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조국 후폭풍에 흔들흔들…진중권 탈당계 번복한 비밀은?
  • 한동희 PD·조문희 기자 (firstpd@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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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끝짱] 이준석“진중권, 생각보다 많은 진실 알고 있다”

[시사끝짱]

■ 진행: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
■ 대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제작: 시사저널 한동희 PD,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 녹화: 2019년 9월 24일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소):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정의당이 내상을 입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심상정 대표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겠다면서 사실상 조국 장관 임명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는데, 그 뒤부터 당내 내홍이 계속됐죠. 조 장관 임명을 둘러싼 찬반이 계속되는 그런 와중에, 최근 2가지 사태가 터졌습니다. 일단, 조승수 전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입건됐죠. 노회찬 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정의당의 나름 비중 있는 정치인인데, 그런 일이 하나 생겼고. 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정의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자, 이준석 최고의원. 진중권 교수는 조국 장관과 서울대 82학번 동기고 예전에 같이 책도 내는 등 굉장히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저는 지금 상황에서 진중권 교수가 생각보다 아주 많은 진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진중권 탈당계 논란…'조국 후폭풍’에 흔들리는 정의당

소: 왜요? 

이: 진중권 교수가 동양대 교수잖아요. 원래 중앙대에서 겸임교수하시다가 모종의 압력으로 그만두셨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데 사실 (동양대가 있는) 영주라는 곳이 교통이 편한 곳이 아니거든요. 저는 진중권 교수랑 방송도 하면서 친분이 있는데, 예전에 대기실에서 우연히 물어본 적이 있어요. 왜 동양대까지 가서 강의를 하시냐. 출퇴근하기 멀지 않느냐. 그랬더니만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셨어요. 그분이 있기 때문에 내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할 수 있었다, 난 그분 참 좋아한다는 취지로. 그렇다면 첫째로는 동양대에 가해지고 있는 범여권의 압박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상당히 불쾌했을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무엇보다도 동양대 내의 일처리 방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꾸로 생각해보자고요. 만약에 최성해 총장이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진짜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최성해 총장이 태극기 부대에 포섭당해서 그러고 있다든지 했으면, 진중권 교수의 평소 성격으로는 오히려 그쪽을 강하게 비판하고, 동양대 교수직 던지고 나오겠다고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진중권 교수는 제가 봐도 무정부주의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하고 이런 패거리주의에 반대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여권의 대응 방식이 아주 안 좋은 모습으로 노출되고, 그 상황에서 본인이 묵인 또는 무언의 상태로 있는 것 자체가, 지식인으로서 고뇌에 달한 지점이 아니었을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배): 조승수 전 의원의 음주운전은 해프닝이죠. 그 사람 개인의 잘못이지, 정의당의 문제인 건 아니죠. 그런데 진중권 교수의 탈당계는 상당히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첫 번째로는 이제 데스노트가 불능하다는 거예요.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다른 정당은 몰라도 정의당만큼은 인사청문회에 있어서 당당한, 고 노회찬 의원의 정신이 살아있는 판정을 내려줬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여당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던 것이 바로 정의당의 평가였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데스노트에 올랐던 사람에 비해서 조국 장관의 의혹은 훨씬 더 큰 규모의 의혹입니다.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더 악성이에요, 정의당의 기준에서 볼 때는. 그렇다면 왜 정의당이 그 기준에 따른 데스노트를 작동시키지 않았느냐. 사실 명분이 없거든요. 

“데스노트에 조국 제외…정의당 정체성 상실”

또 하나는 뭐냐면, 정체성 상실이에요. 정의당이 왜 정의당인가. 고 노회찬 의원도 그렇고 심상정 대표도 그렇게 국민들은 그나마 할 말은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열광했거든요. 그야말로 정의 그 자체였던 거죠. 그런데 이제는 어디에 정이 가 있냐. 더불어민주당에 정이 가 있어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면 의원 수가 더 늘 수 있으니까 (이 개정안을 추진하려고) 민주당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있죠. 또 정의당은 20대와 학생, 블루컬러와 화이트컬러를 지지기반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국 장관 의혹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는 계층이 누굽니까? 정의당 핵심 지지층인 학생들이에요. 그런데 과연 정의당 지도부가 서울대 집회장 가봤나요? 고대 집회장 가봤나요? 이들의 목소리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이: 그 안에서, 여권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민주당 지지율이 빠지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게 정의당 지지율까지 같이 빠져버렸어요. 사실 민주당에서 지역구 출마하고 싶은 사람은 투 펀치 맞은 겁니다. 왜냐하면 정의당을 정당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민주당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높았는데 지금 정의당 지지율 반년 전에 비해 5% 가까이 빠진 걸로 나타나죠. 이것 자체가 굉장히 뼈아픈 상황이다. 결국 민주당의 한 30% 후반 플러스 정의당의 5% 합치면 40%대 초반의 합산 지지율을 보이고 있거든요.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 합산 지지율은 30% 후반 정도. 총선을 앞두고 이렇게 지역구 구도가 바뀌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부담이 될 겁니다.

소: 그러니까 최근 조사에서 보면, 바른미래당이 정의당을 앞서서 3위를 했다고 하죠. 그런데 아까 배종찬 소장이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은데, 정의당의 가치 혹은 정체성 훼손. 이 문제가 상당히 큰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일부 인사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고 타격이 계속될 것 같은데. 이준석 최고의원이 보기에 정의당이 총선 앞두고 회복을 잘 할 것으로 봅니까?

