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일본 고압적”…對日 메시지 강화하는 정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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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특보, 아사히신문 인터뷰 통해 비판·해법 동시에 제시
유엔총회서 文 대통령-아베 총리 만남 성사될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9월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뉴욕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8년 9월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뉴욕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 청와대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대일(對日) 메시지 전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정부 비판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다자외교 무대 등을 활용한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도 엿보는 모습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9월14일 일본 유력 언론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고압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문 특보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에 한국 정부가 응해야 했다는 일본 측 입장을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가 올해 초부터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분쟁 해결 절차를 내세워 외교협의, 제3국 참여 중재위 설치, 제3국만의 중재위 가동 등 3단계 절차를 차례로 요구했는데, 한국 정부는 이에 불응했다. 문 특보는 "일본 측은 일방적으로 첫 번째 절차가 안 된다고 보고 다음 절차를 밟았다"면서 "한국은 지난 6월에 대응안(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첫 절차인 외교적 협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문 특보는 "그러나 일본 측은 그 안과 함께 (외교 협의를) 거부했다"며 "(아베 정부는) 한국인의 심정을 생각해 형식적으로라도 협의에 응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에 예전에는 상대방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의 일본은 고압적이고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또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과의 협력은 어렵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피로감을 느끼고 체념하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박 대통령 탄핵의 민의에서 태어났다"며 "이러한 법적, 정치적 민감성을 일본이 조금이라도 이해해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해결을 위해 협력한다면 공통의 대체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꼬일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개선할 방법에 대해 문 특보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북한 문제와 경제 분야의 협력 등으로 양국 국민이 서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이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북·미 비핵화 협상, 한·미 동맹 강화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지만, 한·일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유엔총회는 일본이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취한 후 문 대통령이 처음 참석하는 다자외교 무대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 후 공식석상에서 일본이 취한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극일'(克日) 의지를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회의 등 각종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알려 왔다. 이런 가운데 유엔 회원국들의 정상 다수가 모이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과 이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 등을 언급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출구 없는 강대강 국면이 양국에 피해와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 정부가 외교 이벤트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틀 여지도 배제할 순 없다. 문 특보 이야기처럼 북한 문제 협력 같은 '성공 사례'를 통해 관계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과 관련해 "지금 몇 군데와 양자 정상회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유엔총회 가기 며칠 전 구체적 일정을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어떤 나라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지는 지금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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