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난 ‘예비 교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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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괴리된 교대 커리큘럼과 교원수급정책, 성희롱 대책 문제
교대련 “각 정당에 정책 질의서 보낸 뒤 교육감 면담 추진할 것”

“예비 교사가 대학에서 받는 수업, 정말 총체적 난국이에요.”

지난 9월21일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만난 서울의 한 교육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김화명씨(가명·25)는 “지금의 교육대학의 커리큘럼은 너무 낡고 오래됐다. 바꿀 때가 됐지만, 정부도 학교도 방관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이 한국방송통신대학 주변 일대에서 '교대련 공동행동'을 벌인 날이다. 집회 현장에는 1000여명의 예비교사들이 몰렸다. 미래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교육대학과 일반대학 초등교육과의 교육과정 개편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교원양성대학의 교육과정이 학교현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 정부에 '3가지 요구안' 수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7년 9월5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소속학생들이 교육부에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 정부에 '3가지 요구안' 수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7년 9월5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소속학생들이 교육부에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

교대련은 교대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현재 전국 8개 교육대학교(서울교대·경인교대·춘천교대·공주교대·전주교대·광주교대·부산교대·진주교대)와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가 가입돼 있다. 이들은 최근 정부에 크게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대학과 일반대학 초등교육과의 교육과정 개편 △교원수급정책 추진 △교대 내 성폭력 가해자 엄중처벌 등이다.

그 중 ‘낡은 교육 과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교대련은 지난 7월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학교현장에서 지식 습득 방법, 교실 속 아이들의 환경, 교사에게 기대되는 역할 등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교원양성대학의 실질적인 교육과정 개편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예비교사가 받는 교육은 결국 현장에서의 교육의 질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교대련과 교사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지난 6월 초등교원양성기관 교육과정에 대한 예비교사와 현직교사 공동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업 만족도가 ‘낙제점’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대와 초등교육과의 수업 전반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1점(매우 낮음)부터 5점(매우 높음)까지 5점 척도로 물은 결과 1~2점으로 낮은 평가를 내린 예비교사와 현직교사 비율은 각각 57.7%와 76.2%로 조사됐다. 특히 현직 교사의 경우 10명 중 8명이 불만을 나타냈다. 교육과정이 현장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현직교사의 66.7%가 2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매겼다. 예비교사 중 2점 이하의 점수를 준 이들의 비율도 44.4%였다.

교대련은 교원수급정책 추진도 요구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교원 수도 함께 줄이는 ‘단순 셈법’으로는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교대련은 '학급당 학생 수'를 토대로 교원수급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학급당 학생 수가 낮을수록 교육여건은 좋아진다는 평가를 받는데, 2017년 기준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7.4명이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초등학교 21.2명, 중학교 22.9명이다.

교대 내 성폭력 가해자 엄중처벌와 재발방지도 교대련의 주된 요구사항이다. 지난 6월 서울교대에서는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이 당사자 동의 없이 여학생 개인정보와 사진이 담긴 책자를 만든 뒤 졸업생과 재학생, 신입생이 만나는 대면식 때 이 책자를 가지고 여학생 외모를 품평하고 성희롱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교대련은 교대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도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여전히 미비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세 가지 요구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조국 사태’ 등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치면서, 예비 교사들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은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교대련 관계자는 "앞으로 각 정당에 정책 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다. 이후 각 시도 교육감 면담과 총장 면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면담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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