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손흥민과 국가대표팀의 손흥민은 왜 다를까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1 14:00
  • 호수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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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에서만 실종되는 손흥민의 득점력을 찾습니다”

손흥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9~20 시즌 첫 골이 리그 다섯 경기만에 터졌다. 1호 골에 만족하지 않은 손흥민은 멀티골을 기록하며 추석 연휴를 보내던 국내 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반복된 슬로 스타터라는 인식을 깨며 올 시즌은 초반부터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한국 시간으로 9월15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음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에서 손흥민은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시즌 1, 2호 골을 연속으로 터트렸다.

경기 후 적장인 로이 호지슨 감독이 “손흥민 같은 선수를 데리고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했다. 자신이 넣은 두 골 외에도 상대 자책골과 팀 동료 세르지 오리에의 추가골 모두 시발점 역할을 했다.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 후스코어드닷컴은 평점 10점에 9점을 매겼다. 유력지인 가디언은 “슈퍼 손을 앞세운 토트넘은 완벽한 경기를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최근 손흥민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2019년 월드베스트 후보 55인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이 포함된 15명의 공격진에는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모하메드 살라, 앙투안 그리즈만 등 세계 최고 선수들만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55인에 든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멀티골로 유럽에서 통산 118골을 기록하며 영원한 레전드 차범근이 보유한 한국 선수 유럽 최다골(121골) 기록에 성큼 다가섰다.

1월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경기가 잘 안 풀리자 답답해하고 있다. ⓒ 연합뉴스
1월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경기가 잘 안 풀리자 답답해하고 있다. ⓒ 연합뉴스

A매치에서 침묵한 손흥민, 소속팀 복귀하자마자 멀티골

그런데 불과 닷새 전의 손흥민은 다른 모습이었다. 국가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그는 득점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치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첫 경기에 나선 손흥민은 세 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은 커녕 유효슈팅도 없었다. 예선을 앞두고 가진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도 두 차례 슈팅을 시도해 유효슈팅 하나를 기록했을 뿐 득점과 도움은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지난 1년간 A매치 13경기에 출전한 손흥민은 지난 3월 콜롬비아를 상대로 단 한 차례 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에 토트넘에서는 50경기에 나서 22골을 넣었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활약이나 기록을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손흥민이 지닌 능력과 그에게 거는 기대치를 감안하면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A대표팀에서 침묵하다가 소속팀에 돌아가면 득점포를 가동하는 상황은 이전에도 나왔다. 아시안컵에 차출됐지만 득점 없이 8강에서 조기 탈락하고 돌아간 뒤 곧바로 토트넘에서 4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자 자연스럽게 대표팀과 벤투 감독이 손흥민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은 전술적인 문제다. 벤투 감독은 현재 4-1-3-2 전형을 주축으로 삼고, 경기 중 4-3-3 포메이션으로 변형을 준다. 최근에는 스리백도 테스트하고 있다. 그 안에서 손흥민이 투톱과 측면 공격수, 때론 플레이 메이커까지 너무 많은 역할을 맡는다. 그러다 보니 전방에서 득점을 할 수 있는 움직임에 집중하기보다 미드필드 3선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돕는 상황이 발생한다.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손흥민이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공을 받고 수비에 가담하는 장면은 헌신이라는 점에서 반가웠지만, 그만큼 그가 공격에 방점을 찍는 데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동료들이 손흥민을 돕거나 활용하는 데도 토트넘과는 차이가 존재한다. 크리스털 팰리스전은 가장 직접적인 비교가 됐다. 토트넘은 상대 밀집수비를 깨기 위해 좌우로 크게 흔드는 전환 패스와 대각 크로스, 그리고 후방에서 한 번에 날아가는 정확하고 긴 킬러 패스로 손흥민의 움직임과 결정력을 활용했다. 손흥민의 첫 번째 득점 장면에서는 중앙 수비수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빠르고 정확한 롱패스를 보냈고, 이를 받은 손흥민이 수비수를 속도로 제친 뒤 골대 먼쪽 포스트를 보고 슈팅을 해 골망을 갈랐다.

두 번째 골은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가 중앙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보냈고, 측면 수비수 오리에가 다시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올려 박스 안으로 침투한 손흥민이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나오진 않았지만 평소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날카로운 패스가 손흥민의 개인 능력을 한층 배가시킨다.

토트넘은 기본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전개를 공격의 기본 전술로 삼는다. 공간이 열리면 능숙하게 그곳으로 침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손흥민은 그 전술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다. 반면 벤투 감독은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만들어가는 빌드업 중심의 축구를 요구한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도 상대 수비를 뚫는 데 고전하고, 빌드업 중심의 축구를 선수들이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다 보니 손흥민에게 오픈 찬스를 만들어주는 경우가 드물다. 최근 2년간 손흥민의 A매치 득점이 우리가 주도하는 아시아권 팀과의 경기보다 속도를 살린 역습 중심 전략으로 맞붙는 유럽과 남미 팀과의 경기에서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살림꾼 아닌 해결사로 나서야 하는 ‘캡틴 손’

대표팀에 왔을 때 달라지는 손흥민의 마인드에 대한 지적도 있다. 토트넘에서는 해결사로 나서지만 대표팀에서는 지나치게 조력자 역할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A매치에서 9골을 넣으며 부동의 골잡이로 활약 중인 황의조가 손흥민 대신 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조지아전에서 황의조가 동점골을 넣는 과정을 보면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역할이 토트넘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정우영이 측면으로 길게 전환해 준 패스를 받은 것이 손흥민이고, 페널티박스 오른쪽에 접근해 크로스를 올려 황의조의 골을 도왔다. 크리스털 팰리스전의 추가골 장면에서 오리에가 맡은 역할을 손흥민이, 손흥민의 역할은 황의조가 대신한 장면이었다.

최근 국가대표 손흥민은 이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황의조와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춘 작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그런 모습이 본격화됐다. 그 대회에서도 황의조가 7경기에서 9골을 넣었고, 손흥민은 조별리그에서 1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손흥민 역시 “황의조를 비롯한 좋은 공격수가 있기 때문에 대표팀에서는 헌신하는 역할을 더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월드컵을 기점으로 팀 내 최고의 스타에서 주장 완장의 무게를 감내하는 리더가 되어야 하는 손흥민의 시야가 팀 전체를 향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헌신과 희생도 책임감을 발휘하는 방식이지만 대표팀에는 여전히 손흥민의 득점력이 필요하다. 대표팀 역사상 최고의 주장으로 평가받는 박지성이 손흥민이 좇아야 하는 롤모델이다. 2008년부터 국가대표 은퇴를 결정한 2011년까지 주장으로 활약한 박지성은 특유의 헌신적인 플레이 외에도 중요한 순간에는 어김없이 해결사로 나섰다.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보기 어려웠던 저돌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로 월드컵 예선과 본선을 이끌었다.

책임감과 헌신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의 문제다. 박지성은 오히려 소속팀에서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앞장서며 결과와 흐름 자체를 이끌었다. 만 27세의 주장인 손흥민도 주장으로서의 희생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감이 될 수 있다. 대표팀은 또 다른 살림꾼보다는 특별한 해결사를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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