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냐 농민이냐” 전북도-농민단체 ‘농민수당’ 충돌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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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다’는 지자체 vs ‘참다운 농민수당 도입하라’는 농민들
전국 최초 농민수당 도입 전북도 조례안 통과에 농민단체 반발
“농가 아닌 모든 농민에게 지급해야”…주민청구조례안 제출 맞불

전북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농민수당 제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미 전북도의회를 통과한 지원조례에 맞서 지역 농민단체가 새 조례안을 제출하면서다. 지자체가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농민수당’을 도입했지만, 되레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지급 대상과 지급액이다. 전북도의회는 지난달 말 ‘농가’당 월 5만원씩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북도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농민단체가 ‘모든 농민’에게 월 10만원씩 수당 지급을 담은 제2의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하며 맞서고 있다. 더 주고 싶어도 곳간이 비었다는 지자체와 더 달라는 농민들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농민들 “22만 모든 농민에 월10만원씩 수당” vs 지자체 “10만 농가에 월5만원 지원”

전북지역 30여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농민공익수당 주민발의 전북운동본부’ 회원들이 10월 1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지역 30여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농민공익수당 주민발의 전북운동본부’ 회원들이 10월 1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도와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이른바 ‘농민 공익수당’ 조례안은 전북에 주소를 두고 영농활동을 하는 도내 10만2000여 농가에 월 5만원씩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달 26일 경찰력을 동원해 농민단체들의 의사당 출입을 차단시킨 가운데 전북도가 제출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도의회가 전북도의 손을 들어준 것은 지방 재정력의 한계를 공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전북도와 14개 시 군은 내년부터 농가당 월 5만원을 지원하기로 지난 7월 합의했다. 

그러나 이 조례안이 통과되자 농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주민청구 조례안을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지역 30여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농민공익수당 주민발의 전북운동본부’ 회원들이 10월 1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전체 유권자 1% 이상이 서명하면 조례를 제·개정, 또는 폐지할 수 있는 주민참여조례 청구제도를 활용해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2만7200여명의 서명도 받았다. 이 조례안은 농민수당 지급 대상을 ‘농가’가 아닌 도내 22여만명의 ‘농민’ 개인에게 월 10만원씩의 공익수당을 지원하자는 것이 뼈대다. 

전북운동본부는 “전북도 조례안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초 자치단체 수당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숟가락만 얹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도의회는 주민청구안의 핵심내용을 받아들여 조례를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농민단체 주민조례안 제출에 전북도-도의회 ‘난감’

농민단체의 주민조례안 제출에 전북도는 난감한 표정이다. ‘돈’ 때문이다. 주민참여조례안이 도의회에서 원안대로 가결된다면 그만큼 지방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북도 조례안대로 10만2000농가에 수당이 지급되면 연간 613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농가당 연 60만원이 돌아간다. 전북도가 40%, 나머지 60%는 시·군이 부담한다. 현금 50%와 지역 화폐 50%로 연 1회 지급한다. 

하지만 주민조례안으로 ‘개별 농민’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면 4배 많은 2628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전북도는 추산했다. 농민 1인당 연 120만원을 받는다. 반면, 농민단체 회원들은 1300억원대의 예산이면 모든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분석했다. 

공을 넘겨받은 전북도의회 또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조례안 처리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진퇴양난 그 자체다. 통과시키자니 가뜩이나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모른척하고 깔아 뭉개면 농민단체 반발로 의회 전체가 매도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도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 관계자는 “농민단체 측의 주민참여조례 청구절차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면서 “수당을 많이 주면 좋겠지만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선 농민단체들의 조례안을 도의회가 어떻게 처리할 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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