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외상 거래로 지역주택조합 승인 논란
  • 부산경남취재본부 서진석·황최현주 기자 (sisa526@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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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주들 “부당한 매도청구권에 재산권 침해 심각”
김해시, 조합 “절차상 위법 행위 없다”

경남 김해시 삼계동 한 지역주택조합이 사업계획승인 인가 전 소유권을 확보해야 하는 유상매각 대상 국공유지를 김해시가 ‘추후 매입’이라는 약속에 의지해 사업을 승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작년 1월 17일 김해시에 기획재정부 소유 토지는 유상매각 대상임을 알리며, 매매체결 전까지 대부계약을 체결하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현재까지 해당 토지는 조합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저널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작년 1월 17일 김해시에 기획재정부 소유 토지는 유상매각 대상임을 알리며, 매매체결 전까지 대부계약을 체결하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현재까지 해당 토지는 조합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저널 

사유지에 매도청구권 발생시킨 수상한 토지확보율

문제의 사업부지에는 2018년 말부터 김해시 삼계동 620번지 일대에 건립 중인 한라비발디센텀시티 아파트가 조성되고 있다. 1900여 세대인 이 아파트 단지는 삼계두곡지역주택조합이 사업주체다. 해당 조합은 지난 2017년 4월 조합설립인가 후 이듬 해 3월 말 사업 요건인 95% 토지를 확보했다며 김해시로부터 사업 인가를 받았다.

이후 조합은 나머지 5% 토지에 대해 매도청구를 행사하기 시작했다. 매도청구권이란 사업시행자가 사업지 토지 95%이상을 확보하면 사업 시행에 동의하지 않은 지주의 토지나 건축물을 매도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삼계동 일대 일부 지주들은 유상매각 대상인 국공유지를 조합이 소유권 취득 없이 사업승인 인가를 받기 위해 95%로 부풀렸고, 이에 따라 매도청구권이 발생해 3.3㎡ 당 1400여만원에 육박하는 땅을 700만원에 팔아야 할지 모르는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 했다.

해당 토지에는 국공유지 14.22%가 포함돼 있다. 이 중 국유지 5.59%와 시유지 1.00% 등 총 7.57%는 조합이 취득해야 하는 유상매각 대상이다.

이에 일부 지주들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토지, 즉 사업 승인일까지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은 토지를 제외하면 조합의 실제 토지확보율은 87.43%밖에 되지 않으므로 법에서 요구하는 95%에 미달, 사업승인도 받을 수 없고 매도청구권 행사도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지주 A씨는 “토지 확보율 미달은 사업 인가 조건의 심각한 결격 사유”라며 “사업의 원천 무효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주 B씨는 “문제의 95% 때문에 조합과 소유권이전을 다투는 소송이 끝나기도 전에 가건물과 수목을 훼손당하거나 토지가 사업부지에 흡수되는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은 김해시가 사업승인을 인가했기 때문에 매도청구가 가능했다며 공을 시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적으로 문제될 행위는 전혀 없었다”며 “그렇지 않다면 당초부터 김해시가 사업승인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시 또한 정당한 승인 절차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주택법 21조 아전인수(我田引水) 해석으로 분란 남겨

법은 어떨까? 주택법 21조에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으려는 자는 해당 주택건설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단서 조항으로 ‘사업부지에 국공유지가 포함돼 있을 경우 해당 토지의 관리청이 사업주체에게 매각하거나 양여할 것을 확인한 서류를 제출하면 토지를 확보한 것으로 본다’고 나와 있다.

사업을 인가 받기 위해서는 ‘소유권’을 확보해야 하지만 국공유지의 경우 ‘팔겠다’는 의사 표시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관련 서류만 확인하면 이견이 없을 장면인데 왜 지주들과 김해시가 대립하고 있을까? 지주들은 국공유지 관리청의 매각 승낙서를 보여 달라는 입장이지만 김해시는 ‘사업 인가 후 매각 대상’이라는 공문으로 충분히 매매 승낙에 갈음할 수 있다며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산관리공사는 2018년 1월 조합과 김해시의 매수 관련 질의에 ‘조합설립인가 및 사업승인 고시 후 유상매각 대상 토지’라고 답변했다.

이에 지주들은 “자산관리공사의 공문에 사업 인가 후 매각 대상이라고 분명히 나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외상으로 토지확보율을 인정한 김해시의 잘 못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도 지주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협의의견서에 ‘준공 전 매각 가능하다’ 등의 조건부 승인이 명시돼 있다면 사업인가 전이라도 토지확보율에 포함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토지확보율에 포함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해시는 “나중에라도 팔겠다는 말 아닌가. 사업 인가 후 매각을 고수한다면 국공유지가 5.1%만 포함되어 있는 땅은 영원히 95%를 확보하지 못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냐?”며 거듭 사업 인가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주들은 “법대로 해야 한다. 국공유지가 수 십% 포함된 땅은 아예 사업을 하지 않으면 되고 소규모일 경우, 예를 들어 7%~8%라면 주변 토지를 추가로 매입하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외상으로 토지확보율을 올려 사업을 승인 받고 매도청구권을 발생시켜 시민에게 고통을 줘서는 안된다"며 행정 소송과 감사원 고발 등 일전 불사를 선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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