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골탕 먹이는 병 ‘대상포진’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5 16: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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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유지하고 진단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복용해야

통증이 너무 심해 단지 통증 때문에 입원까지 하는 병, 간과했다가는 평생 극심한 만성 통증에 시달려 불면증이나 우울증이 생기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병, 바로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60세 이상에게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20대에도 흔하게 발생하고 30~40대 증가율이 가장 높아졌다. 이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 됐다.

대상포진(帶狀疱疹)을 그대로 풀이하면 ‘띠 모양의 물집’이라는 뜻이다. 즉 몸에 띠 모양으로 물집의 군락이 생기면서 통증이 동반되는 질환을 대상포진이라고 한다. 어릴 적 수두(水痘)를 앓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수두는 치유돼도 수두 바이러스는 사멸하지 않고 신경 안에 숨어 있다. 그렇게 증상 없이 오랜 기간 잠복해 있다가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돼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 염증과 통증을 일으킨다. 신경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몸의 한쪽에만 띠 모양의 수포를 형성한다.

ⓒ 유재욱 제공
ⓒ 유재욱 제공

대상포진은 통증의 왕

참기 힘든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 가려움, 찌릿함 등의 증상이 신경을 따라 나타난다. 어느 신경을 침범했느냐에 따라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가슴이나 배가 아프기도 하고 두통이 심하기도 하고 팔다리가 아프기도 하다.

띠 모양의 물집 증상이 특징이어서 비교적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통증이 나타난 후 며칠이 지나야 비로소 피부병변이 발생하기 때문에 피부는 멀쩡하고 통증만 있는 며칠 동안 대상포진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그 기간 여러 병원을 찾아도 정확하게 진단이 안 된 채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림의 경추 2번(C2) 신경에 대상포진이 생긴 경우 머리가 깨질 듯 두통이 있고 눈이 빠질 것 같아서 뇌 MRI를 찍기도 한다. 흉추 4번(T4) 신경에 대상포진이 생긴 경우 가슴 통증이 있고 숨을 쉬기 어렵다고 호소하기 때문에 응급실에 가서 심장 관련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요추 4번(L4) 신경을 침범한 경우에는 허리디스크로 오인돼 MRI를 찍거나 허리 관련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복용해야

의사로서 이렇게 치료하다가 며칠 후 피부병변이 나타나면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증상이 거의 비슷한 양상이어서 심장이나 뇌의 문제가 의심되는데 검사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띠 모양의 물집이 나타나면 금세 진단이 되고 72시간 이내에 수두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2주 이내에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72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합병증 중에 가장 흔하고 중요한 것은 대상포진후신경통이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은 물집이 사라졌는데도 1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통증은 한번 발생하면 잘 낫지 않고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지속되며 평생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만성 통증이 지속되면 불면증이나 우울증이 생겨 삶을 황폐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자세한 예방법과 치료법은 다음 편에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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