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큐레이터 첼리스트 윤지원...미술에 클래식 선율 더하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황최현주 기자 (sisa5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3 17: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악과 미술 작품이 한 자리에서 만나면 또 다른 예술 세계가 열린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클래식 예술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향유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유일 큐레이터 첼리스트라는 신(新)직업을 갖고 있는 윤지원(32)씨는 ‘딱딱하다’. ‘지루하다’ 등의 관념이 지배적인 고전예술과 역사를 첼로 연주와 해설을 통해 많은 대중들에게 더 쉽고, 흥미진진하게 접근하고 있어 크게 주목받고 있다.

큐레이터 첼리스트 윤 씨는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 프랑스 베르사유 국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 및 실내악과정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석졸업 했다. 또한 코윈프랑스(재불한인여성회)로부터 차세대 아티스트에 선정됐으며, 1인 공연 기획사 아트콤플렉스(ARTCOMPLEX)를 설립해 클래식과 조형예술 예술융합공연을 했다.

윤지원 큐레이터 첼리스트
윤지원 큐레이터 첼리스트 ⓒ윤지원

지난 2017년과 2018년 연달아 코윈프랑스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윤씨는 그동안 음악과 미술의 협업 예술공모전을 열어 음악과 미술, 역사를 접목시킨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해왔다. 큐레이터 첼리스트는 눈으로 보는 미술과 귀로 듣는 첼로 음악 여기에 입으로 하는 해설까지 겸비해 관객들에게 예술 작품이 전해주는 느낌과 의미, 역사적 배경 등을 보다 알기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음악공부를 떠난 프랑스 유학생에서 큐레이터 첼리스트로 위상을 조금씩 넓혀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는 윤 씨는 프랑스와 한국을 바쁘게 오가며 ‘렉처콘서트’라는 강의 형식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큐레이터 첼리스트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어떤 직업인지.

“큐레이터(Curator)는 잘 아시다시피 학예사다. 학예사는 법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이 될 수 있다. 나는 작년 준학예사 시험에 합격해 큐레이터 자격을 취득했다. 큐레이터 첼리스트란 직업을 쉽게 이해시켜드리자면 학예사와 첼로 연주가인 첼리스트를 합친 말로, 미술과 음악 두 가지 모두 전문성을 가지고 강의 형식의 콘서트를 기획·공연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큐레이터 첼리스트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로써는 내가 유일무이한 큐레이터 첼리스트다. 그렇기에 가지는 자부심은 상당하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특별한 계기.

“유년시절 미술 조기교육을 받았다. 첼로는 고교 재학 시절 알게돼 공부했는데, 친오빠가 바이올리스트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나는 첼로를 배우게 됐다. 첼로를 연주하면서 항상 남아 있는 미술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파리 유학 당시 미술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고, 갈 때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감상할 때 음악을 들으면 분위기가 산만해져 감동을 느끼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음악과 미술 작품이 함께 할 때 주는 색다르고 또 다른 감동을 크게 느꼈다. 그 때부터 이러한 감흥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목표를 잡게 됐고, 본격적으로 큐레이터 첼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6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김수로왕릉에서 진행한 문화재청의 문화재야행 ‘가야톡’ 공연 모습. ⓒ윤지원 큐레이터 첼리스트
지난 6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김수로왕릉에서 진행한 문화재청의 문화재야행 ‘가야톡’ 공연 모습. ⓒ윤지원 큐레이터 첼리스트

콘서트나 강연회 등을 활발히 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유일하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 무에서 유를 개척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관객들의 편견이다. 많은 분들이 첼로와 미술의 퍼포먼스 쯤으로만 인식하고 있어 이를 설명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현재까지도 느낀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있어 모든 부분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도 쉽지 않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만류도 장기간 지속되면서 '그만둘까?'라고 마음 먹은 적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그만둘 수 없었다.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는 법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의 가치를 전하고 그것을 향유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나를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예술과 문화, 역사가 주는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요즘도 간간히 슬럼프가 찾아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개최 예정인 렉처콘서트 등을 떠올리며 극복하고 있다.”

‘렉처콘서트’ 진행 성과와 향후 계획은.

“렉처콘서트는 ‘강의 하다’라는 뜻의 lecture와 ‘공연하다’라는 뜻의 concert를 합친 단어로, 강의형식의 콘서트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고전예술과 역사는 생소하고 어렵다는 느낌을 가진다. 그런 분들에게 쉽게 나가갈 수 있도록 풀어서 선보이고자 다양한 내용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프랑스와 국내 각지에서 렉처콘서트를 활발히 진행해왔고, 현재도 계획 중인 것들이 있다. 올해 김해에서는 지난 4월 가야문화대전 당시 KNN라디오 특설무대에서 진행한 ‘두근두근 가야사’ 공연과 6월 김수로왕릉에서 문화재청의 문화재야행 ‘가야톡’ 공연을 21일과 22일 연이어 진행했다. 공연을 진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만큼 시민들 역시 금관가야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사실에 놀라곤 한다.

앞으로는 이보다 한 단계 더 성숙된 내용으로 렉처콘서트를 진행하고 싶다. 물론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국내 유일 큐레이터 첼리스트라는 타이틀이 나에게 있는 한 즐겁게 준비해나가겠다”

윤씨는 오는 10월 24일 김해문화의 전당에서 ‘바그너와 칸딘스키까지’라는 제목으로 렉처콘서트를 진행 할 예정이다. 이 날 공연은 오페라의 거장이자 총체 예술의 창시자인 바그너의 예술세계와 그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은 말러, 니체, 빌 게이츠, 칸딘스키 등 ‘바그네리안’에 대한 이야기, 문화예술의 파급효과를 음악과 미술, 해설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