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대학언론상] 공허함 파고드는 위장 포교…청춘들은 그들의 먹잇감이다
  •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구경진·박지영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3 13:00
  • 호수 156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려상 수상작] 대학생 대상 종교 단체 위장 포교 극성…"종교의 자유 빼앗는 셈"

“활동에 계속 빠지니까 아르바이트 하는 곳까지 찾아오더라고요.”

경희대학교 아동가족학과 3학년 김아무개씨는 한 차례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김씨는 “네이버 스펙업 카페에서 실 팔찌를 만들어서 기부하는 봉사 동아리 모집 포스터를 봤고, 스펙을 쌓으려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가입한 동아리는 일반적인 봉사 동아리가 아니었다. 김씨는 “과하게 친절하다는 것 외에 의심할만한 점은 없었다”며 “명시된 활동은 다 했다”고 했다. 몇 차례 만나며 친밀감을 쌓은 뒤 동아리장은 “성경공부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그제야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동아리 활동에 한동안 나가지 않자 김씨를 찾아오기까지 했다. 김씨는 “속아서 화가 나기보다 개인정보를 알려줬기 때문에 두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종교 단체의 위장 포교 형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길거리 포교나 설문조사 방식을 뛰어넘어 봉사활동, 대외활동, 심리상담, 학회 등 위장 수법도 다양하다. 취재진은 4월에서 5월까지 약 두 달 간 경희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붙여진 종교 단체에서 주최하는 활동으로 확인된 홍보 포스터를 분석했다. 18장의 포스터 중 ‘종교 단체’라고 명시된 포스터는 4장 뿐 이었다. 동아리 활동과 심리상담을 한다는 포스터는 각각 5장, 봉사활동 3장, 대외 활동 3장, 성경공부 2장이었다.

한 학술동아리의 홍보 부스 모습 ⓒ구경진
한 학술동아리의 홍보 부스 모습 ⓒ구경진

대학생을 잡아라...종교 색 지운 동아리들

세계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현지에 직접 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한 대외활동. 종교단체가 주관한 행사지만 홈페이지와 홍보게시물을 올려놓은 사이트 어디에도 종교와 관련된 활동을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취재진이 직접 참여해 본 결과 활동 기간 중에는 종교 단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마인드 교육’을 언급하는 것 외에 종교단체와 연관된 지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활동 막바지에 참여해야 하는 행사는 종교 단체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행사에 참여한 후기 중에는 “종교 기반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는 걸 활동하는 동안 전혀 공지 받지 못했다”며 “행사 당일에서야 알 수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종교 색을 지운 채 대외활동을 진행했던 것이다.

봉사활동 역시 위장 포교 수법으로 활용된다. 취재진은 다문화 가정이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다문화 캠프,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연락을 했다. 동아리 관계자는 “지금은 봉사 등 남들과는 차별화된 스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문화 가정을 위한 행사에 참가하면 봉사활동 시간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가입을 머뭇거리자 관계자는 “어렸을 때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종교 활동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종교와 관련된 얘기를 은근히 꺼내기도 했다. 이후 활동계획을 짠다는 명목으로 만났던 모임에서 관계자는 봉사활동에 대한 얘기보다 “중앙동아리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동아리 이름을 지어야 더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 같은 얘기를 꺼냈다. 마지막에는 종교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같이 가자고 권유했다. 봉사활동도 종교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또 다른 위장 포교의 수법으로는 심리상담이 있다. 자기계발, 진로고민을 겪는 대학생에게 심리상담을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며 참여를 유도했다. 취재팀은 드라마 치료 상담가라고 주장하는 송아무개씨를 만나 다섯 차례 상담을 받았다.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난 송씨는 서류가방을 옆으로 맨 단정한 정장차림의 모습이었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상담사라고만 적혀있을 뿐 소속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송씨는 소심한 성격이 가족관계에서 출발하는 사례가 많다며 가족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하자 송씨는 무의식 속에 안 좋은 기억이 숨겨져 있는 사례가 많다며 계속해서 털어 놓으라고 다그쳤다. 이후 송씨는 개인적으로 무료로 상담을 더 해주고 싶다며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후 4번째 만남에서 송씨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심력이 중요하다며 책을 통해 심력을 기를 수 있다며 성경책을 함께 읽자고 권했다.

학술 동아리로 위장한 사례도 있었다. 평화학술 동아리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이다. 취재진이 가입문의를 하자 동아리 관계자는 “평화를 위한 전시회, 세미나, 영상전, 각종 토론회 등을 개최 한다”며 “종교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보 부스에서는 종교 창시자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동아리를 홍보했으며, 지역 단위의 종교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공허함 큰 대학생, 위장 포교에 취약할 수밖에

문제는 이런 위장 포교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외활동을 소개해주는 네이버 스펙업 카페와 캠퍼스픽과 같은 앱(App)에서 해외봉사 또는 대외활동을 검색해도 사이비 종교들의 위장 동아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홍보 포스터에서도 종교와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이를 모르는 학생들은 가입하기 전까지 종교와 관련된 동아리라는 사실 자체를 모를 수밖에 없다.

경희대학교 김아무개씨는 종교 단체에서 3년 동안 활동했다. 토론 동아리 신입 부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가입했다 종교 단체에 입단하게 된 것이다. 동아리에서 6개월 가량 활동한 후 토론 동아리가 아니라 종교 단체라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독실한 신자가 되고 난 후였다. 김씨는 “시험기간에도 학교에 나가지 않고 성경공부를 하고 전도를 했다”며 “종교 단체에 있는 동안 학업과 일상은 엉망이 돼 학사 경고도 받았다”고 말했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대학생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기도 한다. 봉사 동아리에 가입했더 한국외대 이아무개씨는 이 동아리가 종교와 관련이 있는 단체인걸 알았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지만 “어쨌든 봉사활동을 하는 건 사실”이라며 “봉사활동이라는 스펙이 필요하기 때문에 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봉사 동아리에 가입했던 경희대학교 한아무개씨 또한 “스펙을 위해선 스펙이 있어야 한다”며 “좀 더 큰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동아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와 관련된 단체지만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기 위해 활동을 중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걱정되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는 말을 남겼다.

정고운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학점 경쟁, 자격증 취득 등 지나친 경쟁에 몰리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가 생활에 걸림돌로 인식되면서 더욱 외로워진다”며 “개인의 고통과 심리적 불안이 증가하는 사회에서 종교는 당연히 공허함을 파고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장포교는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빼앗는 것

경희대학교 조아무개씨는 대학에 들어와서 힘들었던 인간관계도 위장 포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조씨는 “팀 프로젝트를 하며 설문조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좋은 마음에 설문조사를 해줬다”며 “이후 ‘밥을 사주겠다’, ‘고민을 들어 주겠다’며 접근했다”고 밝혔다. 종교가 있었지만 인간관계로 힘들어 하던 중 누구보다 친절하게 다가와준 그들에게 마음을 열어 종교에 빠지게 될 뻔 했다고 밝혔다.

엄승욱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총무는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의하여 종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라며 “사교집단의 모략, 세뇌 포교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종교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 관계, 분위기, 기망을 통해 종교를 선택하게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엄 총무는 “종교에서 발생된 문제라고 하더라도 사회적인 측면을 가질 수도 있고, 법률적인 측면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나오고 있는 이상 한 분야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계속 넘어가선 안 된다”며 종교의 문제로만 지적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9월26일 오전 시사저널 강당에서 2019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시상식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경희대 구경진(왼쪽), 박지영 학생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9월26일 시사저널 강당에서 열린 '2019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시상식'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경희대 구경진(왼쪽), 박지영 학생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