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트럼프, 전임자들과 달라…미국 동향 주시할 것”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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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협상 앞두고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 통해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북한이 9월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용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이날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대북) 접근방식을 지켜보는 과정에 그가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고문은 "나와 우리 외무성은 미국의 차후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월23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후 국가정보원이 남·북·미 사이 물밑접촉 내용을 바탕으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이 2~3주 내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확인했다. 

북한 대미 외교 상징격인 김 고문의 말은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둔 가운데 나온 북한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줄 것을 미리 당부하는 성격이 짙다. 

김 고문은 "지금까지 진행된 조미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들과 회담들은 적대적인 조미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깃들도록 하기 위한 조미 두 나라 수뇌들의 정치적 의지를 밝힌 역사적 계기로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뇌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제적인 움직임이 따라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앞으로의 수뇌회담 전망은 밝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신뢰 구축과 조미공동성명 이행을 위하여 우리는 반(反)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여 우리나라에 억류되었던 미국인들을 돌려보내고 미군 유골을 송환하는 등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하여 전혀 해놓은 것이 없으며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 제재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관계를 퇴보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위싱톤(워싱턴) 정가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나는 또 한 차례의 조미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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