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曺 장관 동생과 부인…관건은 노트북?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1 13: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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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라진 정 교수의 노트북 주목…추가 증거인멸 정황 의심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조씨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인데, 이에 따라 정 교수 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기까지 한 조씨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정 교수에 대한 영장 기각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 교수의 구속 여부는 조국 수사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만큼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월9일 “주요 범죄(웅동학원 상대 허위 소송(배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뤄진 점, 배임수재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조사 등 수사경과, 피의자 건강 상태, 범죄전력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의 영장 기각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 장관 동생은 스스로 영장심사를 포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5~17년 3년간 영장심사를 포기한 32건에 대해 모두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핵심혐의를 인정하고 영장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입증의 정도, 종범(배임수재 관련) 2명이 이미 금품수수만으로 모두 구속된 점,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한 점 등에 비춰 구속영장 기각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10월9~1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사건을 바라보는 법원의 엄격한 잣대가 조 장관 부인에게도 적용된다면 정 교수 역시 영장이 청구되더라도 현재로선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친동생인 조아무개씨가 10월1일 오전 웅동학원 채용비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정경심 교수는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대학연구실 PC를 반출했다.(왼쪽 아래)  ⓒ 시사저널 박정훈·TV조선 뉴스 화면캡쳐
조국 법무부 장관의 친동생인 조아무개씨가 10월1일 오전 웅동학원 채용비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정경심 교수는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대학연구실 PC를 반출했다.(왼쪽 아래) ⓒ 시사저널 박정훈·TV조선 뉴스 화면캡쳐

▒ 다툼의 여지

법원은 영장 기각 이유로 ‘주요 범죄’인 웅동학원 상대 허위 소송(배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동생 조씨가 교사 채용 대가로 받은 2억원의 불법 자금(배임수재)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했고, 500만~1000만원을 받은 종범이 이미 구속된 점은 오히려 영장 기각 사유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오늘은 법원 스스로 오점을 찍은 날이 될 것”이라면서 “채용비리 범죄 하나만으로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을 해야지 기각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의 경우, 이미 기소된 사문서 위조(동양대 표창장 위조)를 비롯해 다른 혐의에 대해 전부 부인하고 있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 교수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은 정 교수에게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면서 “현행범이 아닌 다음에야 다툼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란 있을 수 없다. 법무장관이 관계된 사건이 아닌 일반 사건이라면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충분한 증거 수집

법원은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충분한 증거 수집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즉 더 이상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조 장관 동생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 역시 동양대 연구실과 방배동 자택, 증거인멸에 가담한 자산관리인의 직장 등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받았다.

법원은 동생 조씨의 증거인멸 정황은 무시했다. 법원은 조씨가 공범을 필리핀으로 도피시키고, “돈을 조씨에게 주지 않았다”는 가짜 확인서를 작성시킨 정황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 정 교수도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조 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이던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경록씨를 시켜 경북 영주 동양대 연구실에서 PC를 외부로 반출했고, 서울 방배동 자택 PC의 하드디스크 역시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다만 변수는 김씨가 증거인멸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점이다. 김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통화에서 “업그레이드를 하건, 뭘 손을 대건, 하드나 이런 것들은 전혀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제출을 했지만, 그 행위 자체로 증거인멸이라고 인정을 하는 게 맞다. 제가 생각하기에도”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김씨의 진술이 법원의 판단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검찰은 행방이 묘연한 정 교수의 노트북을 강조하고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인사청문회 당일인 9월6일 오전, 정 교수의 요청으로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로 찾아가 차량 뒷좌석에 있던 정 교수의 노트북을 (정 교수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교수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호텔 CCTV 영상을 확보해 김씨가 노트북이 든 가방을 들고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과 이후 정 교수가 가방을 들고 나오는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교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증거인멸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를 법원이 추가 증거인멸 정황으로  판단할지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조사, 피의자 건강 상태, 범죄전력 등

조 장관 동생은 9월26·27일, 10월1일까지 총 3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정 교수 역시 10월10일 현재까지 3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건강상의 문제 역시 동일하다. 동생 조씨는 영장실질심사 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건강상의 이유로 심문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 교수도 이와 마찬가지로 뇌수술 후유증과 시신경 장애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범죄전력 역시 아무도 없다. 최소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 장관의 동생이나 부인의 상황이 거의 똑같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전 구속영장은 범죄의 중대성, 도피·증거인멸의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 그러나 (조 장관 동생의 영장) 기각 사유에는 건강상의 이유가 등장하고, 양형 사유로 나올 법한 범죄전력이 포함됐다.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면서 “정 교수는 건강상의 이유로 검찰 조사까지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법원이 감히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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