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 갈림길에 선 조국 사태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7 10: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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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시민단체도, 조국 장관 저격…일진일퇴 거듭하는 두 남자

이른바 ‘조국 사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검찰이 특수부 검사를 대거 투입하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조 장관은 한껏 코너에 몰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계속 이어지는 수사에도 검찰이 확실한 내용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지면서 이번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이런 가운데?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진보 성향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전직 고위 간부가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권력형 범죄 가능성”을 언급했고,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조 장관 부부를 고발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조국 수사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 뉴시스·연합뉴스
ⓒ 뉴시스·연합뉴스

검찰은 10월3일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조사했다. 현직 장관의 부인이, 그것도 법무장관의 부인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사상 초유의 일이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이미 정?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긴 데 이어, 핵심 의혹인 사모펀드 관련 의혹, 자녀의 입시 과정 전반에 대한 의혹까지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검찰이 주목하는 것은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수사다. 수사의 핵심은 조 장관 본인과 부인 정 교수의 관여 여부다. 검찰은 정 교수가 사실상 사모펀드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것으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업무 전반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이 조 장관의 5촌조카 조범동씨고, 조씨에게 자금을 대주면서 코링크PE의 실소유주 역할을 한 것이 정 교수라는 것이다. 조씨와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불법적인 행위의 공범인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장관 측은 여전히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9월초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아내인 정 교수 역시 “현재 언론에 보도된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자신에 대한 의혹을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조 장관이나 정 교수가 사실상 사모펀드 운영에 개입돼 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의혹은 진영논리를 벗어나 있다. 진보진영에 속해 있는 김경률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모펀드와 관련한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권력형 범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조 장관 일가가 사모펀드와 관련해 사실상 뇌물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조 장관 부부 등 7명을 뇌물죄와 횡령죄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결국 검찰이 조 장관 내지는 정 교수의 개입 여부를 밝힐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이 직접 개입 의혹을 밝힐 ‘키’를 쥐고 있다면, 이 사건은 김 전 위원장의 주장대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개입 내지는 실소유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조 장관의 5촌조카가 주도한 금융사건으로 끝날 수 있다.

검찰은 10월3일 정경심 교수를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진은 10월2일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 ⓒ 시사저널 박정훈
검찰은 10월3일 정경심 교수를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진은 10월2일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 ⓒ 시사저널 박정훈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운용 직접개입 여부가 핵심

모든 의혹의 핵심에는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있다. 현행법상 조 장관 부부가 단순히 펀드에 투자만 한 것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펀드 운용에 직접 개입한 것이라면 직접투자를 한 셈이기 때문에 현행법에 저촉된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직접 보유한 주식총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다만 사모펀드는 간접투자라 공직자윤리법상 관련 규정이 없다. 그러나 정 교수가 사모펀드의 운영에 직접 개입했다면 직접투자가 되며, 정 교수와 조 장관이 경제적 공동체라고 한다면 조 장관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자본시장법 위반 역시 같은 논리에서 가능하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가 펀드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단순 투자자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5촌조카 조씨의 아내가 코링크PE가 투자한 더블유에프엠(WFM)의 주식 11억원어치를 매입했는데, 이 주식이 정 교수의 차명 주식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는 또 이 회사 회의에 참가해 매출현황 등을 챙겼고, 14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명 소유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 교수는 금융실명제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코링크PE의 설립 및 운영 과정에도 정 교수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정 교수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이후인 2017년 7월 코링크PE의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에 14억원을 투자했다. 또 코링크 설립 이전인 2015년 12월, 5촌조카인 조씨에게 5억원을 빌려줬다. 검찰은 이 돈이 설립 직후 유상증자에 쓰였고, 정 교수와 조씨가 코링크의 설립 과정과 향후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설립 이후 코링크가 내놓은 블루코어 펀드에 자금을 투자했다는 논리다.

