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실탄발포에 불붙은 홍콩 시위…중국군과 대치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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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금지법 시행 이후 시위 더 격렬해져…10대 시위대 두 명에 실탄 발사 후 충돌 격화
시위대 일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과 대치하기도

홍콩 내 반중(反中) 시위가 격화하면서 홍콩 도심이 마비됐다. 주말 사이 대규모 시위대가 행진을 벌인 가운데, 여러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일부 시위대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과 대치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0월6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 연합뉴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0월6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수만 명은 홍콩섬과 카오룽만 등 도심 곳곳에서 행진과 점거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빗속에서 우산을 든 채 “마스크를 쓰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중국 기업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코즈웨이베이, 프린스에드워드 등 홍콩 번화가에 설치된 중국건설은행 소유 ATM 등이 파괴됐으며, 몽콕 인근 중국 휴대전화 기업 샤오미 매장에선 불이 났다. 또 시위대는 중국 본토인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식당을 때려 부수기도 했다.

특히 인민해방군 주홍콩부대 병영 근처 앞까지 행진한 시위대는 중국군과 아찔한 대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위대가 레이저와 강한 불빛 등으로 건물을 비추자, 인민해방군 병사가 막사 지붕 위로 올라가 노란 깃발을 들어 보였다. 이 깃발에는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와 인민해방군 간 접촉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시위는 지난 10월4일 홍콩 정부가 시위 확산을 막는다며 ‘복면금지법’을 발표한 데 반발해 발생했다. 5일 0시부터 시행된 복면금지법은 공공집회나 시위 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이를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홍콩시민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홍콩 시위대는 4일부터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와 경찰 간 마찰이 심해지면서, 경찰이 쏜 실탄에 시위대가 다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월4일 저녁 위안랑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던 14살 소년이 경찰이 쏜 실탄을 허벅지에 맞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는 지난 10월1일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을 가슴에 맞고 중상을 입은 후 두 번째다.

더군다나 경찰이 치료를 받던 14살 소년을 폭동과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홍콩에서 폭동 혐의로 유죄를 받으면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홍콩 지하철은 전날에 이어 10월7일에도 일부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다. 다만 국제공항행 고속열차는 7일 오후 1시부터 일부 운행이 재개됐다. 당국은 파괴행위가 지속할 경우 철도 운행 중단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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