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만 거부한 ‘고교 상피제’로 지역 교육계 갈등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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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교육청 내년부터 ‘상피제’ 적용
전북교육청만 도입 반대…교육계 반발 ‘논란’
“학사비리 예방차원 도입해야” vs “교사 인격권 침해”

전북 교육계가 ‘고교 상피제(相避制)’ 도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인 ’고교 상피제’를 전북교육청만 거부하면서 전북교육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고교 상피제는 자녀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부모 교사가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지난해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을 계기로 국공립 고등학교에 상피제 도입을 권고했다. 이에 전국 16개 모든 시도교육청이 중등 인사관리 기준에 ‘국공립 고교 교원-자녀 간 동일 학교 근무 금지 원칙’을 반영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전북도교육청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전북도교육청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그러나 전북교육청은 법적근거가 없는데다 학생과 교사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봐선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반면에 교육단체는 “부정을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조치”라며 도입을 강력 촉구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제도 개정에 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부모가 희망하면 국공립학교는 전보를, 사립학교의 경우 법인 내 전보 또는 공립파견·순회 등의 방안을 시행 중이다. 또 같은 학교에 있는 부모 교사가 자녀의 학년, 학급, 교과, 성적관리 업무 등을 맡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분리할 방침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도 상피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교육감은 23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상피제를 무슨 근거로 도입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김 교육감은 “모든 교사들이 자녀문제에 관한한 출제와 평가과정에서 부정하게 개입할 소지가 있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전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태도는 교사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공립학교에만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상피제가 공립학교에만 해당되고 사립학교는 해당이 안 되는 것은 헌법 제11조 1항에 따라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교사들이 헌법소원도 낼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피제 없이)교육과정과 학사운영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상피제 같은 시스템은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교육시민단체는 제도 개정을 통해 상피제 정착을 촉구하고 있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상피제 도입은 대학입시경쟁이 치열한 우리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평등한 출발선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 중 하나”라며 “교육주체들 간에 괜한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예방조치”라고 강조했다.

시민연대는 이어 “특정 교사나 학생의 인권이 아니라 전체 교사와 학생들의 보편타당한 인권의 틀에서 사고한다면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다”며 “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전북교육청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교육계의 주장과 전북도교육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새 학년이 시작하는 내년 초에는 상피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의 경우 올해 3월 1일 기준으로 34개교(국‧공립 7개교)에 56명(9명)의 교사와 60명(11명)의 자녀가 동일 학교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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