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중 “나의 대표작은 13년을 함께한 ‘그알’"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1 10:00
  • 호수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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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특수범죄수사과 반장 오구탁으로 돌아온 김상중

김상중이 스크린에 컴백했다. 6년 만이다. 그는 추석 시즌에 맞춰 개봉한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감독 손용호)에서 흉악범을 잡기 위해 조직된 특수범죄수사과 반장 오구탁을 연기했다. 이 영화는 지난 2014년 OCN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극장판이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마동석과 다시 호흡을 맞추고, 김아중과 장기용이 합류했다. 김상중은 1990년 연극으로 데뷔했고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해 왔다. 여기에 13년간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진행자 자리를 지키며 대중의 깊은 신뢰를 받아왔다.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는 그는 스크린 속 강렬한 카리스마 대신 재치 있는 입담과 따뜻한 인간미로 ‘중년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 CJ엔터테인먼트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북촌방향》(홍상수 감독) 이후 5년 만에 영화에 출연했다. 공백을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시나리오가 많이 안 들어옵니다(웃음). ‘그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을 하다 보니 진행자로서 품위를 손상시키는 캐릭터는 지양했어요. 막장 캐릭터나 진정성이나 개연성이 없는 악역은 가급적이면 피했죠. 그러다 보니 영화보다는 드라마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더 편안했던 것 같아요.”

‘그알’의 아우라와 배우 사이에서 딜레마도 있을 것 같다.

“30년의 연기생활을 하는 중에 13년을 ‘그알’과 함께했어요. 베네핏도 많았고 또 뭘 해도 ‘그알스럽다’는 반응도 있었죠. 개인적인 저의 생각은, ‘그알’을 통해 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배우입니다. 배우가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땐 특유의 전달력과 흡입력이 있죠.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되지 않나,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만, 이제는 김상중 하면 떠올려지는 게 어떤 작품의 캐릭터가 아니고, ‘그알’이에요. 그래서 그 의무감과 책임감을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쁜 녀석들》의 오구탁이라는 캐릭터는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최애 캐릭터입니다. 사실 ‘그알’은 탐사 프로그램이다 보니 시원한 한 방을 주지는 못합니다. 사건을 공론화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범인이 잡힌 적도 있고, 재수사를 하게 하는 영향을 끼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원한 한 방을 주지는 못하죠. 그러나 ‘오구탁’은 매 사건마다 시원한 한 방을 줍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성공했던 드라마를 영화화하는 작업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드라마 촬영 당시 (마)동석이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영화화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어요.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무거운 무드였죠. 그 부분을 영화에서는 보완했어요. 유머 코드를 넣어 유쾌하게 만들어졌죠. 드라마 속 액션은 보다 업그레이드됐고요. 《나쁜 녀석들》 마니아였던 분들이 본다면 아쉬워할 지점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가 보기엔 유쾌하고 통쾌한 범죄 오락영화입니다.”

마동석과의 재회는 어땠나.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이후 사적으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어요. 한데 사석에서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면 ‘그알’ 얘기밖에 안 해요(웃음). 동석이가 광팬이에요. 영화 쇼케이스 때문에 지난주에 만났을 때도 처음 하는 말이 ‘지난주 그 사건은 어떻게 된 거예요?’였어요. 동석이도 미제 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고, 또 그것을 영화화하고 싶어 하죠. 그래서 만든 이야기가 《범죄도시》이기도 하고요. 최근에 카톡을 주고받았는데 마지막 인사 멘트도 ‘그알 파이팅!’이었답니다.”

공연, 드라마, 영화, 시사 프로그램 등 활동 영역이 광범위하다.

“예전엔 누군가가 제게 ‘연예인’이라고 수식하면 떨떠름하게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격이 있어 보이는 것 같았거든요. 연예인이라고 하면 왠지 영역이 두리뭉실한 느낌이잖아요. 헌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배우이기는 하지만 넓게 보면 대중들과 소통하는 ‘대중문화예술인’, 즉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이가 들면서는 소통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렸을 땐 지금 제 나이 또래 선배들을 보면 하늘같았어요. ‘선생님’이라고 호칭했지요. 헌데 제가 그 나이가 되니 보니 후배들이 제게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면 삐쳐요. 하하. 저를 친근하게 생각하는 후배들도 많은데, 어찌보면 연극, 드라마, 시사프로그램을 하면서 팬덤이 넓어진 것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거리를 지나다니다보면 많은 분들이 편하게 대해주세요. 사진이나 사인을 요청하면 다 응해줍니다. 그들이 있기에 제가 있으니까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상중 하면 떠오르는 게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니라 ‘그알’입니다. 초등학생들도 절 보면 ‘그알 아저씨다!’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말해요.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받은 베네핏이 컸고 그래서 애정도 큽니다. 진행자로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나 행동은 스스로 절제하는 편이고요. 할 수 있는 만큼 ‘그알’ 진행자로 남고 싶어요. 물론 아까도 말했듯이 배우와 시사탐사 프로그램 진행자 사이의 딜레마가 있지만 그건 제가 풀어야 하는 숙제입니다. ‘그알’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니만큼 끝까지 잘 해내고 싶어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알’의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최근에 방송을 못 한 ‘김성재 죽음의 미스터리’에 대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저희의 기획 의도는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고 모독하고 몰아가는 게 아니라, 고 김성재가 20년 전 어떤 약물로 어떻게 죽었고, 그것으로 인해 모방범죄가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사건들이 진행됐는지를 다시 한번 알아보고 그것을 예방하자는 취지였어요. 누구의 인권 침해보다는 알권리를 충족시켜주자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재판부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이의 신청을 한 쪽의 손을 들어준 거죠. 현재 국민 청원이 20만을 넘었습니다. 방송을 원하는 국민이 많다는 의미죠. 13년간 ‘그알’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가처분 신청을 받았고, 수정이라는 과정을 거쳐 방송을 내보낸 적은 많았지만 방송 자체가 금지된 것은 처음이었어요.”

사생활 관리가 철저한 편이다. ‘그알’의 영향도 있을 것 같은데.

“답답하지 않으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한데 저는 오히려 혜택이 크다고 생각해요. 식당에 가면 반찬도 많이 주시고, 어딜 가도 연예인이라고 반가워해 주시죠. 그만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받은 만큼 갚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기에 늘 긴장하며 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행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운이죠. 처음 시작할 때는 ‘그런데 이 사건의 전개가…’ 식이었어요. 조금 더 긴장감을 주고 호기심도 유발하면서 예의를 갖춘 표현은 없을까, 고민했죠. 그러다가 군대에서 썼던 ‘말입니다’가 생각난 거예요. 한데 이렇게 유행어가 될 줄은 몰랐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나이에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그알’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한 일이죠.”

‘카리스마 있는 꽃중년’이라고 하면 김상중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평소 외모 관리를 어떻게 하나.

“시사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카리스마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보여지는 직업인데 당연히 관리를 해야 하죠. 저뿐만 아니라 다들 관리를 잘하잖아요. 몸매 관리를 위해 ‘1일 1식’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방송을 보듯 인터뷰도 술술, 리드미컬하게 진행됐다. 그는 한 마디 한 마디 허투루 답하는 법이 없었고, 집중했고, 집중하게 만들었다. 곳곳에 박혀있는 아재개그는 윤활유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김상중은 부족함 없는 인터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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