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못난 정치가 분단의 원인이었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19.10.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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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의 기원》ㅣ오코노기 마사오 지음ㅣ류상영 외 6인 옮김ㅣ나남 펴냄ㅣ700쪽ㅣ3만 5000원
ⓒ 출판사 나남
ⓒ 출판사 나남

‘586세대’에 대한 공격이 잦다. ‘386’이 연장된 ‘586’은 ‘50대, 80년대 대학생, 60년대 출생’의 상징어다. 이 조어의 배경이 격렬했던 민주화 운동이었으므로, 정확히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대학생’이라야 맞다. 출세를 위해 불의에 눈감았던 사람들까지 싸잡은 후 586의 부조리를 공격하는 것은 맞지 않다.

586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친 책을 꼽자면 한길사에서 펴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빼놓을 수 없다. 1945년 해방공간에서 좌·우파의 극심한 대립과 친일파 부활, 남북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비극을 학자, 언론인, 시민운동가 등 지식인들이 모여 조명한 책이었다. 이 책이 워낙 운동권 학생들에게 선풍적으로 읽히자 군사독재정권은 ‘읽으면 처벌하는’ 금서로 묶기도 했다. 정부가 지정하는 특정 책을 읽거나 가지고 있으면 경찰서나 정보기관에 끌려가 얻어맞거나 감옥에 보내지는 일이 그리 멀지 않은 대한민국 역사에 엄연히 기록돼 있다.

그러나 역사 해석에 정답은 ‘거의’ 없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 규정했던 역사학자 E.H.카의 말처럼 역사는 보는 자의 현재 위치에 따라 보이는 과거에 대한 해석이 변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역사는 승자의 것’이란 규정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해방전후사의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집필했던 저자들의 역사 해석에 반기를 드는 비슷한 제목의 다른 책들이 연이어 출판됐던 바, 가장 최근에 나온 이영훈 등의 《반일 종족주의》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반도 전문가 오코노기 마사오의 《한반도 분단의 기원》은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않는 제 3자의 건조한 시각으로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제시한다. 시방 나라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크게 갈렸다. 본질은 해방 직후 극심했던 대립과 혼란으로 육박한다. 남은 반쪽이 다시 반쪽으로 쪼개질라.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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