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새로운 시작…장기 기증, 전 국민적 관심 절실”
  • 부산경남취재본부 변미라 기자 (sisa527@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6 14: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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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장기기증협회와 ‘생명 나눔 장기기증’ MOU 체결한 부산 세일병원 김종진 병원장

1963년 설립된 전국 최초의 정형외과 전문병원이자 사지접합, 수지재건 등 미세수술의 명가로 유명한 부산 세일병원이 최근 한국장기기증협회와 ‘생명 나눔 장기기증’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의료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김종진 병원장은 “각종 질병과 예기치 못한 사고로 훼손된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일이다. 장기 기증을 전 국민 운동으로 확산해야 소중한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는 한국장기기증협회의 취지에 크게 공감했다”고 MOU 체결의 의미를 전했다. 

‘대가 없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는 장기 기증의 뜻과 궤를 같이하는 부산 세일병원은 업무협약에 앞서 평소 직원 및 내원 환자,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 서약 및 후원에 대한 적극 홍보와 참여를 권장해 왔다. 김 병원장은 특히 “국내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는 3만4000명이 넘지만 실제 장기 이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연간 2000여 명에 불과하다”며 “장기 기증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일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가족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보수적인 관념으로 생전에 기증을 약속해도 유가족의 동의 문제로 장기나 인체조직을 적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기증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변미라
ⓒ 시사저널 변미라

장기 기증 기다리는 환자 3만4000명 

장기 기증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기기증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 요인으로 사회적 인식 부족 71.0%, 홍보 부족 12%, 정부의 무관심 11.4%, 종교상의 이유 5.6% 순으로 나타났다. 사후 장기 기증에 대한 평소 견해는 긍정적 42.2%, 보통 35.4%, 매우 긍정적 13.6%, 부정적 7.0%, 매우 부정적 1.8% 순으로 응답했고, 기증자에 대해 국가유공자 또는 의사상자에 준하는 예우를 하는 문제에는 긍정적 65.2%, 잘 모르겠다 22.8%, 필요 없다 12% 순으로 나타났다. 생존 중에 장기 기증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장기 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는 제도(opt-out)에 대해서는 반대 40.8%, 유보 35.6%, 찬성 23.6% 순으로 나타나 장기 기증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함께 관련 제도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스페인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은 옵트아웃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명확한 기증 의사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만 13세, 호주는 16세가 되면 본인 의사만으로 기증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7조 1항에 따라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인체조직의 기증서약을 하려면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유럽의 장기 이식 기구인 E.T의 핵심 국가인 스페인은 장기이식관리센터를 설립해 1만6000명이 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장기 이식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있다. 미국은 장기 기증 행사인 로즈퍼레이드(Rose Parade)를 신년행사로 규정하고 고귀한 헌신을 기리고 있다. 매년 뇌사기증자의 생전 사진을 장미꽃으로 장식하고 기증자와 가족, 이식인이 함께 차에 올라 거리를 행진한다. 1890년 작은 마을 행사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지구인이 즐기는 축제로 성장했다. 

장기 기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세일병원 직원들 ⓒ 세일병원
장기 기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세일병원 직원들 ⓒ 세일병원

이식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 하루 5.2명

김종진 병원장은 “장기 이식 대기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반면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면서 “장기를 기증받지 못해 소중한 생명이 죽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며, 선진국과 같은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전 국민의 많은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5년 인체조직 기증자 고(故) 최인호님, 살아 있으면서 1976년 골수, 1999년 신장, 2003년 간을 각각 기증한 김영옥님의 헌신적인 사랑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고 있다”면서 “자라나는 청소년의 인성 함양과 생명의 존엄성을 교육하기 위해 홍보관을 설립하고 뇌사기증자에 대해서는 국가유공자 및 의사상자에 준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등 국가적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는 하루 5.2명이다. 인구 100만 명당 뇌사기증자 수는 9.95명으로 미국 31.96명, 스페인 46.9명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신규 기증 희망서약자도 2016년 8만5005명, 2017년 7만5915명, 2018년 7만763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국민적 관심과 동참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매년 9월9일은 장기 기증의 날이다. 여기에는 한 명의 뇌사자가 폐, 신장, 각막, 간, 심장, 췌장 등 최대 9개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어 한 명이 아홉 명의 생명을 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부산 세일병원은 지난 1963년 ‘환자를 위하고 병원을 위한다는 것은 곧 나의 가족과 우리 이웃에게 유익하고 보람된 일이다’는 슬로건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실천하고 박애와 봉사정신을 모토로 설립됐다. 특히 1983년 국내 최초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도약해 국내외 의사들이 수련하는 병원으로 까다로운 손 수술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세일병원은 첨단의료장비를 갖춘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순환기내과, 암검진센터, 응급실(24시)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전철우 대표원장, 김종진 병원장 등 풍부한 수술 경험과 임상 경력, 우수한 의료진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관절, 강한 척추를 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인제대학교 백병원, 동아대학교병원,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울산대학교병원 등과 협력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으로 진료비를 지불하는 시연병원으로 참가해 외국인과 비급여 환자에 대한 진료비 지불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헌혈수급, 119안전센터와 건강지원 및 상호교류협약체결 등 환자의 편의를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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