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붐’ 벌써 끝났나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09 14: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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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들어 채권형 펀드 자금 이탈 가속화…수익률 악화‧증시 반등 등 원인

“올해는 채권 투자가 끝물이라고 국내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말들이 쉽게 나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외 경기가 불안하다며 너도나도 안전한 채권 투자를 권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이런 분위기가 반전되는 중이다. 9월 들어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8월까지만 해도 채권형 펀드 규모는 20여 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당연히 투자금은 채권에 투자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코스피가 급락하는 등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채권 매력도를 높였다. 하지만 9월 들어선 이런 분위기가 뒤바뀐 상황이다.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반대로 채권형 펀드의 인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국제 금값 역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국제 금값 역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9월에만 채권형 펀드에서 1조원 순유출

증권업계에 따르면 9월 들어 채권형 펀드 자금 이탈과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현상이 뚜렷해졌다. 채권이 외면받는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로는 채권금리 반등(채권값 하락)에 따라 수익률이 떨어진 점이 꼽힌다. 반대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증시 호전에 따라 빠르게 회복되면서 주식 상품 쪽으로 자금이 몰린 탓도 있다.

채권형 펀드 규모는 올해 들어 매달 1조원가량 증가한 바 있다. 상반기까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손실 폭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기에 채권형 펀드가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채권금리 반등, 수익률 하락으로 이달에만 채권형 펀드에서 1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9월4~30일)에 채권형 펀드(펀드, 투자일임 포함)에서 약 1조3400억원이 순유출됐다. 반면 주식형 펀드에는 약 1조62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불과 한 달여 만에 투자 흐름이 돌변한 것이다.

국고채 3년 금리는 8월26일엔 1.121%였으나 9월27일 들어서 1.301%까지 올랐다. 채권 가격은 금리가 오르면 반대로 하락한다. 이에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펀드 수익률은 주춤해졌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 274개의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0.15%, 해외 주식형 펀드 771개의 평균 수익률은 0.52%를 기록했다. 수익률 하락이 채권에서 자금을 빼는 투자자들을 늘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도 채권형 펀드 규모 성장세는 꺾일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힘들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에 채권형 펀드에서 수익률 하락과 함께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스피가 9월 들어 크게 반등하자 업계에선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심리도 커졌다. 앞으로도 주식형 펀드로 투자가 몰리면 채권형 펀드의 자금 순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채권형 펀드가 위축되는 것과 달리 주식형 펀드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9월26일 기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내 주식 비중은 92.72%를 기록했다. 9월20일에는 이 비중이 96.5%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식 투자 비중이 96.5%를 넘은 것은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03년 6월 이후 처음이다.

10월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DLSㆍDLF 판매 국정조사 및 피해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차호남씨가 호소문을 읽으며 오열하고 있다.
10월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DLSㆍDLF 판매 국정조사 및 피해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차호남씨가 호소문을 읽으며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식형 펀드는 플러스로 전환

올해 9월 주식형 펀드 내 주식 비중이 높아진 것은 주식 상승 기대에 따른 결과다. 9월 들어 코스피는 전달에 비해 빠르게 반등하며 13거래일 연속 상승해 2100선을 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달간 4.84% 증가했다. 주식형 펀드 내 주식 비중은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되면 오르고 나빠질 것으로 판단되면 떨어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주식 비중이 88%로 내려가기도 했다.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개선됐다. 지난 10월1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960개의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4.97%를 기록했다. 지난 3개월간 수익률은 -3.93%, 1년간 수익률은 -13.95%였던 것과 대조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크게 반등하면서 9월 전까지 마이너스였던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을 키웠다.

한편 채권형 펀드가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보다는 부동산 펀드 상품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이달 들어 꾸준하게 증가했다. 9월30일까지 16거래일 동안 자금이 계속 유입됐다. 이에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94조7400억원을 기록해 2조9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시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들어 분산투자를 조언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홍콩 시위 등 글로벌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도 있어 하반기에 코스피가 더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럴 경우 채권 강세 흐름이 다시 나타나고 반대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줄어들고 상반기처럼 채권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다만 여전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에 부동산과 함께 채권형 펀드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주식에만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보다 보수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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