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물선 韓 10명 모두 구조…35시간 사투 전말 공개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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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안경비대, 미로·불길·언어 장벽 뚫고 최후의 4명 구조…“최고의 날로 기억될 것” 

9월8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 화물선 ‘골든레이’호에 갇혀 있던 한국인이 모두 구조됐다. 이로써 배에 타고 있던 한국인 10명 등 선원 총 24명이 무사히 탈출했다. 

9월9일(현지시각) 현대글로비스 골든레이호 선원 구조작업 현장 ⓒ 연합뉴스
9월9일(현지시각) 현대글로비스 골든레이호 선원 구조작업 현장 ⓒ 연합뉴스

골든레이호의 구조를 담당한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9월9일 오후 6시쯤 선내에 갇혀 있던 한국인 4명을 탈출시키는데 성공했다. 구조대장 존 리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조된 사람들은 약 35시간 동안 아주 혹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처음에 구조를 위해 헬리콥터가 배에 도착했다. 대원들은 생존자 확인을 위해 선체를 두드렸다. 이내 안쪽에서 다시 두드리는 소리가 세 번 들렸다. 리드는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 모든 게 바뀌었다”고 했다. 배가 전도될 때만 해도 일부 현지 언론은 “구조가 어렵다”고 보도한 바 있었다. 배에서 피어오른 불길이 진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선체에 구멍을 뚫었다. 리드는 “안쪽의 온도는 바깥에 비해 무척 뜨거웠다”고 회상했다. 우선 한국인 3명이 선박의 끝 쪽 프로펠러 샤프트 룸에서 발견됐다. 대원들은 구멍을 통해 물과 음식을 전달한 뒤 이들을 꺼내 올렸다. 나머지 1명은 엔진실의 강화유리 뒤편에 따로 갇혀 있어 다소 구조가 늦어졌다. 

구조를 험난하게 한 요인은 불길 외에 또 있었다. CNN은 9월8일 USCG 관계자를 빌려 “미로 같은 선내 구조와 부족한 전기 동력이 구조를 지연시켰다”고 전했다. 언어 장벽도 문제였다. 리드는 “(구조팀 소속의) 엔지니어가 한국어를 할 줄 알아 생존자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었다”고 했다. 

9월9일 오후 마지막 한국인 생존자가 구조되는 장면. 주변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USCG 트위터 캡처
9월9일 오후 마지막 한국인 생존자가 구조되는 장면. 주변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USCG 트위터 캡처

리드는 “생존자들은 배 밖으로 나오자 무척 기뻐하는 모습이었다”라며 “이날은 내가 일을 시작한 이래 최고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생존자들의 건강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뒤 가족들과 만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소유한 골든레이호는 9월8일 오전 1시40분경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구를 출발한 지 약 90분 만에 일부가 가라앉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80도 정도 좌현으로 기울어진 것. 선원 24명 중 한국인 6명을 포함한 20명은 이날 오전에 먼저 구조됐다. 

나머지 4명의 구조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는 “가족들 곁으로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발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사고 소식을 접한 이후 관계 부처들은 대책 회의부터 신속대응팀 파견까지 조치들을 취해 나갔지만 구조 소식이 들리지 않아 초조해 하던 터였다”라며 “발 빠르게 대응해 준 USCG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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