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청와대…출구 안 보이는 ‘조국 사태’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3 08:00
  • 호수 156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기채 변호사 ,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서 조국 부인 변호인으로 급선회

지난 8월, 청와대 민정실에 인사가 예고됐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홍기채 변호사(법무법인 다전)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명 직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이후 홍 변호사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청와대 비서관에서 조 장관 부인 변호인으로 급유턴한 셈이다. 다음은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 

“7월26일, 조국 전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김조원 수석이 임명됐다. 신임 민정수석이 왔기 때문인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사의를 표했다. 박 비서관 본인이 너무 오랫동안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그만 물러나고 싶다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의미 아니겠나. 박 비서관의 후임으로 홍기채 변호사가 낙점됐다. 홍 변호사는 면접까지 마치고 임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홍 변호사 임명이 취소됐다. 당시 상황을 들어보니, 박 비서관은 이미 짐까지 다 싼 상태였고, 홍 변호사는 청와대로 차를 몰고 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박 비서관은 짐을 다시 풀고 홍 변호사는 차를 돌렸다고 하더라. 그만큼 갑작스러웠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조국 논란이 확산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박 비서관의 교체 시도가 많은 의미를 지닌다고 풀이하고 있다. 박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거의 유일하게 검찰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직제를 개편하면서 반부패비서관을 신설했고, 이 자리에 박 비서관을 처음으로 앉혔다. 당시 청와대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부정부패 청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박 비서관은 어떤 타협도 없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집행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박 비서관이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박 비서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다가 박근혜 정부와 정면 대립했고, 이후 보복성 인사로 좌천됐다. 그리고 결국 2016년 검찰을 떠났다. 여권 관계자는 “박 비서관이 검찰 내에서 신망이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 검찰과의 소통 업무를 담당했다”면서 “윤석열 총장이 임명되면서 박 비서관의 역할이 더 커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는데 갑자기 사표를 썼다고 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왼쪽)과 홍기채 변호사 ⓒ 시사저널 박은숙 

박형철, 청와대에서 검찰 소통 역할 맡아

실제로 윤 총장도 인사청문회 당시 청와대의 친분 있는 인사로 박 비서관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박 비서관으로서는 윤 총장이 부담스럽지 않았겠나. 국정원 사건 당시 박 비서관은 부팀장으로, 팀장이었던 윤 총장을 모셨던 관계”라면서도 “윤 총장 취임 후 첫 인사를 두고 윤 총장과 박 비서관이 대립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인사만 윤 총장의 뜻이고, 나머지는 박 비서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이 박 비서관을 끝까지 잡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수석의 박 비서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 비서관이 보고서를 잘 쓴다는 것은 검찰 때부터 유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수석의 첫 번째 공식 행보에 박 비서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김 수석은 8월5일 자신의 이름으로 된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공직기강 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회의를 주관한 것이 박 비서관이다.

이런 역할을 대신할 홍기채 변호사의 이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청와대가 윤석열 총장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홍 변호사를 점찍었다는 것이다. 홍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8기로 창원지검과 대전지검에서 특수부장으로 활약했다. 이른바 ‘특수통’이다. 과거 대검 중수부에서도 인연을 맺었다. 홍 변호사는 2012년 대검 중수부 연구관으로 있으면서 ‘최재경(당시 중수부장) 사단’으로 불렸는데, 윤 총장 역시 2012년 7월까지 중수1과장으로 재직하며 최재경 부장을 보좌했다.

홍 변호사는 다전 대표 변호사가 되기 전까지 법무법인 담박에서 근무했다. 담박은 윤 총장의 절친인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만든 로펌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검찰과의 소통을 맡아왔기 때문에 후임도 이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후임 인사에서 윤 총장과의 인연이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면서 “홍 변호사 임명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을 두고 청와대가 윤 총장과의 소통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檢, 조국 민정수석 시절도 들여다본다”

이처럼 ‘조국 사태’는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논란 끝에 9월9일 임명된 조국 장관은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장관의 검찰 개혁 방향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검찰에 대한 감찰 기능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 장관은 인사와 예산을 책임지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검찰국장에 비(非)검사를 임명할 방침이다.

