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비교과'가 뭐길래…교육부는 폐지, 교육감은 유지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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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학종 비교과 요소 폐지 검토"…11월 발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비교과 요소 폐지를 놓고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협의회)가 갈등을 벌일 위기다. 협의회가 자소서와 학종 비교과 요소를 폐지 등을 검토 중인 교육부 방안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새로운 대입제도 개선을 위해 대학과 현장 교사들이 포함된 '교육거버넌스' 구성까지 거론하면서다.

교육부는 11월 중 수상실적과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 폐지를 담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학종에 거는 기대감이 큰 협의회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계획에 난감한 상황이다. 

학종 평가에서 비교과 요소가 폐지되면 양측 갈등이 생길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는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교육부와 대입 과정을 준비하는 협의회의 '동상이몽'이 만든 불편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한 행사에서 제안설명하고 있는 유은혜 부총리(사진 오른쪽)와 김승환 전북교육감 ©연합뉴스
최근 한 교육 관련 행사에서 제안설명하고 있는 유은혜 부총리(사진 오른쪽)와 김승환 전북교육감 ©연합뉴스

협의회 "학종,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 vs 교육부 "운영과정 신뢰 전제"

9월30일 '대입제도개선 연구단'을 운영 중인 김승환(전라북도 교육감) 협의회 회장은 교육부의 학종 비교과 요소 폐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날 경남교육청이 주관한 '고교교육 정상화와 대입제도 공정성 확보를 위한 포럼'에서 "학종이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교육부가 비교과를 삭제한다는 대처를 신속히 내놨다"며 "그렇게 신속하게 내놨는데 그동안 뭐했느냐. 제발 그런 일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008년부터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수능·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뿐 아니라 물리학·생물학 등 특정 과목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거나, 리더십이나 봉사정신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부모의 재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능을 만들어 내곤 했다. 학종 관련 문제점이 지적되자 정부는 2013년 학종으로 간판을 바꿨다.

실제로 서울대는 2019학년도 기준 신입생 가운데 약 80%를 수시를 통해 선발하고 있는데, 이들 학생 모두 학종으로 뽑는다. 타 대학처럼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이 따로 없다. 포항공대는 100% 학종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 기준으로 학종 선발 비중이 50% 이상인 대학은 서울대와 포항공대 외에도 경희대(51.6%) 고려대(64.0%) 서강대(52.9%) 성균관대(50.4%) 춘천교대(56.8%) 한국교원대(66.2%) 등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학종 관련 문제점이 지적될 때마다 조금씩 공정성 확보 대책을 내놨는데, 그때마다 '땜질식 처방'이란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를 둘러싼 입시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학종에 대한 불신이 급격하게 커져버렸다.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은 대입개편과 교육개혁을 지시했고, 학종 비교과 요소 폐지는 이에 따른 단기 대책이다.

그러자 협의회는 전국 일선 고교 교사들이 참여한 공식 포럼에서 불쾌한 입장을 드러냈다.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 협의회 대입제도개선 연구단장은 9월30일 포럼에서 "학종이 주입식 수업과 성적으로 한 줄을 세우는 교육을 지양하고,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에 기여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며 "공정성과 투명성의 문제는 다른 해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평가하는데 비교과 영역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또 이날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운영의 취지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대입전형이 학종(40.4%)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수능전형(16.9%)보다 높았다. 이를 두고 협의회는 기존 대입제도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목표하는 역량을 평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수능전형보다는 학종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입제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교과 요소 폐지와 학종 유지는 '엇박자'

'고교교육 정상화'를 대표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협의회 입장에서는 학종이 꾸준하게 시행되길 바라고 있다. 협의회는 교육부가 고교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지원해야 하고, 대학이 그 기록을 근거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협의회의 이같은 입장을 의식한 듯 같은 날 교육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학종의 취지에는 적극 동감한다"면서도 "운영과정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종에 대한 집중적인 개선은 이번이 기회"라면서 "지금을 놓치면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종 평가에서 비교과 요소가 폐지되면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학종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면서 "(방안을) 잘 마련하겠다"고 했다.

학종을 바라보는 두 기관의 온도 차는 향후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는 비교과 요소를 폐지해야 하고 협의회는 학종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니 대입제도 개선 분야에서 계속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교육부가 11월 중 자소서와 학종 비교과 요소 폐지가 포함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더라도 '4년 예고제'에 따라 지금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4학년도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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