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재교육 편법 승계 핵심 '프린피아'에 국세청 칼 뺐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2 14:00
  • 호수 156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의 대물림 ‘해법’으로 ‘편법’ 동원했다

국내 1위 교육출판업체이자 ‘해법’ 브랜드로 유명한 천재교육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한창이다. 조사에 나선 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해 ‘재계 저승사자’로 통하는 곳이다. 국세청의 총부리는 계열사인 프린피아에 정조준돼 있다. 2세에 대한 편법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대기업 오너 일가 등 대자산가의 편법 승계에 역량을 집중하는 국세청의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세무조사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천재교육 본사. 작은 사진은 최용준 전 천재교육 회장(왼쪽)과 그의 외아들 최정민 천재교육 회장 ⓒ 시사저널 박정훈·뉴스뱅크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천재교육 본사. 작은 사진은 최용준 전 천재교육 회장(왼쪽)과 그의 외아들 최정민 천재교육 회장 ⓒ 시사저널 박정훈·뉴스뱅크

최정민 회장 최대주주 되자 일감 몰빵

천재교육 편법 승계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최정민 천재교육 회장이다. 지난해 6월 부친인 최용준 전 천재교육 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넘겨받았다. 그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여느 재벌가 자제들이 수학(受學)을 마친 직후부터 경영수업에 돌입하는 것과 달리 사회 경력 대부분을 의사로 지냈다. 가톨릭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1999년 이후 서울성모병원(옛 강남성모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생활을 했고, 2001년부터 3년간은 공중보건의사로 군 대체복무를 했다. 2007년부터는 피부과를 개원해 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처음 천재교육 경영에 참여한 건 2012년이다. 천재교육 경영본부장으로 가업에 첫발을 들였다. 지분 승계 작업도 이 시기에 맞춰 이뤄졌다. 여기에 동원된 곳이 바로 인쇄업체인 프린피아다. 1991년 설립된 프린피아는 당초 최 회장의 지분이 없었다. 부친인 최용준 전 회장(72%)과 그의 딸 유정씨(28%)가 지분 100%를 보유해 왔다. 이런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긴 건 2010년이다. 그해 최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지분 41%를 넘겨받으며 최대주주에 올랐고, 이후 차례로 지분 전량을 확보했다. 사실상 최 회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프린피아는 과거 적자 회사였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연속 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른 다음에는 얘기가 달라졌다. 2010년 4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이런 호실적은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2010년 전체 매출 388억원 가운데 55.35%에 해당하는 215억원이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나왔고, 2011년과 2012년의 내부거래율도 56.72%(내부거래액 235억원)와 57.37%(258억원)에 달했다.

특히 프린피아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이후에도 계속 증가했다. 2013년 처음 내부거래율 60%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까지 2017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60%대를 지켰다. 내부거래액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는 335억원으로 2010년 대비 60% 이상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올린 매출은 최 회장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 프린피아는 최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2012년 처음으로 매년 배당을 시작해 2017년까지 총 18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승계 작업에 동원된 건 프린피아만이 아니다. 인쇄용 종이 공급업체인 천재상사와 출판물 도매 및 교육서비스업체인 해법에듀도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 회장(60%)과 유정씨(40%)가 지분 100%를 보유하던 천재상사는 매년 매출 전량을 내부거래로 채우며 사세를 확장해 왔다. 이 회사는 천재교육 2세 남매의 곳간을 채우는 데 활용됐다. 2013년 천재상사 지분 전량을 천재교육에 매각해 현금화한 것이다. 그해의 천재상사 내부거래율도 99.78%(779억원)에 달했다.

해법에듀도 비슷한 경우다. 2007년 천재교육의 회원사업부를 양수받아 설립된 해법에듀는 당초 최 회장(24.7%)과 유정씨(75.3%)가 지분 100%를 쥐고 있었다. 이 회사는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교재 등을 공급받아 판매해 매출을 올려왔다. 2세 남매는 2015년 해법에듀에 다른 계열사인 천재문화를 합병한 데 이어, 2015년과 2016년 사이 지분 전량을 프린피아에 매각했다.

최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키워낸 프린피아를 통해 왕국을 만들었다. 상기한 해법에듀 등 계열사를 자회사에 편입시키고 새로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린피아를 물적분할하고 존속법인을 에이피로지스틱스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단행했다. 그 결과 현재 ‘최 회장→에이피로지스틱스→해법에듀·프린피아·에이피이노베이션·드림캐처앤컴퍼니→천재교과서·천재인터내셔널’로 이어지는 ‘소그룹’이 완성됐다. 천재교육과 천재상사를 제외한 모든 그룹 계열사들이 최 부회장 지배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최 회장 소그룹의 확장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4월에도 에이피로지스틱스와 천재교육이 각각 49%와 51% 지분을 출자해 브이에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며 여신전문금융업에 진출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주력사업인 교육출판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 것이다. 최 회장 체제 전환은 현재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최 전 회장이 보유한 천재교육 지분 93%만 확보하면 승계에 마침표가 찍힌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향후 지분 승계 재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세무조사 범칙조사 전환 가능성에 주목

국세청은 최 회장의 승계 과정을 ‘편법’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세 소유의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줘 사세를 확장한 뒤 이를 승계의 주춧돌로 삼는 것은 그동안 재벌가에서 악용돼 온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은 올해 하반기부터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와 대재산가의 변칙 상속·증여 근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천재교육에 대한 세무조사도 이런 기조의 연장선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천재교육에 대한 세무조사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무조사가 범칙조사로 전환될 수도 있어서다. 통상 조세범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편법 증여 혐의 등 범죄행위가 의심될 때 시행하는 범칙조사는 대부분 검찰 고발로 이어진다. 이번 세무조사에 대한 천재교육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천재교육 관계자는 “현재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니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편법 승계 논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어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