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리더] 박준국 “기존 개발 한계 넘어 새로운 가치 담겠다”
  • 세종취재본부 이진성 기자 (sisa415@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8 16: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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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박준국 가거지지 생활문화기획 대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그 안에서 또 분화하고 있다. 지역만의 차별화한 DNA를 갖추지 못하면 인근 지역으로 빨려들어가기 십상이다. 살아남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도시재생을 명목으로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더욱 그렇다.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이 나서고 있다. 지역혁신가, 크리에이터들이다. 남다른 시각으로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지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사저널이 이들 젊은이들을 만났다. 

숲 유원지로 유명한 충북 청주시 미원면 ‘도로줌마을’에서는 지역 어르신들과 청년들이 함께 대화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쇠퇴하는 농촌지역을 살리기 위한 모델을 구상하기 위해 청년들이 직접 지역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까닭이다. 앞으로 청년들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지역이 발전할 가능성을 찾아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이날 만난 박준국씨(32)는 청주시에서 활동하는 가거지지 생활문화기획 대표다. 가거지지는 사자성어로 살기 좋은 지역이란 뜻이다. 쇠퇴해 가는 농촌지역을 청년들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고민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까지 찾겠다는 취지로 설립했다. 박 대표는 “낙후된 지역을 뜯고 고치는 기존 개발사업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도시재생의 꿈을 가지게 된 건 대학 졸업 직후다. 중국에서 중의학과를 졸업하고 귀국한 박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시골 모습에 대한 건의사항을 들었다. 젊은 청년들은 하나같이 도시로 이동하고 지역에 어르신들만 남아 활력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푸념이다. 정부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계획이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들렸다.

박 대표는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도심으로 이동한 청년들 중 그 생활에 만족하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청년들이 지역을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다면 지역이나 참여하는 사람 모두 좋은 결과물을 얻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같은 마음을 가진 청년들 20여 명이 함께 참여하고 있고, 지금은 지자체에서도 이들의 제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는 단계로 성장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최근 박 대표는 도시재생 건설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 등을 최소화하는 모델을 연구 중이다. 그 핵심에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명목 아래 자연경관이 훼손되는 등의 난개발이 지속돼 왔다”면서 “우리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해 기존에 갖고 있는 모습을 새롭게 이용하고, 이를 통해 가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역의 강점을 활용한 사업 구상도 추진 중이다. 가령 지역 내에서 청년몰, 어반 디자인, 아이디어 토크 행사 등을 개최하면서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함께 참여를 원하는 청년들이 모이고 있고, 지역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벤트로만 보는 일부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아쉽다고 그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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