고(再考)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ㄴ 국회의원은 "출마하려는 심정을 이해하지만 당원들이 실망하고 있다"며 "본인의 출마 의지와 상관없이 당에 부담이 되고 있다. 선당후사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ㄷ 국회의원은 "정치 선배들이 해선 안되는 일이다"며 "정치 후배나 당원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ㄹ 당원은 "두 분의 고향 출마 의지는 비타협적 독단"이라며 "공천 과정에 불협화음이 생기면 한국당의 내년 경남 총선은 필패"라고 전향적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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