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조국 사퇴, 여러 비정상 중 하나 정상화된 것”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8 16:00
  • 호수 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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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꽉 막힌 정국 해법, 여야 원내 사령탑에 듣는다
[인터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부·여당의 검찰 개혁은 ‘검찰 장악’”

“10년 같은 1년이었다.” 지난해 말 취임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년은 ‘싸움의 역사’였다. 올봄 패스트트랙 사태부터 이후 조국 정국까지, 국회 안팎을 오가며 끊임없이 정부·여당을 몰아붙인 시간이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이러한 싸움은 당연한 일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17대 국회에 입성해 여야를 고루 겪어온 4선 의원의 기억에도 근래와 같이 ‘극단의 대립이 일상이 된 적’은 드물었다. 나 원내대표는 “행동에 소극적이던 보수 우파 지지자들이 이렇게 광장으로 쏟아져나온 것부터가 사안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를 발표하기 사흘 전인 10월11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평소와 다른 검은 상복(喪服) 차림의 나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날 오전 그를 비롯해 한국당 의원들은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는 의미로 상복을 입고 대법원 앞에 나가 현장회의를 진행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때 법복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법원 앞을 향하는 데 강한 자괴감이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지난 ‘조국 사태’ 국면을 포함해,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시종일관 조국 ‘장관’ 대신 ‘전 민정수석’이라는 직함을 사용해 답변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유승민계 등과의 보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선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터뷰는 10월11일에 이어, 조 장관이 사퇴한 14일 추가로 진행됐다.

조국 전 장관 사퇴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나.

“늦었지만 국민의 승리, 민심의 승리다. 다만 조국 전 민정수석 사퇴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건 결코 아니다.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좀 더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하다. 쫓겨 내려온 범죄 혐의자를 감싸고 검찰을 탄압하려 한다. 국민과 싸우겠다는 도전장으로 들린다. 조국 논란 이전부터 청와대가 모든 걸 강하게 쥐고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등 불행한 역사들을 계속 만들어 왔다. 제자리로 돌려야 할 것들이 많다.”

조국 국면에서 계획해 온 국정조사·특검 등의 논의는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가.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으니 일단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 조국 사퇴로 사모펀드 등 수사가 흐지부지돼선 결코 안 된다. 이 정권과 관련된 건 없는지 강한 의심이 들기도 한다. 수사가 더 철저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이번 사퇴로 인해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투쟁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

“애초에 투쟁을 위한 투쟁이 아니었다.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함이었다. 조국 사퇴로 일부 일단락된 것도 있지만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분노한 민심이 고작 조국 사퇴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한 거다. 비정상적 상황 중 단 하나가 정상화된 것뿐이다.”

 

“文心 대 民心의 집회였다”

인터뷰 당일(11일) 법원 앞에서 ‘사법부는 죽었다’고 주장했다.

“여당도 하고 야당도 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장외집회를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절대’ 가지 말자 했던 곳이 바로 법원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사법부 적폐청산을 한다 했을 때도 상당히 자제해 왔다. 그런데 조국 관련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영장 기각이 나오면서 더는 방치할 수 없었다. 한때 법복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사법부가 일부 정치 판사에 의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다.”

검찰 개혁 요구가 많다. 한국당은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검찰 개혁의 핵심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검찰이다. 이는 곧 인사권과 예산권 독립이다. 그런데 조국 전 민정수석은 개혁하겠다고 법무부 들어가 인사권, 예산권 다 손에 틀어잡으려 했다. 이게 무슨 개혁인가. 권력에 의한 ‘검찰 장악’이지. 개혁을 방해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야말로 진짜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거다.”

한국당이 그리는 검찰 개혁의 정확한 방향은 무엇인가.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엔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판검사인데, 결국 공수처를 설치해 대통령 직속 검찰을 만들어 판검사를 수시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도 아닌가. 여기에 어떻게 찬성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우리도 곧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우리 당은 이미 민주당 안보다 약하지 않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제출했다. 검찰 특수부 폐지도 담겨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특수부 폐지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본인들에게 칼날을 들이대니까 특수부 폐지를 이제야 주장하고 있다.”

