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보험부터 운송까지 먹거리 무한 확장
  •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won@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02 17: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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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 자회사 통해 “공격 앞으로”

카카오가 최근 신사업 자회사를 통해 먹거리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과 물류, 운송 등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그동안 카카오톡 관련 사업과 콘텐츠 분야에서 매출을 올려왔던 것과 대조되고 있다.

카카오의 매출 구조는 크게 플랫폼 부문과 콘텐츠 부문으로 나뉜다. 신사업의 경우 플랫폼 부문에 속해 있으며, 대표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가 있다. 카카오는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신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2014년 출범 이후 송금과 멤버십, 청구서, 인증 등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도 진출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8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3000만 명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카카오페이를 이용한 거래액은 약 22조원에 달하고 있어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한 상태다.

카카오페이, 금융사업 확장 나서

카카오페이는 현재 자체 서비스 개발과 더불어 중소 규모 금융사나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금융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보험 판매 계획도 밝혔다. 사용자가 각 보험사를 찾아 상품을 비교해야 했던 불편함을 개선해 필요할 때 필요한 보장만 취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인슈어테크 플랫폼 스타트업 ‘인바이유’를 인수했다. 인바이유는 2017년 설립된 인슈어테크 기반 통합 보험 서비스 플랫폼이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하반기 생활금융 플랫폼 전문성과 인바이유 크라우드 보험 플랫폼 경험을 접목해 보험 분야의 잠재된 사용자를 겨냥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카카오페이가 물품을 보내기 위한 배송 예약·배송비 결제·예약 내역 조회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배송은 롯데택배가 담당한다. 이용자는 편의점 예약과 기사 방문 예약 중 접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카카오톡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송금하는 편리함을 배송에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물품을 받을 카카오톡 친구를 선택하면 주소 입력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발송하는 ‘톡 친구 주소 요청’ 기능이 있어 번거로움을 덜었다.

다만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카카오페이에도 고민은 있다. 그동안 추진해 오던 바로투자증권 인수 심사가 중단된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약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4월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심사 중단을 통보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심 재판 결과를 보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사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을 포함한 금융 관련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김 의장은 2016년 카카오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5곳의 신고를 누락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허위자료 제출)로 검찰에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 측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카카오T로 가입자 23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도 최근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국내 최대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 지분을 100% 인수하고 사명을 케이엠솔루션(KM Solution)으로 변경했다. 법인택시 회사인 진화택시와 중일산업 등을 사들인 데 이은 공격적 행보다. 타고솔루션즈는 50여 개의 법인택시 회사와 4500여 대의 택시가 참여한 국내 최대 택시운송가맹사업자다. 현재 서울과 경기권에서 카카오T 플랫폼을 기반으로 ‘웨이고블루’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번 인수를 통해 중형택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웨이고블루를 ‘카카오T블루’로 바꾸고 ‘라이언’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입혀 전국에 서비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7월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7월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바로투자증권 인수 심사는 잠정 중단

카카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풀(carpool·승차 공유) 사업을 추진했다. 출퇴근하는 자가용 운전자가 다른 승객을 태우면 택시보다 30% 정도 싼 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차량 공유 업체도 택시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자 방향을 튼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업체인 ‘타다’에 맞설 대형택시(가칭 ‘라이언택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100여 개 법인택시 회사와 10월 안에 약 800대 라이언택시 출시를 목표로 논의 중이다. 대형택시는 타다와 유사하게 승차 거부를 할 수 없도록 강제배차 시스템과 탄력요금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요금은 호출 수요에 따라 중형택시의 0.7배에서 최대 두 배 사이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택시호출을 중개하던 역할에서 나아가 운송사업을 주도적으로 펼칠 기반까지 모두 마련하게 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택시가 아닌 다른 형태의 혁신을 꿈꿨지만, 결국에는 기존 택시보다 요금이 비싼 고급 택시를 지향하는 모습 때문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카카오가 막대한 자본을 통해 고급 택시를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주류로 만들게 되면, 다른 차량 공유 서비스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며 “1위 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는 것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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