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서초동 집회] “그곳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4 10: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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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작가 “‘견문발검’ 하는 검찰의 불공정성 끝까지 따져야”

“집회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낀 하루였다. ‘조국 수호 검찰개혁’ ‘우리가 조국이다’ 피켓을 들고 앉은 사람들과 그들이 든 촛불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격이었다. 이들이 정치에 관심 갖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나라에 대한 걱정을 안고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는 것, 정치가들과 검찰은 반성 좀 하라.”

10월5일 강원도 화천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과 함께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외수 작가는 당시 서초동 집회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다”고 말한다. 10월9일 화천 이외수 문학관에서 만난 그는 “3년 전 탄핵집회부터 이어진 성숙한 촛불문화가 완전히 정착한 모습”이었다며 서초동 집회를 평가했다. “우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총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부정부패로 썩은 권력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어둠에 갇힌 많은 것들을 빛으로 끌어내는 촛불, 그 의미로 가득 찬 집회였다. 촛불로 대통령도 내렸는데 검찰이라고 못 바꾸겠나.”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 개혁 피하려는 듯

이 작가가 집회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발견한 감정은 ‘분노’였다. 조국 장관 일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불공정성’에 대해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는 시민들과 그는 분노를 나눴고 함께 검찰 개혁을 외쳤다. “검찰은 이미 도를 넘었다. 권력이 남용되고 있고 공정성을 잃어버렸다. 왜 마약을 밀반입하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자녀보다 표창장을 받은 자녀를 더 걱정하느냐. 검찰의 이런 불공정이 하루 이틀 일이었나.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경우, 문제의 동영상에서 김학의의 얼굴을 구분할 수 없다며 무혐의를 내지 않았나. 그의 가족에게 보여주지 그랬나. 바로 구분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조국 가족을 털 듯, 그때 탈탈 털었다면 분명 성과가 있었을 거란 얘기다.”

서초동 집회는 국회 인사청문회 직후 이뤄진 조국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기소를 계기로 계획되기 시작해, 조 장관 자택 등에 대한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 과정을 거치며 본격화됐다. 이 작가 역시 특히 이 부분을 강조했다. “지금 검찰 수사를 볼 때, 모기 잡으려 칼을 빼드는 ‘견문발검’이 따로 없다. 메뚜기 잡는 데 미사일을 왜 쏘고 있나. 그렇게 엄격하게 온 가족을 수사했는데도 아직 의혹뿐이다. 검찰 개혁을 피하려는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국을 막고 개혁을 막아 부정부패가 계속되길 저들은 바라는 것이다.”

한편 이 작가는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윤 총장의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연 국민의 이런 소리까지 끝까지 못 들은 척할 만큼 강심장인지, 정말 그 정도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인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검찰과 조 장관 관련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 간 ‘유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가족이 검찰에 의해 무자비하게 습격당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언론이 적극 공조하고 있다”며 “내가 40여 년 소설로 밥 먹고 살았는데 기자들이 더 소설을 열심히 쓰는 것 같다. ‘정론직필’은 커녕 요즘엔 육하원칙까지 무시해 버리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라고도 강하게 지적했다.

10월5일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10월5일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광화문 집회와는 수준·내용 비교 안 돼”

조 장관 수호와 검찰 개혁, 그의 사퇴와 처벌을 내걸고 장기화되는 싸움에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같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조 장관을 둘러싸고 결이 다른 입장들이 나와 그들 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당연하다’ 말한다. 그는 “어느 때나 분열과 갈등은 없을 수 없다. 그게 없다면 공산주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같은 진보라고 다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나. 그걸 두고 ‘넌 왜 그러냐’ 싸울 것도 없다”면서 “다만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조작을 생활화하면서 널리 인간을 ‘해롭게’하고 있는 무리는 척결해야 하기에, 그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한 당일에도 광화문광장에선 ‘조국 사퇴’를 외치는 보수진영의 두 번째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세(勢)를 두고 정치권의 ‘숫자 경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작가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무의미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양 집회 모두 참가자들의 애국심만큼은 인정한다. 다 나라 걱정을 바탕으로 광장에 나온 것 아니겠나. 진실을 얼마나 정확히 보고 있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집회 참가자 수? 야당 의원들은 동원한 적 없다고 열을 올렸지만, 전광훈 목사는 교인 동원을 운운했다. 일부는 집회 참가 인원을 키워 보이려 사진을 조작해 올리기도 했다. 조작이 생활화돼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양심의 거울에 한 번도 비춰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이 작가는 “그곳(광화문 집회)에선 성추행이 일어났고 폭력이 발생했으며 헌금이 앵벌이하듯 이뤄졌다”며 수준이나 내용 면에서도 두 집회는 나란히 견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싸움의 끝은 언제일까. 이 작가는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한다. “부정한 사람들은 결국 자기들끼리 싸워 자멸할 것이다. 나는 그걸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도 남달리 수가 깊은 인물이다. 수년 전 영상에서 조 장관과 검찰 개혁에 대해 얘기 나누는 걸 봤다. 둘 다 지금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개혁을 밀어붙일 거라고 본다. 검찰 개혁 문제가 정리되더라도 국민의 정의와 행복에 대한 염원은 계속될 것이며 촛불도 계속 꺼지지 않고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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