5촌조카 조범동은 어떻게 자금을 모았나

조 장관의 5촌조카 조범동씨는 사모펀드 운용 전반에 손을 댔다. 코링크가 설립한 레드, 블루, 그린, 배터리펀드 운용 과정 모두에 조씨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내정된 이후부터 조씨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에서 조씨가 조 장관 일가를 등에 업고 투자자를 모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런 의혹은 최근 조씨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더 커졌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입수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2017년 5월11일 정?교수가 출자한 코링크PE의 투자금 유치를 위해 열린 미팅에서 한 투자자가 수익실현이 가능하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조씨는 “권력이 통한다는 가정하에”라고 답했다. 유 의원실에 따르면 미팅 시점은 조 장관이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내정된 다음 날이었다. 한국당에서는 조 수석 임명 직후 투자금 유치를 위한 미팅에서 조씨가 투자자에게 ‘권력’을 언급한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이 가진 영향력을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률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도 자금 흐름에 의문을 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조범동에게 기적과 같은 ‘귀인’들이 나타난다. 익성 주식을 40억에 사주고, 1년 전에 산 비상장주식을 3배 가격에 판다. 이 귀인은 곧이어 조범동에게 상장사 WFM의 주식 53억원어치를 그냥 주신다. 5촌 당숙이 민정수석이 되고, 또 당숙모는 펀드에 20억 넘게 태우겠다는 딱 그때를 전후로 한때”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10월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권력형 범죄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 수일에 걸쳐서 몇 명이 밤샘하면서 분석했다. 심각한 문제가 있고 더 크게 발전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역시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코링크PE에 유입된 자금이 조 장관에게 제공된 ‘뇌물’ 성격이 짙다고 봤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0월2일 고발장을 접수하며 “조국 법무장관이 66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정 교수는 WFM으로부터 자문료까지 받으며 기업의 사업 확장에 이익을 줬는데 이를 조 장관이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유류판매 업체를 하다가 WFM 대표를 맡았던 우아무개씨(60)가 55억원 상당 주식을 코링크PE에 무상으로 준 것, 가로등점멸기 업체인 웰스씨앤티가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10억원을 조 장관의 5촌조카 조범동씨 등에게 전달한 것 등은 모두 뇌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공동대표는 또 “조 장관이 즉각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 입김 작용했다는 증거 나와야”

앞서의 의혹들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도 상당한 혐의점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특수부 전체가 투입되다시피 한 이유도 제기된 의혹이 많고, 조 장관과 정 교수가 직접 개입했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 교수를 검찰이 기소한 것은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딸의 표창장 위조 혐의뿐이다. 통상 사문서 위조의 경우에 형벌이 크게 내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모펀드 의혹이야말로 조 장관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 여부를 가름할 가장 중요한 전장(戰場)이다. 수사 결과 권력형 비리로 밝혀진다면 조 장관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모펀드 관련 사건은 5촌조카인 조씨가 연루된 금융사건에 그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조 장관이 직접 개입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알려진 바 없다. 금융범죄를 주로 다루는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처음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나왔을 때, 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전형적인 금융사건의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장관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거세지면서 중앙지검 특수부가 투입됐다. 결국 모든 수사는 조 장관 부부의 직접개입 여부를 밝힐 수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약 정 교수가 직접적인 개입을 했다고 한다면 ‘이면계약’이 존재해야 한다. 문제는 사모펀드가 개입된 M&A 시장에서는 이면계약이 있다 하더라도 구두로만 할 뿐, 보통 문서자료로 보관하지 않는다. 검찰이 이 부분을 규명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익성과 WFM 등 코링크 관련 자금 흐름을 분석한 한 주식투자사 관계자는 “조범동의 경우에는 처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봤을 때 정 교수까지 엮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 교수는 자금을 댄 ‘전주’로 이용됐을 수 있다. 검찰의 목표는 펀드와 관련해 정 교수를 기소하는 것일 텐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지금까지 여러 물적 증거를 수집했다. 재판에서 이 증거들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막대한 특수부 인력이 투입된 수사에서 출구는 공소장뿐이고, 압수를 통해 확보한 증거로 혐의를 밝히면 되는 것”이라며 “수사가 차분한 가운데서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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