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헛발질에 대명그룹 위상도 ‘흔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2 10: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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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홀딩스 포함 대부분 계열사 순익 적자 전환…서준혁 부회장 책임론도 대두

홍천 비발디파크와 오션월드로 잘 알려진 대명그룹은 올해 2월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그룹의 모태는 고(故) 서홍송 창업주가 1979년 경북 포항에 설립한 대명주택이다. 건설 붐을 타고 사세가 확장되자 서 창업주는 레저산업에 진출했다. 1990년대 대명 설악콘도와 양평리조트, 비발디파크, 단양리조트 등을 잇달아 오픈했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그룹의 주력인 대명레저산업(현 대명홀딩스)과 대명건설이 잇달아 부도를 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홍송 창업주도 2001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서 창업주의 부인인 박춘희 대명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대명그룹은 고도성장을 이어갔다. 2018년 대명그룹의 자산은 4조677억원, 매출은 1조2732억원을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자산이나 매출이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업 역시 레저와 건설부터 상조, 여행, 외식, 유통으로까지 확대됐다. 최근에는 1000만 명의 펫팸족을 겨냥한 펫호텔 사업까지 진출한 상태다.

2세 체제 전환을 앞둔 대명그룹의 실적이 최근 악화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2017년 6월 열린 대명리조트 청송 개장식 모습 ⓒ 뉴시스
2세 체제 전환을 앞둔 대명그룹의 실적이 최근 악화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2017년 6월 열린 대명리조트 청송 개장식 모습 ⓒ 뉴시스

대명 계열 상조회사, 완전 자본잠식

대명그룹은 현재 2세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박춘희 회장이지만, 2세인 서준혁 부회장이 신사업을 중심으로 경영의 전면에 나선 상태다. 서 부회장은 현재 대명코퍼레이션(옛 대명엔터프라이즈)의 대표도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박춘희 회장이 현재 고령이니만큼 2세 체제로 조만간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 시험대가 서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대명스테이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명스테이션은 2010년 설립된 상조회사다. 서 부회장이 지분 77%를 가진 최대주주다. 사업이 안착할 경우 서 부회장은 차기 후계자로서 입지를 높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체에 빠진 대명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서 부회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2012년부터 부채가 자산을 크게 웃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적자폭 역시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대명스테이션의 매출은 239억원으로 전년(192억원) 대비 24.5%나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는 161억원에서 279억원으로 72.9%나 증가했다.

실제로 공정위에 공개된 사업자정보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대명스테이션의 자산 대비 부채는 2323억원에서 3480억원으로 1년여 만에 49.8%나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34%로 업계 평균인 108%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급여력비율도 마찬가지다. 대명스테이션의 지급여력비율은 77%로 업계 평균인 92%를 밑돌고 있다. 홍정석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할부거래과장은 “지급여력비율이 77%란 의미는 회사를 청산했을 때 소비자에게 줄 돈이 77%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소비자에게 미리 받은 납입금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업계 평균인 92%도 높은 수치가 아니다. 하물며 대명스테이션의 경우 업계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대명그룹 측은 “재무제표의 부채비율 또는 지급여력비율만으로 상조회사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상조업체의 영업현금흐름비율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조업 회계기준의 특성상 선수금은 부채로 계상된다. 회원이 이를 행사했을 때 매출로 인식되는 구조”라며 “대명스테이션은 2010년에 설립됐다. 상위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업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 활성화돼 있어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대명스테이션은 업계에서도 영업현금흐름비율 상위업체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기업신용정보 평가회사인 나이스평가정보는 대명스테이션의 신용평가를 열위 등급인 CCC+로 평가했다. 성장성의 경우 업계 내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기업의 신용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평가하는 Watch 등급 역시 ‘경보’ 등급으로 평가했다. 최근 연체 및 연체에 준하는 신용사건이 발생한 기업으로, 향후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으므로 채권 및 신용관리에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는 것이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은 오너 2세이자 대명스테이션의 최대주주인 서준혁 부회장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 법원로 135에 위치한 대명타워 ⓒ ©
서울 송파구 법원로 135에 위치한 대명타워 ⓒ 시사저널 이종현

2세 승계 구도에도 약영향 미칠 가능성

대명그룹의 최근 경영 상황이 예년 같지 않다는 점도 서 부회장에게는 부담이다. 지주회사인 대명홀딩스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각각 9417억원과 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08.2%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97억원에서 -9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대명호텔앤리조트(옛 대명레저산업)와 대명코퍼레이션 등 연결 대상 종속기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계열사 중에서 당기순이익 흑자를 낸 곳은 대명호텔앤리조트와 대명호텔앤리조트천안 등 2곳이 전부였다. 나머지 대명티피앤이와 대명건설, 대명코퍼레이션, 대명호텔앤리조트제주(옛 대명레저제주), 제주동물테마파크 등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흑자를 낸 대명호텔앤리조트의 당기순이익 역시 367억원에서 36억원으로 10분의 1 토막이 났다. 현재 서준혁 부회장이 대명홀딩스와 대명코퍼레이션의 사내이사이거나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만큼 향후 승계 구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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