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리더] 이미나 “도시재생에 문화 접목하면 사람 모여들 것”
  • 세종취재본부 이진성 기자 (sisa415@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8 16: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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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 도시재생요가 기획자 이미나씨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그 안에서 또 분화하고 있다. 지역만의 차별화한 DNA를 갖추지 못하면 인근 지역으로 빨려들어가기 십상이다. 살아남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도시재생을 명목으로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더욱 그렇다.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청년들이 나서고 있다. 지역혁신가, 크리에이터들이다. 남다른 시각으로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지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사저널이 이들 젊은이들을 만났다. 

“도시재생에 문화를 접목하면 사람들도 모이고, 보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요?”충남 서천군에서 요가 문화를 알리고 있는 요가기획자 이미나씨(26)는 지역 청년들이 도시로 이동하는 첫 번째 원인을 문화 결핍으로 꼽았다. 도시재생이 화두인 요즘, 건물을 짓고 공간을 만들어도 청년들이 남아 있지 않는 현실을 설명한 것이다. 이씨는 “청년들이 서울로 가는 이유 중엔 문화를 찾기 위한 것도 있다”면서 “문화적인 측면에서 도시재생을 풀면 지역이 발전하고 자연스럽게 사람도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천안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중 ‘천안학’이라는 교양과목을 듣고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졌다. 전공과목과는 무관하게 취미로 배우는 요가를 통해 지역에 정착하는 꿈도 이때 가지게 됐다. 이씨는 “도심에서 요가 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을 계획했을 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반면 지방에는 이 같은 문화 콘텐츠가 부족했고 지역주민들의 목마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요가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것을 즐긴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지역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역 내 한산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서천 주민들을 대상으로 요가 강습을 진행 중이다.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필수”

나아가 지역의 편안함을 살려 요가와 결합된 여행상품도 계획하고 있다. 지역에는 활력을 불어넣고, 사업으로도 이어져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품을 계획한 배경은 사회생활에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재충전 시간을 고려해서다.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서 명상도 하고 쉼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단순히 요가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요가 클래스가 운영되는 서천군 한산면의 특산물인 ‘소곡주’와 ‘모시팔찌’ 만들기 등의 체험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여행상품이 활성화되면 지역 경기는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씨는 “(본인의) 가치관과 지역의 문화, 라이프스타일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결합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물론 그가 지역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어려운 과정들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뭔가를 해보겠다고 지역에 내려오는 청년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과 반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소통적인 측면에서 마음을 여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를 겪으면서 오히려 이곳에서 반드시 잘돼야 한다는 목표를 다졌다. 만약 실패하고 돌아서면 지역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줄 수 있어서다.

이씨의 최종 목표는 지역의 경제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도시 생활에 지쳐 지방으로 내려오고 싶은 청년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당분간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생활이 가능하겠지만, 절대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돼요. 도시에서 지금껏 노력했던 마음가짐 정도는 가지고 내려왔으면 좋겠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을 위한 노력은 필수입니다. 지방은 도시와는 다른 자원이지만 새롭게 할 만한 사업이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서천의 한산 소곡주 같은 것을 청년들이 와서 리패키징을 해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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