이: 정의당이 구조적으로 또 하나 위태해지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본인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연동형 비례제를 만들었는데 사실은 당의 조직력을 굉장히 와해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연동형 비례제라는 건 권역별 비례제를 하게 돼 있거든요. 원래 정의당 같은 경우는 단일 명부로 비례대표를 선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 단위로 해서 다득표자 순으로 가고, 일부 배려해 줄 대상은 따로 번호를 빼놓고, 이런 게 있었는데. 권역별로 가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요, 우선 정의당의 정치인들이 권역을 골라야 됩니다. 권역을 골라야 되는데 이 권역이라는 것이 사실, 자유한국당이나 민주당같이 지지율이 한 2~30% 나오는 데라면 석패율제에 대한 의존이 크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정의당은 석패율제에 상당히 의존하게 되어 있는데. 이 석패율제라는 게, 희대의 눈치싸움입니다. 이게 뭔지 간단히 시청자분들께 설명드리면, 선거에서 원래 1등 하면 당선되고 2등 하면 떨어지잖아요. 그런데 지금 바뀌는 선거법의 석패율제라는 것은, 권역별로 가장 아깝게 떨어진 사람 1명에서 2명 정도는 살려줍니다. 근데 ‘가장 아깝게 떨어졌다’의 정의가 뭐냐면, 당선된 사람 빼기 우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적은 사람을 이제 당선시켜주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당 후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의당 입장에서는 상대 후보가 약한 사람이 나오는 게 중요한 거예요. 또는 상대편이 다자 구도로 벌어지는 곳에 나오는 게 유리한 거예요. 

소: 차이가 좁아야 되니까. 

이: 그게 희대의 눈치싸움입니다. 예를 들어 경기‧강원‧인천권에는 지역구가 거의 100개 정도 있거든요. 그 100개 중에서 내가 차분히 지역구 활동하고 준비하는 것보다는, 군소 정당 같은 경우에는 ‘약한 놈이 저놈이다.’ (웃음)

소: 거기를 찍어서. 

배: 우리 옛날에 대학 갈 때 비슷하네요. 눈치 지원이네.

이: 그러니까. 왜냐하면 당 지지율이 5%인데 내가 15% 받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상대편의 이것저것을 살피면, 예를 들어 센 바른미래당 후보가 나와서, 아니면 센 자유한국당 후보가 나와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갈아먹는, 이런 걸 살피는 게 나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 그냥 당원을 바라보면서 단일 명부로 경선했던 것과는 다른 판이 펼쳐질 것이다. 

소: 지금 봐서는 조국 장관에 대한 찬반을 둘러싸고 정의당이 사실상 거의 두 쪽 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봉합해야 하는 심상정 대표의 리더십도 예전 같지 않은 것 같고. 

배: 저는 여기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시점에 정의당은 자충수를 뒀다. 왜냐하면 정당이 앞으로 수권 정당으로서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3가지가 중요한데, 특히 중요한 것이 이념 기반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지역에 압도적인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가령 충청권에서 정의당이 1등을 한다던가. 그다음에 세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의당이 1등인 세대 기반이 어디 있습니까? 없잖아요. 진보층도 더불어민주당이 더 많이 가져가고 있거든요? 

다음 정책. 정의당의 대표적인 정책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저는 기억이 안 나요. 오히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현 정의당) 대선 후보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한 것. 밥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걱정해주는 대선후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때 대선후보로서 유의미한 득표를 할 정도였단 말이에요. 그건 그때 민주노동당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춘 민생을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의당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죠? 대표적인 정책이 안 떠올라요. 

마지막은 인물입니다. 심상정, 고 노회찬, 최근 이정미 빼고 누가 있죠? 그리고 심상정은 영원한 대표입니까? 물론 심상정 대표, 저도 너무 존경하고 좋아하는 정치인이지만, 정의당의 문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아진 인물만 남았지 새로운 인물이 없어요. 청년들이 계속 들어와서 정의당은 젊은 당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청년들은 지금 녹색당으로 가고 있거든요. 왜 그럴까에 대한 고민이 과연 정의당에 있는지. 그래서 저는 인물, 정책, 이념 면에서 이번 조국 장관 논란을 분기점으로 해서 정의당이 위기라는 겁니다. 

소: 네. 알겠습니다. 최근 조국 상태 와중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정의당. 결국은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의당이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연동형 선거제 개혁 등 정치적인 유혹에 조금 더 강점을 찍다 보니 당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배: 국장님. 긴급 제안 하나 드려도 될까요? 

소: 긴급 제안 뭡니까? 정의당 위한? 

배: 정의당. 정말 중요한 얘기인 만큼, 심상정 대표께서 우리 시사끝장TV 한 번 전격 특별출연해 주신다면. 

소: 트라이 한번 해볼까요?

배: 그러니까요. 이 방송 보시게 될 텐데. 심상정 대표님 꼭 한번 소종섭 국장님과 단독 인터뷰, 스페셜 시사끝장TV. 

소: 특별히 인터뷰를 모시겠습니다. 심상정 대표님. 오늘 정의당의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서 얘기 나눴고요. 기회 된다면 심상정 대표님 한번 모시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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