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장기화 우려…얼어붙는 경남 제조업 체감경기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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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월 경남 제조업 생산능력지수·업황 BSI 하락

경남 창원에서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경영 회의시간이 두렵다고 했다. 매주 2회 열 때마다 '최악의 위기'란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생산은 줄고 인건비 부담은 늘어나지만, 마땅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 어려운 시기를 돌아보며 시나리오 경영에 집중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잠 못 이루는 날만 반복되고 있다"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생산 공장 ©연합뉴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생산 공장 ©연합뉴스

경남 경제를 이끄는 제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감소세로 전환한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8월엔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다. 덩달아 제조업 체감경기는 다시 악화됐다.

10월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경남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6.5% 감소했다. 경남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지난해 -4.5%를 기록하다가 올해 2분기 2.9%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7월 1.1% 증가 이후 감소세로 전환하더니 8월엔 '마이너스'에 빠져 버렸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최대 생산 가능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이 설비, 노동력, 조업 시간·일수 등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최대로 얼마나 물건을 만들 수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경남 생산능력지수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여파로 중소기업 등 제조업 체감경기가 나빠졌다. 글로벌 제조업 부진과 일본 수출 규제, 내수부진 등 영향이 제조업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10월10일 발표한 '2019년 9월 경남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4로 한 달 전과 같다. 하지만 전국 평균 7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업황 BSI는 100이 기준치로 현재의 경영여건을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을수록 낮아지게 된다. 경남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 4월 75을 기록한 후 5월 73, 6월 72로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려오다가 7월(60) 이후 급락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심리가 얼어붙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의 업황 BSI는 57로 전달(8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고, 중소기업은 57로 1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BSI는 74와 82을 기록하며 지난달보다 각각 2포인트, 3포인트씩 증가했다.

제조업체들은 주요 경영 애로사항으로 내수부진(31.4%)과 불확실한 경제상황(17.3)을 꼽았다. 내수부진은 지난달보다 5.8%포인트 늘었다.

재무제표를 근거로 설문에 응답하는 매출 BSI와 생산 BSI도 지난달보다 3~6포인트씩 떨어져 각각 75와 76을 기록했다. 자금사정 BSI도 73로 전달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객관적인 회계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점차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비스업 등 비(非)제조업의 체감경기도 춥긴 마찬가지다. 9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59로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경남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내수부진으로 이어졌다"며 "때문에 9월에는 내수기업이 수출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BSI전망치가 떨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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