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고 싶다” 광주시 공무원들, 휴일 체육대회 ‘반대’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1 17: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문 결과 직원 55%가 반대…이용섭 시장 정례조회서 백지화 지시
“현안에 지친 직원 격려” vs “휴일 체육대회 되레 스트레스”

광주시가 당초 계획했던 전 직원이 참석하는 휴일 체육대회를 취소했다. 반대 여론이 많아서다. 광주시는 이용섭 시장의 지시로 토요일에 전 직원이 참여하는 체육행사를 추진했었다. 광주형일자리, 도시철도 2호선, 세계수영대회 등 각종 현안 사업으로 지친 직원들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시청 안팎에서 휴식권을 침해한다며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용섭 광주시장(가운데). ⓒ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가운데). ⓒ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은 10월 1일 정례조회에서 “가을 체육 행사는 다수 직원의 뜻에 따라 현행대로 실·국별로 진행해 달라”며 전 직원 대상 체육대회 백지화를 지시했다. ‘좋은 뜻’으로 체육행사를 마련하려던 이 시장이 설문조사에서 반대가 더 많이 나오자  이를 수용해 물러선 것이다. 

광주시는 최근 시의회와 공무원노조, 직원들 사이에서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여론조사를 해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시가 지난달 26∼27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45.1%, 반대가 54.9%로 나왔다.

이 시장은 “짧은 기간에 놀랄만한 성과를 창출하느라 지친 직원과 그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라도 행복하게 하고 친목 증진과 추억을 만들려고 행사를 추진했다”며 “그러나 반대가 더 많은 설문 조사가 나와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실·국별로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는 이달 19일 광주 서구 상무시민공원(잠정)에서 2200여명의 모든 직원이 참석하는 체육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시는 8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일부인 5000만원을 추경에 편성했다.

하지만 시의회의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2000만원이 삭감됐다. 도시철도 2호선, ‘광주형 일자리’, 민간공원 특례사업 등 현안 사업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광주시공무원노조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3일 이 시장을 면담하고 체육행사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했다. 공무원노조는 “관련법 상 체육행사는 정당한 권리고, 각 실·국별로 상황과 여건에 따라 날을 정해 체육하는 시간을 갖는 게 맞다”며 “그렇지 않고 쉬는 날 하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동안 실·국별 체육대회는 있었지만, 지난 10년간 전 직원이 모인 체육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 직원 체육대회는 이 시장이 ‘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 대표이사로 선임한 박광태 전 시장 재임 시절에 3차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한편 이 시장은 이날 조회에서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과 함께 신속한 수사를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시장은 “민간공원 사업자 선정 과정에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확산해 안팎에서 걱정과 염려가 크다”며 “민간공원 사업자 선정은 법 원칙에 따라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자 평가가 잘못됐는데도 시정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며 “압력이나 특혜가 있을 수 없다. 검찰이 수사하니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 결과를 예단해 결론을 내리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유포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사업의 시급성 때문에 진실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