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자백으로 뒤집힌 판…‘화성 8차사건’ 윤씨, 진범 맞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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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과거 시사저널 인터뷰서 “사람 죽인 적 없다” 토로
이미 20년 복역하고 가석방…고문에 허위자백 논란
이춘재 범행 확인되면 무고한 시민 억울한 옥살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알려져 이미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에 대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가운데,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됐던 윤아무개씨(당시 22세) 측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과거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줄곧 “사람 죽인 적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10월8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씨 측은 재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윤씨가 수감됐던 청주교도소에서 그를 담당했던 교도관 A씨의 말을 빌려 이같이 보도했다. A씨는 “이춘재가 진범으로 밝혀진 지난 9월19일 윤씨에게 ‘형님 뉴스 보셨어요’라며 전화가 왔고, (윤씨가) 이번에는 정말로 무죄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씨는 지난 1988년 9월 발생한 화성 8차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이듬해 7월 검거됐다. 당시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아무개양(당시 13세)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였다. 윤씨는 10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상급심 재판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씨는 무기수로 복역 중 징역 20년으로 감형 받아 지난 2009년 8월 가석방됐다.

윤씨는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항소이유로 들었다. 윤씨에 대한 2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음에도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2003년 시사저널과 가진 옥중 인터뷰에서도 “살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도 그는 수사과정에서 “맞았다”며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밝혔고, “나처럼 돈도 빽도 없는 놈이 어디다 하소연하나. 국선 변호인을 써서 재판에서 졌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고문 여부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 경찰관은 “증거가 뚜렷했기에 고문할 필요가 없었다”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 주변에 떨어져 있던 음모를 발견했고, 수개월 수사에 전념해 그 주인을 찾아냈다”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에서 일반인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티타늄이 나왔고, 범인 직업과 연관되면서 진범임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모는 명백한 증거다. 이춘재의 거짓 진술을 믿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특히 8차 사건의 증거물인 체모의 혈액형은 B형으로, 윤씨와는 일치하나 O형인 이춘재와 일치하지 않는다.

만약 “8차 사건도 내가 저질렀다”는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경찰은 부실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춘재가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거나 허세를 부리기 위해 거짓으로 자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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