광화문 집회는 어땠나. 같은 시기 열린 서초동 집회는 어떻게 보았나.

“광화문 집회에선 국민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구나 느꼈다. 조국 사태 이전부터 안보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온 정부의 무능에 다들 폭발했다. 누군가 그러더라. 서초동 집회는 일사불란 조직적인데, 광화문 집회는 왜 이렇게 오합지졸이냐고. 여기(광화문)는 정말 순수한 개인이 모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수선했을 수 있다. 어느 쪽이 동원된 건지는 다들 잘 알 것 같다. 서초동이 문심(文心)의 집회였다면 광화문은 민심의 집회였다.”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 해 광장정치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야당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금의 의회 구조 탓이 크다. 국민도 같은 답답함으로 광화문으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패스트트랙 사태와 관련한 검찰 소환에는 응할 예정인가.

“당연히 출석할 거다.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출석하지 않고 내가 출석해 책임을 지는 걸로 처리하려 한다. 국정감사 후 협의해 출석하는 방향으로 검찰에 뜻을 전달했다.”

그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감금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감금 문제가 아니다. 우린 당시 마땅한 정치적 행위를 했고 따라서 법적인 책임이 없다. 사태의 시발점이 불법 사보임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정당 행위를 했다고 본다.”

국회의원 자녀 입시 전수조사 논의가 나오면서, 입시·논문 등 자녀의 여러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

“적극 찬성한다. 내가 이 문제로 끊임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데, 좋다. 특검해 보자. 다만 이게 조국 물타기로 시작된 얘기 아닌가. 별 물타기를 다 하는데, 궁하긴 궁한가 보다 싶다. 내 의혹과 관련해선 이미 고소·고발 다 해 놨다. 국정감사 동안 여당 의원들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있는데 필요한 법적 대응은 해 나갈 방침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월25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 위해 입구를 막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월25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 위해 입구를 막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분열된 우파 통합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

한국당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당내에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여론조사 자체가 왜곡이 많은 것도 있고 여기에 일희일비해서는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정부·여당의 반사이익만을 우리가 기다려선 안 된다는 자각도 있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문재인 정권이 절반을 지난 후이기 때문에 정권의 무능을 총평가하는 총선이 될 게 자명하다. 국민이 강한 심판을 해 줄 거라 믿는다. 다만 우파 정당 역시 아직은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 신뢰를 잃었던 부분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었고, 분열된 우파를 통합해야 할 과제를 아직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두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분열된 우파 통합은 그럼 어떻게 진행할 건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근 한국당이 탄핵을 인정하고 보수의 대대적인 재건을 약속하면 손잡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한참 고민하며) 보수 통합 부분은 당 대표께서 좀 더 주도하는 부분이긴 한데, 유승민 전 대표 등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도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통합 논의가 시작되면 여러 얘기가 오갈 거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정권의 실정(失政)에 맞서야 한다는 큰 명제에 대한 일치가 이뤄지면 통합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연말이면 원내대표 임기가 끝난다. 지금의 꽉 막힌 정국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10년 같은 1년. 엄청 사건이 많았다. 일복이 많나 보다. 여러 상황상 여야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의회 모습이 이렇게 된 게 안타깝다. 결국 여당이 청와대 출장소 역할만 자임하면서 의회 갈등을 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여당에 대한 청와대 그립이 너무 세다. 의회에서 풀 수 있는 재량을 하나도 주지 않는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궤멸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 가운데서 이렇게 버텨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나마 버텨서 지금의 지지율을 지켜내지 않았나 자평한다.”

시사저널 창간 30주년을 맞이해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시사저널이 매년 뽑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차세대 리더’ 등에 내 이름이 굉장히 여러 번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앞으로도 30년 된 주간지로서 그에 맞는 역할을 더 많이 해 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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