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10대들의 외침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19.10.14 09: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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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권력이 바뀌고 있습니다. 나이가 더 이상 권위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물질적인 부가 권력으로 작용하지 못합니다. 조직에서의 자리가 힘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수직적인 거대 권력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날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는 이제 공간적인 제약이 되지 못합니다. 수평적으로 공존하는 삶을 향한 요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시대입니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져야 소통이 가능합니다. 핸드폰이라는 요술방망이를 하나씩 손에 쥐면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청소년들이 접하는 정보의 양과 깊이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언어의 장벽도 많이 무너져 외국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접합니다. 외국의 각종 SNS나 서비스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단군 이래 최고로 자신감 넘치는 세대가 요즘 우리 청소년들입니다.

글로벌화는 우리 문화에 변혁을 불러옵니다. 글로벌 기준이 우리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의제들이 사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이나 인권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감수성은 기성세대보다 청소년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난 이들 청소년은 이미 글로벌 DNA를 내재화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무서운 10대들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최근 스웨덴의 16세 소녀인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적으로 주목됐습니다. 툰베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변화 집회에 참가했을 때 군중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수만 명의 어린 학생들이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그의 호소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사회팀 박성의 기자가 이번 호 커버스토리인 ‘세상을 바꾸는 10대들’ 기획을 처음 발제했을 때 우리나라에도 그런 10대가 있나 싶었습니다. 기우였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청년 기후 정상회의’에 한국 청년 대표로 참석한 김유진 학생, 청소년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일하는 청소년 연대’ 권혁진군,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단체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를 이끄는 양말(가명)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10대들이 이미 주체적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래의 주역’이나 ‘기특한 존재’로서가 아닌 하나의 당당한 주체로서 자신들을 바라봐 달라고 말합니다. 공정성과 합리성, 공존하는 삶의 양식에 기초해 미래를 열어가는 10대들이 대한민국을,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 우뚝 설 것임을 예상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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