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리더] 장성혜 “진심으로 대하니 주민 눈빛 달라졌다”
  • 호남취재본부 박칠석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8 16: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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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획자’ 장성혜 순천 저전현장지원센터 사무장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그 안에서 또 분화하고 있다. 지역만의 차별화한 DNA를 갖추지 못하면 인근 지역으로 빨려들어가기 십상이다. 살아남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도시재생을 명목으로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더욱 그렇다.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이 나서고 있다. 지역혁신가, 크리에이터들이다. 남다른 시각으로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지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사저널이 이들 젊은이들을 만났다. 

장성혜(28)씨는 문화기획자이자 마을 청년 프로듀서(PD)다. 9월23일 오후, 전남 순천시 도시재생 중간조직인 저전현장지원센터 2층에서 그를 만났다. 저전현장지원센터는 그가 올 1월부터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는 곳이다. 작년까지는 순천시 석현동 향림골마을 숲틈시장 마을PD로 일했다. 

그간의 성과를 묻자 장 사무장은 “진심을 바탕으로 주민과 소통하고, 여러 성과가 쌓이면서 주민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주민의 태도 변화가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절실함이 자신을 받쳐주고 있다”면서 “활동가들의 과감함과 진실성이 주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순천의 에너지를 봤다. 혁신에 대한 낯섦이 있었지만 이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주민들이 멍석만 깔아주면 곧바로 춤을 춘다”고 했다. 

장 사무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그는 전남대 건축학과 2학년을 마친 뒤 4년 휴학 끝에 학업을 포기하고 문화기획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대학 시절 태국 원주민 마을공동체 생활을 탐방한 뒤 이같이 결심했다고 한다. 원래 여수가 고향이지만 지난 2011년 순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순천에 내려왔다. 하지만 정작 순천 생활 대부분을 형제 지원 대신 민간과 공적 영역을 넘나들며 지역혁신에 열정을 불태웠다. 시민아이디어 페스티벌 간사를 맡았고 주민자치의견수렴 워크숍 진행도 했다. 

장 사무장이 가장 애착을 갖는 사업은 숲틈시장 운영이다. 숲틈시장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상당했다. 이 마켓은 광주에서 순천에 내려온 이후 지역 유휴 숲 공간에 작심하고 판을 벌인 공동체커뮤니티 사업이다.

지난해 8월 향림골에서 처음 시작된 마켓은 매월 세 번째 토요일에 1회씩 열리고 있다. “비축된 자본이 없는 청년들이 시골에 내려와서 고용된 형태로 살아가는 삶을 살다 보면 자신이 꿈꾼 삶과 점점 멀어져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청년들을 너무 많이 봤다”면서 “이런 장터는 청년들에게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청년들이 시골에 내려오는 것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해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숲틈시장은 생태문화 장터란 분명한 주제가 있다. 장터 기획자인 마을PD와 주민이 함께 밑그림을 그리면서 참여도도 높아졌다. 가져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는 문화를 만들어 일회용품 사용도 크게 줄였다.

적은 예산으로 장터 운영이 가능하고 장터 수익은 직접 주민에게 흘러가는 선순환 체계도 구축했다. 여기에 문화가 녹아 있는 콘서트를 통해 참여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문화장터로 자리매김시켰다. “세월이 꽉 찬 어르신들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주민을 대하는 노하우라며 ‘무위(無爲)’ 전략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주민들께 부담을 드릴까봐 상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사업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만나는 사람, 관계로 부딪히다 보니 서로 부담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가르치고 설득할 것이 아니라 그냥 일을 보여주자는 마음가짐으로 진행했죠. 또 좀 난해한 부분은 어르신들께 모른다고 훌훌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듣기도 합니다.” 그는 “주민과의 ‘스킨십’에 공을 들였더니 여기저기 마을에 며느리 삼겠다는 예비 시아버지들이 즐비하다”면서 “이 정도면 ‘주민 며느리’로 전폭적인 신뢰를 받은 것 아니겠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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