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삐끗’ 요통엔 ‘2분 다리 올리기’가 특효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5 14:00
  • 호수 156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가 추천하는 요통 예방ㆍ완화법 4가지…통증 2~3주 계속되면 병원 가야

허리 통증은 감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 인구의 80%가 한 번쯤 경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감기가 약을 먹어도 낫고 먹지 않아도 호전되는 것처럼 요통도 대부분 그렇다. 특정 질환 때문에 병원 치료가 필요한 ‘병적 요통’은 전체 허리 통증의 15% 정도다. 나머지 85%는 ‘단순 요통’이다. 단순 요통은 특별한 치료 없이 생활습관에 변화만 줘도 좋아진다.

단순 요통은 일상에서 무리한 동작을 했을 때 생긴다. 흔히 ‘허리를 삐끗했다’고 표현하는 허리 통증은 허리뼈 부위의 인대가 손상돼 통증이 생기는 것(요추부 염좌)을 말한다. 잠자리가 불편하거나 의자에 오래 앉았거나 장시간 운전하거나 하이힐을 오래 신었거나 휴식 없이 무리하게 운동해도 허리 통증이 생긴다. 이런 것들을 싸잡아 단순 요통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 요통일 때 병원을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일상에서 허리 통증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 있었거나 허리에만 국한된 통증이라면 2~3주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2~3주 스트레칭하고 휴식해서 통증이 사라지면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통증이 허리부터 엉덩이와 다리까지 이어지거나(방사통) 2~3주 후에도 요통이 사라지지 않거나 걸을 때 쩔뚝거릴 정도로 현저한 마비 증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사실 단순 요통은 주변 근육이 손상된 것이 문제이므로 병원에 가도 특별한 점을 찾지 못한다. X선 검사를 받아도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진통제 정도만 처방받기 일쑤다. 허리가 아플 땐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때문인지 종일 집에서 누워 지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특정 질환이 없는 단순 요통이라면 일상생활을 하는 편이 이롭다는 게 전문의의 조언이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허리가 아프다고 누워 있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학계에서 추천하는 방법은 눕지 말고 일상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다만 무리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요통의 첫 번째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평소 바른 자세와 허리 근육 강화 필요

바른 자세란 척추를 곧게 유지하는 행동이다. 흔히 척추를 몸의 기둥이라고 표현한다. 그 주변 근육은 이 기둥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콘크리트와 같다. 평소 바른 자세로 척추를 똑바로 세우고 주변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 두면 허리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조대진 교수는 “일상에서 또는 직업상 나쁜 자세를 오래 취하거나 운동 부족으로 비만하거나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하면 허리에 스트레스가 축적되면서 만성 요통이 생긴다. 같은 직업이라도 남자보다 여자에게 만성 요통이 현저히 많이 생기는데 이는 허리를 지지하는 근육이 남성보다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소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생활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면 단순 요통은 물론 만성 요통과 병적 요통의 진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요통은 한마디로 무리하게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긴다. 척추엔 척추관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수도관이 낡는 것처럼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척추관이 퇴화한다. 그래서 디스크가 나오고 척추관이 협착되고 뼈도 조금씩 튀어나오고 삐뚤어진다. 이런 것들이 통증을 유발한다. 주변 근육이라도 척추를 잘 받쳐주면 좋은데 순간적으로 힘을 쓰거나 염증이 생기면 척추관을 잘 받쳐주지 못해 통증이 심해진다. 평소 척추 주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추천하는 단순 요통 예방과 완화법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그 첫 번째 방법은 누워서 다리 올리기다. 바르게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동작이다. 두 다리를 동시에 올리고 내리면 가장 좋지만 힘들면 한 다리씩 번갈아 해도 된다. 다리를 들어올릴 때 다리를 쭉 펴지 않고 자연스럽게 구부려도 된다. 또 바른 자세로 누워 아랫배에 힘을 주는 동작만으로도 등 근육이 좋아진다. 강희철 교수는 “허리 통증 예방과 완화에 가장 좋은 것은 스트레칭이다. 스트레칭은 서거나 앉아서 할 때보다 누워서 할 때 더 효과적이다. 서거나 앉으면 근육이 긴장하지만 누우면 이완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매 시간 1~2분이라도 하면 가장 좋다. 또는 잠자리에 들기 전과 후, 식사 후, 외출 전과 후 등 틈날 때마다 2분 정도씩 누운 자세에서 다리 올리기를 하면 요통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수건 1장으로 허리 통증 줄인다”

두 번째 방법은 누워서 엉덩이 올리기다. 바르게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무릎을 세운 후 엉덩이를 천천히 올렸다 내리는 동작이다. 15~30회씩 하루에 2~3번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이 동작은 단순 요통뿐만 아니라 추간판탈출증 환자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척추 질환을 예방하는 1순위는 퇴행성 변화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의사들은 퇴행성 변화를 늦추는 운동으로 엉덩이 올리기 동작을 추천한다. 조대진 교수는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이라고 하지만 실제 기둥 역할은 60~70%이고 나머지 30~40%는 척추 주변 근육(기립근)과 인대가 담당한다. 평소 척추 기립근과 장요근(허리 주변 근육) 발달에 좋은 엉덩이 올리기와 같은 운동으로 요통의 빈도나 강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방법은 수건 받치기다. 수건을 5번 정도 접으면 약 10cm 두께가 된다. 이 수건으로 통증이 있는 골반 부위를 받친다. 골반을 뒤쪽에서 보면 가운데에 엉치뼈가 있고 양옆으로 두 개의 엉덩뼈가 서로 관절로 맞물려 있다. 이 관절을 엉치엉덩관절(천장관절)이라고 한다. 이 관절은 평상시에는 견고하게 붙어서 움직이지 않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 틀어지면 주위 근육과 인대가 긴장해 통증을 일으킨다. 엉치엉덩관절이 틀어지는 원인은 주로 잘못된 자세나 습관 그리고 엉덩방아를 찧는 등 외상이다. 틀어진 골반은 X선 검사로 진단하기 쉽지 않고 많이 진행된 상태가 아니라면 MRI로도 발견할 수 없다. 경험 많은 전문의가 손으로 만져 진단한다.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은 “통증이 허리 가운데에서 생기는 것 같지만 사실 왼쪽 또는 오른쪽 한쪽만 아픈 경우가 많다. 그쪽 골반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그 부위를 수건으로 받치고 바르게 누워 10분 정도 있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다. 긴장된 주변 근육이 풀려 통증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허리 근육 통증 반복되면 척추 문제일 수도

