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미군 철수’ 발표 직후 시리아 쿠르드족 침공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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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동맹 버렸다’ 비판 거세져…트럼프 “이번 공격에 동의한 적 없다”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강행했다. 이 지역에 주둔하던 미군이 갑작스레 철수한 직후 공격이 발생한 터라, 미국이 사실상 터키의 군사작전을 묵인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터키는 미군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철수한 지 며칠 만에 쿠르드군을 겨냥한 공세에 나섰다. ⓒ EPA 연합
터키는 미군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철수한 지 사흘 만에 쿠르드군을 겨냥한 공세에 나섰다. ⓒ EPA 연합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10월9일(현지시간)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주 도시 카미실리에 대한 터키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8명을 포함해 15명이 숨졌고, 이 지역에서만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터키군이 공격한 시리아 북동부의 텔 아비아드와 라스 알아인 지역은 쿠루드족 민병대(YPG)가 주둔 중인 곳이었다.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으로 불리는 쿠르드족은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한 틈을 타 이 지역을 장악하고 사실상 자치를 누려왔다. YPG는 IS 격퇴전의 선봉에 서며 미국 동맹 세력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분리 독립과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자국 내 쿠르드족과 갈등을 빚어온 터키는 쿠르드족 관련 정당(PKK)과 무장 세력을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군사작전을 ‘평화의 샘’ 작전이라고 칭하며 “우리는 테러의 통로를 격퇴하고, 그곳에 평화의 통로와 신의 뜻을 세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터키 국방부에 따르면, 평화의 샘 작전은 이날 오후 4시에 시작됐다. 이후 터키군은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공습과 포격을 가했고, 지상 작전도 시작했다.

이번 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한 것이라고 밝힌 지 사흘 뒤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7일 막대한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이 지역에 주둔하던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군의 공격을 사실상 허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터키에 이러한 작전이 나쁜 생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설명하고 “쿠르드족에 피해가 갈 경우 터키의 경제를 쓸어버리겠다”고 경고했다.

터키의 시리아 북부 공습에 국제사회도 비난을 쏟아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공격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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