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로 국감 증언대 서는 회장님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1 15: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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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폐습의 고리, 국회에서 끊어내나

갑질은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로 부상한 이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갑질 논란으로 많은 기업의 오너나 CEO가 국감 증언대에 서게 됐다. 지난 10월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에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정영훈 K2코리아 대표, 이수진 야놀자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각사는 하나같이 갑질 의혹을 부정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가 없는 셈이다.

갑질 논란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회장과 CEO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이수진 야놀자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정영훈 K2코리아 대표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뉴시스
갑질 논란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회장과 CEO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이수진 야놀자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정영훈 K2코리아 대표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대리점 밀어내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대리점 밀어내기먼서 홍 회장은 ‘남양유업 사태’ 이후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가 반복됐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 확인을 위해 국감 증인에 채택됐다. 2013년 불거진 이 사태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밀어내기식 영업’을 벌여 피해를 당했다는 대리점주들의 주장에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는 녹취가 공개되면서 국민의 공분은 극에 달했다. ‘갑질’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도 바로 이 일 때문이다.

당시 대표이사와 임원들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대리점주들에 대한 피해구제 약속도 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대주주(51.68%)여서 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국민의 분노는 여전했다. 기업 이미지 하락으로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강도 높은 불매운동으로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사태로부터 6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이 밀어내기식 영업을 재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9월17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다. 이들은 남양유업 본사 영업팀장이 지점에 밀어내기를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22개월 동안 15개 대리점의 장부를 조작해 자금을 빼간 정황이 담긴 비밀장부도 공개했다. 이들은 또 갑질에 항의해 1인 시위를 벌인 대리점주를 허위사실 유포와 모욕죄 등으로 고소하거나 공급물량을 줄이는 등 남양유업이 압박을 가한 사례도 밝혔다.

이로 인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홍 회장은 과거 남양유업 사태 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경영에 관여하지 않아 현안을 모른다는 사유로 불출석을 통보하고 대리인으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를 내세운 것이다. 홍 회장 대신 증언대에 선 이 대표는 대리점에 물량을 밀어낸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2013년 이후 공정위 권고대로 모든 시스템을 개선해 밀어내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리점은 주문한 것보다 물량이 더 오면 반송할 수 있고 주문 내역과 최종적으로 상품을 받은 내역을 확인하는 시스템도 있다”고 말했다.

정영훈 K2코리아 대표가 10월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정영훈 K2코리아 대표가 10월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정영훈 K2코리아 대표, 가맹점 인테리어 압력

아웃도어 업체인 K2코리아의 오너 경영인인 정영훈 대표는 가맹점을 상대로 갑질을 벌였다는 의혹으로 국감장에 불려나왔다. 인테리어 리뉴얼과 확장 이전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계약해지 등 보복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이런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K2코리아의 갑질을 폭로하는 청원이 올라오면서다.

청원인은 K2코리아가 대리점주들에게 대리점 계약 5년째가 되면 인테리어 전면 리뉴얼을 강요하고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인테리어를 강요하는 행위가 불법행위라는 점을 인지하고 자발인 결정을 내린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공급업자는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대리점의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K2코리아는 당시 이런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계속됐다. 다른 가맹점주들의 추가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월에는 K2코리아가 한 점주에게 대리점을 번화가로 확장 이전하라고 강요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정 대표는 국감장에서 인테리어 강요 등 갑질은 없었다는 입장을 지켰다. 그러나 감사위원으로 나선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인테리어 리뉴얼에 대한 가맹점주의 입장이 본사와 달라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제시하자 정 대표는 일선 직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구두상으로 리뉴얼하기로 하고 인수인계한 매장인데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담당 직원이 임의로 진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그 부분도 저희 관리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 수수료 갑질 논란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숙박 애플리케이션 수수료 갑질 논란과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야놀자는 스마트폰으로 숙박업소를 예약할 경우 10%의 중개수수료를 지급받고, 이와 별도로 매달 200만~300만원의 광고비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숙박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야놀자는 프랜차이즈 숙박업에도 진출해 기존 숙박업자들로부터 시장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숙박업자들은 집단행동을 벌여왔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리는가 하면, 대한숙박업중앙회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숙박 앱의 횡포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경남 김해 지역에서는 숙박업자들이 모두 30만원대의 광고만 사용해 동등한 광고 노출 기회를 갖자는 취지의 서명운동도 벌어졌다.

숙박업계의 시선이 이번 국감에 집중된 가운데 이 대표는 국회에 불출석 의사를 통보했다. 해외출장이 사유였다. 수수료 갑질 논란에 대해 야놀자는 광고비 강요는 없었고, 수수료율 역시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광고비를 내지 않아도 앱에 숙박업소명을 등록할 수 있고, 광고비를 강요한 적도 없다”며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도 수수료를 10%씩 떼고 해외 예약 업체들은 평균 15~24%를 받는다”고 말했다.

 

LG U+,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 도마

LG유플러스는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다. 시작은 2003년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가 서오텔레콤에 특허기술에 대한 사업협력을 요청하면서다. 위급 상황 시 휴대전화 비상 버튼을 누르면 보호자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긴급 비상호출처리’였다. 이에 서오텔레콤은 LG유플러스에 사업계획서와 특허 관련 자료를 전달하고, 두 차례에 걸쳐 기술에 대한 설명회도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이듬해 서오텔레콤 기술과 유사한 긴급버튼 서비스를 탑재한 ‘알라딘폰’을 출시했다. 서오텔레콤과는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이렇게 양사 간 소송전이 시작됐다. 2004년부터 시작된 특허무효심판에서는 서오텔레콤이 3심 끝에 승소했다. 하지만 알라딘폰 등을 대상으로 한 권리 범위 확인 심판과 손해배상 소송에선 LG유플러스가 이겼다. 이에 서오텔레콤은 2016년 2월 다시 특허심판원에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LG유플러스의 손을 들어줬다. 기술 구성이 달라 서오텔레콤 특허발명 권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에서 양사 기술이 같다는 의견서까지 제출했지만 특허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ETR 의견서 배제를 비롯해 재판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다수 포착됐다는 점에서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할 계획을 밝혔다. 당초 국회 산자위는 CEO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국감을 앞두고 실무 임원으로 증인을 교체했다.  

이와 관런해LG유플러스는 여전히 기술을 침해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지켰다. 그러나 서오텔레콤과의 상생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 참석한 LG유플러스 임원은 “지금은 전용단말기가 아닌 공용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어 당시 기술을 현재 단말기에 적용할 수 없다”며 “다른 특허기술로 협업해 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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