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 처제 수면제 먹이고 잔혹하게 살해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0 13:00
  • 호수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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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 1·2심 사형 선고했으나 파기환송 후 무기로 감형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는 잔혹한 살인마였다. 그는 결혼 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서 살았다. 경제적 능력이 없던 이씨는 사사건건 아내와 갈등을 빚었다. 급기야 그의 아내는 1993년 12월18일 두 살배기 아들을 두고 가출했다. 이씨는 아내에게 앙심을 품고, 처제 A씨(20)를 성폭행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아내 가출 약 한 달 후인 1994년 1월13일, 이씨는 A씨에게 연락해 “토스터기를 줄 테니 가져가라”며 집으로 유인했다.

A씨가 찾아오자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음료수에 타서 건넸다. A씨가 잠들자 옷을 벗긴 뒤 성폭행하며 욕구를 채웠다. 얼마 후 잠에서 깨어난 A씨는 형부에게 성폭행당한 것을 알고 방 안에 쪼그려 앉아 울기 시작한다. 범행이 탄로 날 것이 두려웠던 이씨는 A씨의 머리를 망치로 4차례 내려친 후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그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곧바로 시신 은폐에 들어갔다. 머리는 검은 비닐봉지로 싸고, 그 위에 청바지를 뒤집어씌웠다. 그런 다음 평소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에 싣고 약 1km 떨어진 철물점 차고에 유기했다.

다음 날 철물점 주인은 물건을 덮어놓은 파란색 덮개 안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의 마지막 동선을 추적했다. 언니 집에 들어간 이후의 행적 파악이 안 되자 이씨가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이씨 주변을 집중 탐문해 그의 집에서 “새벽까지 물소리가 났다”는 제보를 받게 된다.

9월19일 반기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장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월19일 반기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장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은 집 안 정밀수색에 나섰다. 그리고 세탁기 아래에 있는 장판지 조각에서 혈흔을 발견했다. 감정 결과 A씨의 유전자가 검출됐고, 이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된다. 그는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경찰이 내민 증거 앞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이씨는 성폭행, 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자신을 믿고 따른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유기하는 등 죄질이 불량할 뿐만 아니라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점과 뉘우침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상고심인 대법원은 “피고인의 범죄가 반인륜적인 행위임에는 틀림없으나 성폭행 이후의 살해까지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가 불분명하므로 충분한 심리로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파기환송 이유에 대해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으로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적용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강간할 마음을 먹고 원심 판시와 같이 계획적이고도 치밀하게 저지른 것으로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 후에 있은 살인 범행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것까지 사전에 계획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자료는 찾아볼 수 없으므로 면밀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후 재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수형기간 내내 부산교도소에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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