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반년, 갈 길은 여전히 멀다
  • 변소인 시사저널e 기자 (byline@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16 14: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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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대비해 20배 빠르다더니…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서비스는 어디에?

5세대 네트워크(5G)가 국내에서 서비스된 지 반년이 됐다. 5G가 안착하면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 눈앞에서 펼쳐질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가입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지만 실사용자들이 체감할 만한 서비스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인터넷 성능평가 전문업체 우클라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사용 환경에서 5G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393.07Mb(메가비트)다. 해당 조사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우클라 속도 측정 사이트인 스피드테스트를 통해 측정한 값이다. LTE의 실사용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64.79Mbp. 5G 속도가 6배가량 빠르다. 5G가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홍보가 무색할 만큼 실제 사용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5G는 이론상 업로드 기준 초당 20Gb(기가비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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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속도, 3위에서 4위로 한 계단 하락

속도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5G는 ‘세계 최초 타이틀’도 무색하다. 한국은 지난 4월 미국과 치열한 경쟁 끝에 밤 11시 서비스 시작이라는 강수를 두며 5G ‘세계 최초 서비스 국가’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5G 서비스는 뒤늦게 5G 서비스를 시작한 국가와 비교해 속도가 느리다. 영국 모바일 시장 분석업체인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현재 12개 국가가 5G를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1일부터 9월1일까지 조사한 결과 12개 국가 중 한국의 5G 최고 다운로드 속도는 4위다. 7월 조사와 비교해 한 계단 더 떨어졌다.

미국이 1815Mbps로 1위, 호주가 1292Mbps로 2위, 스위스가 1240Mbps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1138Mbps로 집계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은 미국에 비해 38% 정도 느린 다운로드 속도를 기록했다. 지난 7월 8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미국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다운로드 속도 3위를 기록했다. 5G의 이론상 최고 속도가 20Gbps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20분의 1 수준이다.

예상보다 느린 속도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반년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연말에나 그마나 공개할 만한 5G 발전이 있을 것이고 그 전까지는 기지국 구축에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서비스가 6개월 진행된 상황에서도 중간 점검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5G 서비스는 건물 안에서는 먹통이다. 이제 건물 내에 5G 기지국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주요 건물에서 설치가 시작됐지만 확산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장소별 5G 기지국 구축현황’ 자료에 의하면 9월 기준 이통 3사의 5G 기지국 수는 9만755개다. 이 가운데 97.55%인 8만8529개가 지상에 구축됐다. 실내 기지국은 전체 5G 기지국의 1% 수준인 898개에 불과했다. KT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인빌딩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9월말 기준으로 인빌딩에 100개 정도 실내 기지국을 구축했다.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은 물론 스타필드 고양, 주요 KTX 정차 역에도 5G 기지국이 설치된 상태”라고 말했다.

5G 서비스는 전력 소모량도 문제다. 이용자들은 “5G 스마트폰은 매우 빨리 충전되지만 더 빨리 소모된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사들이 5G에 배터리 절감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도 5G 서비스 전력 소모량 때문이다. KT는 배터리 절감 기술인 C-DRX를 국내 최초로 5G 전국망에 적용했다. C-DRX는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전송 중에 스마트폰을 주기적으로 저전력 모드로 전환시켜 배터리 사용량을 줄여준다.

이런 기술에도 불구하고 5G 통신의 불편함 때문에 5G 단말기를 사용하면서도 ‘LTE 우선모드’를 사용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정보기술(IT) 커뮤니티에서는 LTE 우선모드를 사용하는 법이 공유된다. 배터리를 조금이라도 아끼고 끊김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이 잦은 실내, 대중교통, 집 안에서 5G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5G를 우선할 이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차피 자주 쓰는 곳에서 LTE만 된다면 LTE 우선모드가 더 합리적인 셈이다.

 

5G 가입자, 연내 400만 명 돌파 전망

그럼에도 국내 5G 가입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5G 단말기에 보조금이 쏟아지면서 지난 6월10일 상용화 69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과거 LTE가 상용화 후 81일 만에 1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보다 빠른 속도다. 이후 지난 8월에는 200만 가입자를 훌쩍 넘어섰다. 각 사별로도 차례로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고 있다. 지난 8월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KT는 9월21일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고, LG유플러스는 이르면 이번 달에 100만 가입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연내 국내 5G 가입자 수가 300만 명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8월 기준 이통 3사의 5G 가입자 수는 279만4536명이다. 하반기 프리미엄급 신규 단말기 출시가 없어 5G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올해 안에 가입자 수 400만 명을 넘기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전화 단말기별 트래픽 현황을 보면 지난 4월 5G 스마트폰 전체 트래픽이 5937TB(테라바이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8월 기준 5G 스마트폰 전체 트래픽은 6만7237TB로 11배 이상 급격히 늘었다. 5G 스마트폰 1가입자당 트래픽은 8월 기준 2만5233MB다. 즉, 5G 가입자 1인당 월 24GB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이통사들은 연말까지 인구와 트래픽 기준으로 80%의 5G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SK텔레콤은 연내에 7만 개 기지국을 설치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연내 8만 개 기지국을 구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통 3사 모두 전국망 구축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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