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달 연대기》를 향한 조롱, 과연 정당한가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8 12: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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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초대작 판타지라는 실험…모험은 늘 도전이다

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 대작인 tvN 《아스달 연대기》가 논란 속에 끝났다. 전체 제작비 규모 540억원에 회당 제작비 30억원 내외에 달하는 한국 드라마로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초대작이어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를 쓴 김영현·박상연 작가 콤비와 《성균관 스캔들》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의 작품이며 송중기와 장동건의 드라마 복귀작이라는 점도 화제였다.

한국 드라마로서는 초유의 상고시대 설정이다. 그동안 한국 사극 드라마의 배경은 주로 조선시대였다. 조선시대는 관련 자료도 많이 남아 있고 시청자들이 보유한 배경지식도 풍부해 친숙한 시대 배경이 된다. 그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가 가끔 배경이 되고, 최대한 많이 거슬러 올라가도 고구려 초기(《주몽》 《태왕사신기》) 정도가 시대 배경이었다. 그런데 《아스달 연대기》는 놀랍게도 역사가 쓰이기 전인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눈길을 모았다. ‘아스달’이란 단어가 고조선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고조선 건국 이야기로 기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도 컸다. 대작의 성공사례가 많지 않고 한국 드라마에서 원시시대와 고조선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가늠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마침내 방영이 시작됐는데 시청자 반응이 최악이었다. 도대체 540억원을 어디다 썼느냐는 비난이 쏟아지며 시청률도 오르지 않았고, 관련사 주가도 떨어졌다. 《아스달 연대기》의 부족한 지점을 지적하며 조롱하는 것이 인터넷 문화로 자리 잡을 만큼 시청자들은 적대적이었다. 많은 실패 사례가 있었던 한류 블록버스터 잔혹사가 재현되는 것 같았다.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한 장면 ⓒ tvN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한 장면 ⓒ tvN

어색한 설정과 표현이 몰입 방해

일단 문명이 시작되기 전인 원시시대와 청동기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초기 국가 형성기를 동시에 그린 것이 문제가 됐다. 처음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공존하는 상고시대처럼 묘사됐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고도의 문명사회가 전개되자 앞뒤가 맞지 않는 설정이 시청자를 자극했다.

고조선 이야기라고 알려진 것도 문제였다. 순수한 상상이라고 했으면 그러려니 하고 봤을 텐데, 고조선 배경이라고 하니 시청자들이 고조선 실제 역사와 드라마 내용을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비난할 빌미가 됐다. 극 중의 최강 괴물족을 ‘뇌안탈’이라 명명한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네안데르탈인을 연상하게 해서 이것도 역사 고증 비판의 빌미가 됐다. 네안데르탈인이 활동했던 시대 상황과 드라마 내용을 세세히 비교하게 됐던 것이다.

원시시대 묘사 자체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원시시대 인류의 모습은 주로 서양 콘텐츠를 통해 주입된 것이다. 서양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크고 거친 체형, 강렬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어 원시적인 야수성이 잘 표현된다. 반면에 동양인은 작은 체구, 부드러운 피부, 빈약한 근육, 평평하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외형으로 원시적인 모습을 표현했을 때 서양 콘텐츠에 비해 뭔가 어설픈 ‘짝퉁’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게다가 원시시대나 야만적인 중세 풍경이 서구 콘텐츠를 통해 각인됐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시도를 하든 마치 따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생겨났다.

모든 설정이 낯선 것도 문제였다. 아스달, 아사신, 아라문 해슬라, 이소둔영, 칸모르 등 새로운 개념들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개념들을 난사하자 시청자들이 혼란에 빠졌고 급기야 작품 자체에 적대감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런 집단적 적대와 조롱은 너무 지나친 것이었다. 《아스달 연대기》는 기본 이상의 몰입도를 갖춘 작품이었다. 물론 제작비 540억원의 기대치엔 못 미쳤지만 그래도 한국 드라마 상위 10% 안에 들어갈 정도의 재미는 있었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시도에 너무 엄격한 태도를 취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하면 당연히 어설프기도 하고 낯설어 어색한 점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새로운 성취를 찾아 격려해야 거기에 고무돼 또 다른 모험적인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 tvN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3부에 이르러서 작가의 야심이 확연히 전달됐다. 작가들은 이 작품을 통해 어느 특정 시대상을 재현한 것이 아니었다. 인류 역사 초기에 국가, 종교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인류학적인 접근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작품 초반부터 그런 개념과 관련한 대화와 설정이 많았고, 그게 시청자를 지루하게 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1~2부에 걸쳐 그게 누적되고 복잡한 설정들이 이해돼 세계관이 정립되자 3부에 이르러 스토리의 폭발력이 나타났다. 송중기가 밑바닥에서 시작해

영웅신에 등극하고, 장동건이 아라문 해슬라의 가짜 재림으로 왕이 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앞으로의 격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제야 비로소 시청자가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 것이다. 감정이입의 대상이 생긴 것도 중요하다. 중반부까지 이 작품엔 시청자가 이입할 대상이 없었는데, 마침내 3부에서 이나이신기 송중기에게 시청자가 몰입하게 됐다. ‘재미’를 느낄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시즌 2로 이어져야 한다. 1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세트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시즌 2는 필수다. 시청자들의 강력한 호응이 이어져야 제작사가 안심하고 추가 제작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시즌 2에선 오락성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 강력한 괴물족 뇌안탈과 괴물족 혼혈 이그트라는 엄청난 설정을 하고서도 그를 제대로 활용하는 액션 신이 없었다. 영상이 과도하게 어두워서 시청을 방해한 것도 문제다. 인간은 야행성이 아니다. 기본 이상은 밝아야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몰입이 된다. 영웅이 된 송중기의 발성도 시즌 1의 힘없는 느낌과는 달라져야 한다. 어떻든 시즌 2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한국에서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드라마로, 이 부분에 대한 평가만큼은 인색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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