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사회] ‘조국 사태’ 입시 특혜는 도덕성 문제 아닌 법적 문제
  • 이명웅 변호사(법학박사·전 헌법재판소 부장연구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4 13:00
  • 호수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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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 딸 논문과 장학금 지급은 헌법상 평등 원칙 정신과 교육기본법에 위배

헌법은 제11조에 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는 “평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국가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불평등한 대우를 하지 말 것과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의 권리”라고 규정했다(헌재 2001. 8. 30. 99헌바92등).

일반적으로 차별이 정당한지 여부는 자의성으로 판단한다(헌재 2011. 2. 24. 2008헌바56). “무릇 법 운영에 있어 객관적인 자의성을 주는 것은 법치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고 결국 법의 집행을 받는 자에 대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침해가 되는 것이다.”(헌재 1990. 4. 2. 89헌가113). 이러한 평등 원칙은 교육에 있어서도 적용된다. 이를 구체화한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월19일 서울대 학생들이 조국 장관 임명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하고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지난 9월19일 서울대 학생들이 조국 장관 임명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하고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특혜, 누군가에게는 부당한 차별과 불공정 초래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들에 관한 특혜와 입시 부정 문제는 폭이 매우 넓지만, 여기서는 초기에 드러난 의학논문 제1저자와 장학금 문제만 가지고 살펴본다. 조국 장관의 딸 조민이 의학논문의 제1저자가 될 실체적 능력과 자질이 없고, 그것이 부당한 이유(외국대 입시용)와 조작(조민의 소속 및 사전심의 위조)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밝혀졌다. 대한병리학회는 그런 이유로 이 논문의 게재를 취소했다. 조민이 제1저자가 된 것은 객관적으로 자의적인 것이었음이 명백하다. 조민은 그 의학논문의 저자가 된 것을 고려대 입시 자기소개서에 기재했다.

자기소개서의 자의적인 특혜는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가점이 됐을 것이다. 흔히 1~2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고려대 입시에서 그녀가 합격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 대신 누군가는 탈락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이나 서울대 환경대학원 장학금도 그녀의 성적이나 수강 상황을 볼 때, 그리고 다른 학우들의 경우와 비교할 때 객관적으로 자의적인 특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특혜들은 결국 조국 장관과 부인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 등과 연관돼 있다. 조민 자신만의 능력이나 자질, 혹은 지위 때문에 그러한 특혜가 주어지지 않았음은 명백하다. 의학논문의 주임교수와 부산대 장학금 수여 교수가 그녀의 부모를 알고 있었으며, 그 인식의 정도는 조민에 대한 특혜를 고려해 줄 만큼 강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나 사회통념과 경험칙에 부합할 것이다. 조민 자신도 누구보다 그런 특혜의 본질과 불공정성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본다. 또 그러한 특혜로 말미암아 누군가는 차별을 받아 입시에서 떨어지거나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조민이 받은 이러한 특혜들은 제로섬 게임으로 조민에게는 부당한 이득을 준 반면, 누군가에게는 부당한 차별과 불공정을 초래했던 것이다. 그러한 특혜는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취급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민을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만들어준 교수와 장학금을 수여하면서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한 부산대 의전원 교수,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조민 부모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행위를 한 것이다.

 

조국, 헌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대한 사실상 ‘공범’

조민과 함께 자의적인 특혜를 야기하고 그 혜택을 기꺼이 받아들인 그녀의 부모 역시 차별행위에 대한 사실상의 ‘공범’이라고 볼 수 있다. 조국 장관과 부인 역시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 등을 이용해 자녀의 차별취급을 의욕하고 실현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가 헌법상 평등 원칙의 정신과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가.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며, 사회생활의 중요한 문제를 규율하고 정서한다. 사실에 대한 당위를 설정하고 현실을 이에 부합시키고자 이끈다. 평등의 원칙은 차별취급을 금지하고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취급을 요구한다. 조국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 사건에서 보듯, 입시와 교육 과정에서 나타난 불공정과 자의성은 많은 젊은이와 국민의 분노와 비난을 초래했다.

그것은 단순히 도덕성의 훼손과 해당 입시제도의 잘못된 관행의 문제인가? 아니면 하나의 중요한 법적 문제인가? 그러한 국민적 분노와 비난을 야기하는 행위를 법이 규율하고 정서하고 있지 않다면 심각한 법의 흠결이 될 것이다. 필자는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이에 대해 규율하고 있다고 본다. 비록 그 규정들이 추상적이고 가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느 실정법(형사법)보다 가볍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회의 균등과 과정의 공정성과 결과의 정당성은 단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핵심과 본질에 해당하는 문제다. 정의는 법 규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모든 법의 목적을 구성한다. 법의 그물이 느슨한 것이 아니라, 법의 정신과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 등이 교육에 있어서 특혜로 세습되는 사회는 허울뿐인 민주주의 국가다. 교육과 입시가 중요할수록 그에 상응하게 형평과 공정성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준수돼야 한다. 조국 장관의 자녀에 관한 사안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실효화를 위한 우리 사회의 명백한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도덕이나 불찰의 문제가 아닌, 법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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