네 번째 방법은 회피 요법이다. 일상에서 무리한 동작을 최대한 하지 않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허리에 좋지 않은 운동도 피해야 한다. 쭈그린 자세, 윗몸 일으키기, 골프, 고양이 자세 등은 요통을 유발하는 자세와 운동이다. 반면 수영과 체조는 허리에 좋은 운동이다. 조대진 교수는 “의학적으로 가장 좋은 치료는 회피 요법이다. 일상에서 무리한 동작을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이 단순 요통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급격한 자세 변화를 조심하거나 충분한 쿠션이 있는 잠자리(척추 곡선을 유지할 수 있는 편안한 잠자리)를 갖추는 것이다. 오래 앉아 있을 때나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1시간에 1~2분 스트레칭을 하고 걸을 땐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게 좋다. 운동할 때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해야 한다. 적절한 스트레칭, 휴식, 반신욕으로도 단순 요통은 1~2주 이내에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단순 요통이라도 원인은 있다. 대부분은 순간적인 행동 변화로 근육이 손상돼 허리 통증이 발생하지만 요통이 오래가면 척추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게 이롭다. 김원 교수는 “원인이 불분명한 비특이적 요통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호전된다. 그러나 허리 통증은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단순히 허리 근육의 문제일지라도 반복적으로 근육이 뭉치거나 아픈 것은 척추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디스크 문제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1 다리 올리기

- 누운 자세에서 두 다리를 동시에 올리고 내리면 가장 좋지만 힘들면 한 다리씩 번갈아 해도 된다.

- 다리를 들어올릴 때 다리를 쭉 펴지 않고 자연스럽게 구부려도 된다.

- 잠자리에 들기 전과 후, 식사 후, 외출 전과 후 등 틈날 때마다 2분 정도 한다.

2 엉덩이 올리기

-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무릎을 세운 후 엉덩이를 천천히 올렸다 내린다.

- 15~30번씩 하루 2~3회 한다.

-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늦추는 행동이므로 추간판탈출증 환자에게도 유용하다.

3 수건 받치기

- 수건을 5번 정도 접으면 약 10cm 두께가 된다.

- 이 수건으로 통증이 있는 골반 부위를 받치고 10분 정도 눕는다.

- 골반이 틀어져 생긴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요통 수술을 고려하는 기준은 ‘마비 증상’ 유무

추간판탈출증·척추관협착증·척추전방전위증이 대표적 척추 질환

척추 질환으로 허리 통증이 생긴다. 치료가 필요한 이른바 ‘병적 요통’이다. 요통 증상을 유발하는 척추 질환으로는 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이 대표적이다.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병적 요통으로는 허리 통증뿐만 아니라 다리 저림이나 걸을 때 다리가 터질 듯한 느낌 등 다양한 이상 감각도 생길 수 있다. 심하면 마비 증세까지 나타난다. 원인 질환이 많으므로 척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흔한 척추 질환은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탈출증이다. 이는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본래 자리에서 이탈하는 질환이다. 추간판이 제자리에서 이탈하는 이유는 허리에 무리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다. 또 평소 허리에 부담을 주는 생활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도 추간판에 퇴행성 변화를 준다. 통증은 허리부터 시작해 무릎 밑이나 발가락까지 내려가면서 다리가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기도 한다. 디스크 환자의 80~90%는 약물·주사·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3개월 이내에 회복된다. 추간판이 신경을 강하게 압박해 마비 증상을 보이면 수술이 필요하다.

척추엔 뇌부터 팔다리까지 이어지는 신경이 지난다. 이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척추관이다. 세월이 흐르면 척추관 벽이 점점 두꺼워져 통로가 좁아진다. 그래서 그 통로에 있는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기는 병이 척추관협착증이다. 신경을 압박하므로 엉덩이, 종아리, 발목의 감각이 떨어지고 저린 증상이 생긴다. 한 번에 100m 이상 걷기가 힘들 정도로 요통도 심해진다. 걷다가 쉬거나 쪼그려 앉은 후 다시 걸을 때 다리가 터질 것 같은 증상(파행증)을 보인다. 이 병을 진단받으면 안정, 운동 제한, 약물치료,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 받는다. 이런 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 저하, 신경 손상, 마미증후군 등이 생기면 수술로 치료한다.

척추뼈가 배 쪽으로 밀려 나오는 경우(척추전방전위증)도 있다. 척추 발육 부진, 척추 연결고리 뼈의 골절, 척추 노화로 인한 인대와 근육의 퇴행, 외상 등 원인은 다양하다. 앉았다가 일어서서 걸을 때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심한 게 특징이다. 다리 통증이나 요통이 심하지 않아 다소 불편한 정도라면 허리 보조기, 진통소염제로 급성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신경 주사와 신경차단술 등 주사 요법도 있다. 가장 중요한 보존적 치료는 걷기, 허리 운동, 수영 등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