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특사’ 이낙연, 한·일 관계 개선되면 대권행보 탄력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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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와의 회담 준비” 일본서도 이 총리 방일에 긍정적
미국은 정계 거물 차오 교통부장관, 중국은 시진핑 최측근 왕치산 부주석 파견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부가 오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를 대표로 보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총리가 꽉막한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여권 일각에서는 냉각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서라도 정치색이 옅은 일왕의 즉위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10월11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일왕 즉위식은 외교 협상이 아닌 한·일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여는 자리가 될 수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참석해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축하를 전하면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한껏 녹일 수 있을 것이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자세도 바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낙연 총리,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차 22일 방일

그간 일본 정부 역시 문 대통령 참석을 기대했었다. 과거사 문제에서 출발해 무역, 안보 분야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이 오랜만에 축제의 장에서 화합의 모습을 보일 경우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에 해빙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만남은 불발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한·일 관계 냉각은 올해 들어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무역 분쟁만 해도 지난해부터 우리 정부가 비공식채널을 통해 여러차례 일본에 우려를 표했는데, 일본이 갈등을 선택한 것”이라면서 “냉각기가 해소되는 시기도 그만큼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아사히 등 일본 주요 언론들도 하루 전인 11일 “한국정부가 이낙연 국무총리를 대표로 참석키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정부도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5월23일 경상남도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낙연 국무총리가 5월23일 경상남도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일왕 즉위식은 일본의 최대 외교 축제다.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들은 10월6일 아베 총리가 21일부터 25일 사이에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각국 주요 인사들과 회담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아베 정부는 일본이 국가로 인정한 전 세계 195개국 모두에 즉위식 초대장을 발송했다.

 

미 대표로 참석하는 차오 장관, 상원 원내대표 부인

1990년 아키히토(明仁) 일왕 즉위식 때 댄 퀘일 부통령을 파견한 미국은 이번에는 중국계인 일레인 차오 교통부장관을 대표로 보낸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즉위식에 지난번 때처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참석을 희망했었지만 펜스 부통령의 경우 미 의회가 추진 중인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해결해야 해 무의에 그쳤다. 차오 장관은 행정부 내 공식 직함은 교통부 장관에 불과하지만 남편이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이라는 점에서 결코 중량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조시 W. 부시 정부 때는 8년간 노동부장관으로 일했다.

일본 정부는 8월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료회의를 열고 대한민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 했다. ⓒYTN 화면 캡쳐
일본 정부는 8월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료회의를 열고 대한민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 했다. ⓒYTN 화면 캡쳐

중국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부주석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왕 부주석은 그동안 정부 내 부정부패 척결에 앞선 시진핑 정부의 핵심 인물이다. 대외적으로 왕족이 국가원수로 있는 나라는 국왕 또는 왕세자가 참석한다. 영국은 찰스 왕세자를 참석시키기로 했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낙연, 도쿄특파원‧한일의원연맹 부회장 지낸 대표 지일파

이낙연 총리는 국내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이다. 동아일보에서 도쿄특파원을 지낸데다, 의원 시절에는 한일의원연맹에서 부회장, 간사장으로 활동했다. 일본 언론은 이 총리가 일본 정계 내 다양한 인맥이 있다는 점과 전남지사 시절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일본 고치현과 국제 자매결연을 맺은 점을 이유로 들어 특사 파견을 긍정적으로 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미국과 중국 외교는 사실상 청와대가 챙긴 반면, 골치 아픈 대일 외교는 주무주처인 외교부조차 챙기길 꺼려했다. 그동안 대일 외교가 사실상 멈춰섰던 것은 양국이 대화창구조차 없어서였다. 늦은 감이 있지만 총리실이 그걸 책임지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017년 9월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전 일왕의 퇴임 전 한국 방문을 기대하는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여권은 이 총리의 대인관계 역할론을 주목하고 있다. 이 총리의 노력으로 막혔던 대일 관계가 개선되면 차기 강력한 대권주자로 외교능력까지 검증받을 수 있다. 일본 언론은 즉위식에 참석하는 이 총리가 아베 총리에게 건네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 친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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