그러나 조 장관을 향한 검찰의 칼날은 무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역대급 수사인력이 투입돼 조 장관 일가와 관련된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고, 연일 언론을 통해 조 장관 측에 불리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2의 논두렁 시계’ 사태를 보는 것 같다”며 검찰발 언론 기사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청와대의 처지 또한 조 장관과 더불어 심각하다. 리얼미터-tbs의 9월16~1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43.8%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부정평가는 53%를 기록하며 취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듯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소개한 박형철 비서관 교체 소동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간의 관심은 검찰이 시작한 수사가 어디까지 뻗어갈지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현재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있었던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국회 패스트트랙 법안 채택 과정에서 발생한 국회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서울남부지검이 경찰로부터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상황이다. 살아 있는 정권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큰 건을 하나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만약 검찰이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의혹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인 ‘사정모드’에 돌입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의도에 태풍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은 최근 조 장관과 관련된 딸의 입시부정 의혹, 부인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 웅동학원 재산과 관련된 동생 부부의 의혹까지 다각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에 포함된 수사인력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전원이 투입되다시피 하고 있으며, 금융수사 전문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인력까지 충원했다. 과거 대검 중수부가 있을 때보다 수사 투입 인력이 더 많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검찰은 이와 함께 조국 민정수석 시절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2017년 하반기 감찰 중단 의혹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건은 본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2월 고발한 사건으로, 그동안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당시 유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었으며 조국 장관이 민정수석이었다.

김 전 수사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폭로하면서 감찰 무마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그는 올해 2월 기자회견에서 “당시 유 부시장이 미국에서 찍은 휴대전화 사진을 통해 벤츠 승용차 두 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공무원 급여로 누리기 힘든 환경이 다수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에도 이 사건을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2~3차례 조사 이후 갑작스럽게 감찰이 중단되면서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이 건은 ‘특감반 파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특감반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이때 이후부터 특감반 내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윗선에서 특감반 인력들에 대해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유 부시장 건에서는 휴대전화에서 정치인들에게 청탁한 듯한 정황도 발견됐지만 진행이 안 됐다. 감찰이 무마된 후 김 전 수사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려 하면서 모든 사태가 터지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동부지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함께 청와대 특감반 관련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유 부시장 건은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경우에는 비위 의혹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입증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감찰이 무마되면서 후속 조치가 되지 않았다. 감찰을 중단시킨 것이라면 직권남용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 수사관 ⓒ 시사저널 박은숙 

“검찰 특수부가 왜 필요한지 보여줄 것”

다른 한편에서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는 9월10일 경찰로부터 패스트트랙 충돌 고소·고발 사건 18건의 수사자료를 넘겨받았다. 사건에 연루된 피고발인은 121명이고, 자유한국당 의원이 59명으로 가장 많다. 법조계에서는 여야 충돌 당시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진 사실이 있고, 방송사 영상이나 휴대전화 촬영 영상 등 증거자료가 충분해 고발당한 의원들 중 상당수에 대한 기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매우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당장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는 데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기소된 상태에서는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수사 결과에 따라 추후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조 장관 일가 의혹 사건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검찰이 출처로 의심받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각 언론사에서 나오는 관련 기사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다. 전직 중앙지검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결국은 공소장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고심이 깊겠지만, 특수부가 모조리 달라붙은 이상 결과물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조 장관 이상의 ‘큰 건’을 잡아놓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현직 청와대 고위직 인사 몇몇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사실상 조 장관에 대해 ‘비토’ 의사를 내놓은 검찰이 상황의 추이에 따라 패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검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은 좋든 싫든 현 정권과 맞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재 수사에 있어서도 출구전략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최상의 결과를 내는 것뿐”이라며 “이 결과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처럼 ‘살아 있는 권력’에 더 큰 칼을 들이댈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이 공공연하게 특수부 축소를 거론하고 있는 와중에 검찰 특수부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 정권이 특수수사 축소를 노리고 있지만, 현재의 대규모 특수부를 허용한 것도 현 정권이다. 이 상황에서 특수수사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 특수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