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아픈 아이를 위한 ‘응급 대처법’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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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장염·기도 폐쇄·화상 등 명절 때 어린이 환자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추석 연휴에 병원을 찾은 환자 중 9세 이하 소아 비율은 29.3%에 이른다. 아이가 병원을 찾는 증상은 고열·장염·기도 폐쇄·화상 등 다양하다.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할 경우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고열 증상 : 열성경련 5분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 방문

아이들에게 가장 흔히 생기는 증상은 고열이다. 2017년 추석 기간에 발열로 병원을 찾은 사람 가운데 55.6%가 9세 이하 아이였다. 발열 자체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면역반응으로 39도 이상의 고열이 아니라면 무조건 병원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일단 열이 나기 시작하면 39도가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좋다. 아이 옷을 벗기고 눕힌 후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을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짠 다음 아이 몸 전체를 닦아준다. 이는 말초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열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선풍기·알코올·얼음물·냉수 등을 사용하면 안 된다. 또 찬물로 목욕시키거나 젖은 수건을 아이 몸 위에 계속 놓아두는 것도 좋지 않다. 갑자기 몸이 차가워지면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오히려 해열 효과가 떨어진다. 해열제를 4~6시간 간격으로 용량에 맞게 먹이는 것도 좋다. 6개월 이하라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계열)의 해열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39도를 넘지 않더라도 생후 100일 이전의 아이는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면역력이 낮아 세균과 바이러스가 몸 전체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열이 나면서 경련 발작을 하는 열성경련이 5~10분 이상 이어지거나 24시간 이내 재발하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중앙응급의료센터=하임리히법
중앙응급의료센터=하임리히법

구토·복통 증상: 보리차로 탈수 예방 

명절에는 평소보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한다. 소화 능력이 약한 아이는 배탈이 나기 쉽다. 또 이번 추석은 예년보다 이른 시기여서 높은 기온으로 인한 식중독 등 소화기질환에 걸릴 우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장염이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추석 동안 2만6896명이 장염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그중 9세 이하 어린이는 8482명(31.5%)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명절에는 음식을 한 번에 만들어놓고 재가열해서 먹는 과정에서 보관이 불량하면 음식이 상해 장염으로 이어지기 쉽다.

장염의 주요 증상은 설사와 구토·복통 등이다. 이런 증상이 멈추지 않을 경우 탈수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장염에 걸리면 먼저 보리차나 경구용 포도당 용액 등을 충분히 섭취하게 한다.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에서 수액주사 등으로 탈수를 방지해야 한다. 세균성 장염에 대해서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상태가 호전돼도 치료를 끝까지 해야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김기은 강남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는 장염이 끝나더라도 장에 손상을 입어 며칠 더 설사 증상 등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음식을 제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며 “장염은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증상이 생기면 어린이집 등 사람이 많은 곳에 보내지 않아야 하며 보호자도 손을 자주 씻고 음식을 따로 먹는 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도 폐쇄: 119 신고 후 하임리히법 시행 

안전사고 위험도 있다. 떡이나 고기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9세 이하 아이 환자가 전체 환자 4명 중 1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도가 막혔을 경우에는 먼저 119에 신고하고 이물질을 빼내는 하임리히법을 시행한다. 하임리히 법은 환자를 뒤에서 양팔로 안은 다음 두 손을 명치에 놓고 위로 밀쳐올려 기도를 막은 이물질을 빼내는 방법이다. 이물질이 제거될 때까지 반복한다. 다만 1세 이하의 영아는 머리를 아래로 해 등을 두드리거나 가슴을 밀어내는 방식을 시행한다.

 

화상: 찬물 20~30분 뿌리기

음식을 조리할 일이 많은 시기인 만큼 화상 위험도 크다. 화상을 입으면 즉시 차갑고 깨끗한 물을 20~30분 넉넉히 뿌려준다. 화상 부위의 피부 껍질이 벗겨졌다면 세균 감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화상 거즈 등을 화상 부위에 덮어둔다. 물집이 생기거나 통증이 극심할 경우에는 빨리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야 피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병원·약국 미리 확인: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용

연휴에 문을 여는 병원이나 약국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응급실은 명절에도 대부분 쉬는 곳 없이 24시간 운영된다. 그러나 일반 외래진료는 연휴에 쉬거나 혹은 단축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약국 문을 닫는 곳이 많다. 

명절 연휴 때 자신이 사는 동네 인근에 문을 여는 병원이나 약국은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은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에 접속하거나 각 포털 사이트에서 ‘명절병원’으로 검색하면 된다. 스마트폰의 경우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화로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명절에 아이가 아프면 다급한 마음에 무작정 응급실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며 “일반적인 감기나 배탈 등의 경증 질환이라면 응급실 방문이 오히려 진료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집 근처 문을 연 병·의원을 확인해 외래진료를 받는 편이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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