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DLF, 사상 첫 100% 원금 손실 기록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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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넣어 200만원도 못 건진 투자자, 줄소송 예고…“사기판매 즉각 철회하라” 

연 3%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이 만기를 앞두고 되려 98.1% 손실률을 기록했다. 1억원을 넣었다면 192만원만 건지는 셈이다. 불완전 판매 목소리가 불거진 가운데 법적 공방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가운데)이 9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피해 관련 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소장을 접수하기 전 성명서를 읽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가운데)이 9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피해 관련 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소장을 접수하기 전 성명서를 읽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월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6일 만기를 맞는 우리은행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상품이 86억원 전액 손실로 확정됐다. 시장 변동과 상관없이 지급해주는 확정금리(쿠폰금리) 1.4%와 운용수수료 반환율 0.5% 등 1.9% 보장분을 빼면 실제 수익률은 –98.1%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에서 투자자가 원금을 전부 날린 첫 사례다. 

문제의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만기 때 이 금리가 –0.2% 이상이면 연 3~5%의 수익을 가져가고, -0.7%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독일 국채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미국·유럽의 양적완화 정책이 더해지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그래도 올 초까지 단 한번도 –0.2%를 하회한 적은 없었다. 

상품은 올 5월17~23일 판매됐다. 위기는 다음 달이 오기도 전에 가시화됐다. 5월31일 독일 국채 금리가 –0.199%를 기록한 것. 6월 들어서는 –0.2% 밑으로 떨어졌고, 8월 말에는 결국 원금 손실 구간인 –0.707%까지 추락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독일 제조업 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한편 9월25일 첫 만기를 맞이한 하나은행 파생상품은 손실률이 46.1%로 확정됐다. 이 상품은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연계돼 있다. 금융소비자원과 법무법인 로고스는 이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파생상품 판매 4건(20억원 상당)에 대해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보고 민사소송을 냈다. 계약을 취소하고 원금 전액을 돌려달라는 취지다. 

8월 초에는 법무법인 한누리가 두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경기도 성남시 우리은행 지점에서 “사기판매 즉각 철회하라”며 항의 시위를 했다. 

우리은행은 피해자 보호 방침을 밝혔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9월23일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한 자리에서 파생상품 손실 관련해 “고객 보호를 위해 법령 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다각도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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