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City Forum] “도시재생, 주민은 정책 대상자 아닌 ‘이해관계자’”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9.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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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성공하려면?’ 정부·민간·학계 전문가들 열띤 토론
“정권 따라 변하는 정책·비정규직 위주 인력 해결해야”

'좋은 도시'란 과연 어떤 도시일까. 도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대한민국 '도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9월30일 시사저널은 서울 포시즌호텔 그랜드볼룸에서 'Urban Innovation(도시 혁신)'이라는 주제로 2019 '굿 시티 포럼(GOOD CITY FORUM)'을 개최했다.

각계 3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운 가운데 시작한 오전 세션에선 '한국 도시 재생의 조건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독립학자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가 기조강연을 진행한 데 이어,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비서관 출신의 하승창 연세대학교 경영대 객원교수가 '도시재생과 사회혁신의 키워드는?‘이라는 물음을 안고 강연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도시재생의 어제를 말한다‘라는 대주제를 갖고 오늘날 우리 도시재생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연관 기사 ’‘좋은 도시’의 답을 찾다...성공적인 ‘도시재생’ 위한 조건은?‘ 참고).

9월30일 시사저널 주최로 열린 '굿시티포럼 2019'에서 (왼쪽부터)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 안충환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9월30일 시사저널 주최로 열린 '굿시티포럼 2019'에서 (왼쪽부터)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 안충환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도시재생 성공 위한 전문가들의 제안

오전 11시부턴 세션의 막을 연 두 명의 강연자들과 함께 안충환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협의회장이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의 진행 아래 '도시재생'과 관련한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헀다.

’도시재생의 성공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진행자 강현수 원장의 질문으로 토론은 시작됐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소속 안충환 실장이 세 가지 성공 요건을 꼽으며 먼저 답변을 이어갔다. 안 실장은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많이 수렴하는 것, 돈이 아닌 실제 투자가 필요한 곳 위주로 공간을 혁신하는 것,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타 부처와 연계해 새로운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성공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독일 베를린의 예를 들어 도시재생 방향을 강연한 하승창 교수는 “앞으로 모든 공간 마다 문화와 예술이 필수적으로 함께 갈 것”이라 관측하며 “문화나 예술은 별개의 프로그램이 아닌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협의회장은 오늘날 우리의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 주요하게 작용하는 장애물들을 소개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크게 정권마다 바뀌는 정책의 불확실성과 비정규직 위주의 인적 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공무원이 ’정부 바뀌어도 계속 가나요‘라고 가장 많이 묻는다“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공고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주는 것이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9월30일 시사저널 주최로 열린 '굿시티포럼 2019'에서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 안충환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9월30일 시사저널 주최로 열린 '굿시티포럼 2019'에서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 안충환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부산 F1963, 세종시 등이 도시재생 성공사례“

앞선 강연에서 한국 도시재생의 문제와 기대점을 소개한 로버트 파우저 교수는 ’도시재생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도시재생을 하고 싶은 한 구역이 있으면, 정부가 그 구역에 거주하는 주민 한 명 한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그러지 말고 정부가 그냥 그 구역 전체의 땅을 전부 구매해 작은 필지 하나하나의 가치를 더 키워야 한다”고 답변했다.

토론은 청중들의 질문을 받고 이에 토론자들이 답변해주는 방식으로도 이어졌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성공사례가 있을까‘라는 한 청중의 질문에 김종익 협의회장은 부산의 'F1963'을 꼽았다. 그는 “고려제강이 공장을 이전하면서, 남은 공장 터를 그 회사 스스로가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라며 “지금은 지역 명소가 됐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했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고 얘기했다. 또한 그는 ”세종시 역시 공고한 도시재생 거버넌스가 구축돼 있고 전문가와 주민들의 역할 배분이 적재적소에 돼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청중들의 질문은 더욱 많이 쏟아졌다. ’주민들 사이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질문엔 로버트 교수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세입자, 지주 등 공동체 내 수많은 의견을 수렴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특정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치중된 사람들이 그 지역 도시재생을 좌우하는 사례가 있다”며 “결국 선출된 권력의 목소리가 도시재생에서 더 커질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익 협의회장도 ”주민은 정책의 대상자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라며 ”주민협의체가 충부히 작동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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