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조국 사퇴”…광화문 집회 앞둔 한국당 ‘고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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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조국 사퇴’ 집회, 메시지 ‘급 수정’ 불가피

“자격없다 검찰개혁. 법무장관 물러나라. 조국 OUT”

광화문 광장에서 이어져 온 ‘조국 반대 집회’의 구호가 현실화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장관직을 내려놓은 가운데,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국 장관은 촛불(집회)을 계속 보면서 무거운 심정을 느꼈다"며 이른바 광장의 극명하게 분열되는 민심이 조 장관의 사퇴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 전했다.

그간 ‘조국 사퇴’ 구호를 구심점 삼아, 세 모으기에 나섰던 범보수세력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당장 이번 주에 예정돼 있던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위한 대규모 집회’의 세부 계획안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조국 사퇴 이후 보수 집결을 위한 구호로 ‘서민 경제 파탄’ 나아가 ‘대통령 책임론’ 등을 올려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글날인 10월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대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 '문재인 대통령 퇴진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한글날인 10월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대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 '문재인 대통령 퇴진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저는 오늘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개혁안을 발표하고 약 3시간 만에 장관직 사퇴를 발표한 것이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인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도 표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간 ‘조국 사퇴’를 부르짖었던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조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이날 오전 한국당은 오는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동시에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는 보수 세력을 ‘어떻게’ 총선까지 이끌어 갈지를 두고, 한국당 당직자들이 매주 머리를 맞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조 장관의 사퇴로 ‘조국 사퇴’ 구호는 힘을 잃게 됐다. 반대로 여권이 주도하는 ‘검찰개혁’ 시위의 세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한 새 ‘보수 구호 짜기’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한국당 한 보좌관은 “(조국 사퇴) 현수막을 비롯해 (집회에) 가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 어그러졌다”며 “당장 어떤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끌지가 지도부의 고민이다. 일단 ‘서민 경제 파탄’ 이나 ‘인사 참사’ 등 문 정권의 정책 폐해를 지적하는 메시지 등이 후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대한애국당이 ‘대통령 하야’ 등 센 구호를 쓰고 있는데, 그 구호를 그대로 따라갈 경우 여권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 고민이 된다”며 “조국 장관이 사퇴했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돼야 하기에 관련 메시지를 던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장관 사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 늦었지만 예상대로 그만두게 됐다”며 “그러나 조국 전 민정수석으로 촉발된 조국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한마디로 우습게 여겼던 이 정권이 이 부분에 대해선 사과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 부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 장관의 사퇴 기자회견이 이뤄진 직후 의원들에게 10월22일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향후 정국을 어떻게 이끌지 등을 두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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