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리더] 장재영 “한적한 순창에 활력 불어넣고파”
  • 호남취재본부 신명철 기자 (sisa618@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8 16: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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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 방랑싸롱 장재영 대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그 안에서 또 분화하고 있다. 지역만의 차별화한 DNA를 갖추지 못하면 인근 지역으로 빨려들어가기 십상이다. 살아남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도시재생을 명목으로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더욱 그렇다.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이 나서고 있다. 지역혁신가, 크리에이터들이다. 남다른 시각으로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지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사저널이 이들 젊은이들을 만났다. 

“사실 주인장은 카페로 돈 벌 생각이 크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추석에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 손님이 전화하는 바람에 마침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는 한 여행자에게 장사를 부탁했다고 했다. 커피 내릴 줄도 모르는 사람에게 장사를 부탁하니 그 부탁을 받은 여행자나 손님이나 모두 황당했을 것이다.”

방랑끼 제대로 박힌 전북 순창 읍내의 카페 주인장 장재영씨(45)에 대한 한 지인의 얘기다. 9월29일 오후, 순창 고추장마을 가는 길목에 위치한 방랑싸롱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두 장의 명함을 건넸다. 한 장에는 ‘순창군관광두레 PD’ 직함이 박혔고, 다른 명함에는 ‘문화기획 방랑싸롱 무슈 장재영’이라고 쓰여 있었다. 설명이 걸작이다. “살롱(Salon)은 우리나라에서 룸살롱 때문에 의미가 퇴색됐습니다만 원래는 프랑스에서 문인들이 모이는 응접실 같은 곳을 의미합니다. 보통 이곳에는 여주인, 마담이 응접을 하는데 나는 남자니까 마담은 못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무슈입니다.”

방랑싸롱은 지난해 11월 현재의 위치에서 원래 고추장 저온창고였던 공간을 개조해 시즌2를 시작했다. 3년 전 순창군청 옆 금산여관(게스트하우스) 귀퉁이에 처음 문을 열었다. 카페의 크기가 작아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종종 있어 미안한 마음에 확장 이전했다고 한다. 카페 내부는 소공연장과 함께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장 대표의 이력은 남다르다. 꼬박 20년간 ‘여행사 밥’을 먹은 전직 여행가이드다. 카페 출입문을 닫으면 드러나는 수많은 항공권이 그의 삶을 말해 준다. 지금까지 85번 출국했고 60개국 공항을 드나들었다. 

ⓒ 시사저널 신명철
ⓒ 시사저널 신명철

“백지에 하나씩 점 찍어볼 생각에 눌러앉아”

서울 출신인 장 대표에게 순창은 무연고 ‘객지’다. 그런 그가 돌연 방랑을 끝내고 이곳에 정착했다. 그 이유를 묻자 즉각 답이 돌아왔다. “국내 가이드를 한동안 했었는데 그때 바로 옆 담양은 200번도 더 왔습니다. 근데 순창은 단 한 번도 와보지 못했어요. 언젠가 한번 놀러와 봤는데 막연하나마 재미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백지’ 같은 이곳에 하나씩 점을 찍어 볼까라는 생각에 눌러앉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니 제가 찍은 점 하나도 크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죠.”

장 대표는 충남 아산에서 순창에 여행 온 아내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으며, 지금은 생후 8개월 된 딸이 유일하게 순창군에 본적을 올렸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이 정도면 나름 점 찍기에 성공한 것 아니냐”며 “지금이 제 인생에서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자신을 지역 이미지를 재정의하는 로컬브랜더라고 소개했다. “전국 최고 장수촌, 고추장 말고 순창의 다른 도시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있어요. 순창을 ‘힙’하게 만드는 일 정도라고 할까요. 순창읍 합화리 일대 5곳이 공연장이 되는 재즈페스티벌과 할머니들에게 랩 소통법을 알려드리고 랩배틀대회를 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 대표의 당찬 포부다. “제가 꿈꾸는 이상은 사람들이 순창으로 여행을 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역으로의 관광’이라는 개념을 문화기획자니 도시재생 활동가니 하는 것보다 더 상위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공간을 만들고 콘서트를 하는 것이지요. 평생 여행만 다닌 여행자가 지역에 정착해 순창을 고추장처럼 핫하게 만든다면 그거야말로 여행자의 끝판왕 아니겠습니까. 제가 웅덩이에 던진 돌의 파장이 처음에는 잔잔하게 시작되겠지만 점점 그 울림이 커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순창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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