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목함지뢰 부상 군인 ‘공무상 상이’로 판정해 논란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7 14: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군에서 ‘전상’ 판정받은 하재헌 전 중사에 ‘공상’ 결정…2015년 사고 때 두 다리 잃어

국가보훈처가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당시 중사에 대해 ‘전상(戰傷)’ 판정을 내린 육군과 달리 ‘공상(公傷)’ 판정을 내린 것으로 9월17일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보훈처는 지난 8월7일 보훈심사위원회를 열어 하 중사에 대해 공상 판정을 내리고, 이런 결정을 보름 뒤 하 중사에게 통보했다. 하 중사의 부상을 무장폭동 또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입은 상이에 해당하는 전상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하 중사는 이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하재헌 하사가 2015년12월29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하재헌 하사가 2015년12월29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상'은 적과 교전이나 무장폭동 또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입은 상이를 뜻한다. 반면 '공상'은 교육·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 국가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등의 과정에서 입은 상이를 의미한다. 

하 예비역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부상 이후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했으며 지난 1월31일 전역하면서 "장애인 조정 선수로서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육군은 하 예비역 중사가 전역할 당시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해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로 규정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전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보훈처 보훈심사위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하 예비역 중사의 부상을 '전상'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명확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상으로 판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심사위는 그동안 군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지뢰사고에 대해 공상 판정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 예비역 중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보훈처가 보내온 (공상 판정) 문서에는 '일반 수색작전 중에 지뢰를 밟은 것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 '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상이 아닌 공상 판정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현재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로 판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소송까지도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보훈처의 이번 결정을 두고 과거 천안함 폭침 사건의 부상 장병들에 대해 전상 판정이 내려졌던 점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군 당국은 천안함 폭침 사건과 마찬가지로 목함지뢰 사건 역시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하 예비역 중사 부상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전상으로 인정할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보훈처 측은 이에 대해 "하 예비역 중사가 이의신청을 한 만큼, 이 사안을 본회의에 올려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의 군인사법 시행령과 보훈처의 유공자법 시행령에 있는 전상과 공상(규정)에 대한 일부 차이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 만큼, 앞으로 법률 개정 등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